고종대 '황극(皇極)' 개념의 이해와 변용

한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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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 학술저널

저자정보: 한보람 (대전대학교)

저널정보: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한국학연구 한국학연구 제74호

발행연도: 2024.8

수록면: 591 - 617 (27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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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대 국왕권 인식은 고종시대 국가개혁 논의의 기반이 되는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그런데 고종의 국왕권 확립 움직임은 단순히 근대국가 수립의 시대적 과제에 당면해서 고종이 황제국을 선포하는 방법을 채택하면서 생겨난 갑작스러운 시도가 아니다. 영ㆍ정조대 조선에서 진행된 국왕의 정치운영과 관련한 ‘황극’ 개념 논의의 맥락 속에 있는 것이었다. 궁궐에서 생장하지 않은 고종이 국왕권에 대한 본격적 지식을 처음 접한 것은 즉위 후 경연 자리였다. 당시 박규수를 중심으로 한 개혁관료 그룹의 일원으로 경연에 나섰던 대표적 인물 김영작의 기록 「경연강의(經筵講義)」 내용을 통해 경연 자리에서 고종에게 전달된 국왕권의 핵심은 임금과 신하의 존중과 상호보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즉위 초 고종은 임금의 권한과 황극의 의미에 대해 신하들에게 질문하고 교육받는 위치에 있었다. 1873년(고종 10) 친정 이전까지 고종은 여전히 국왕 교육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국왕이 국론을 주도한다는 측면의 황극 논의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영ㆍ정조대를 본받아야 한다는 당위도 국왕이 국정의 주재자로서 서야 한다는 의미이기보다는 군신 간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맥락에서 고종에게 이해되었다. 그렇지만 친정 이후에는 고종의 정국주도 노력 속에 국왕권 인식과 황극 용어 활용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친정 선포 직전 고종은 규장각을 모방한 건청궁을 건축하여 정조 계승을 통한 국왕권의 확립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황극’ 용어는 주로 국왕의 표준을 세워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유생들의 상소에 나타났다. 현실에서 국왕의 역할론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까지도 고종이 황극론을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국왕이 표준을 세워야 한다는 요청은 아관파천 때부터 대한제국 수립 시기에 강력한 요구로 재등장했다. 황극을 세우고 과감히 결단하여 러시아 공사관에서 환궁할 것, 황극을 세워 칭제할 것 등을 요구하는 상소가 이 시기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이후 갑오개혁 세력 제거, 흥선대원군 사망, 만민공동회, 독립협회 세력 진압으로 전제군주제 확립의 기반이 조성되었고, 고종은 1899년(광무 3) 「대한국국제」를 통해 무한한 군권의 향유를 선언하며 황제권의 적극적 확보를 시도했다. 그런데 이때의 황극 용어는 단군과 평양, 사도세자 추숭, 정조와 영조 흠송 관련 기록에서만 등장한다. 당대 황극론은 영ㆍ정조대 군주권에 대한 군신 간 논의와 현실 정치에서 활용을 벗어나 황제국 수립 과정에서 황제의 전제권을 옹호하기 위한 활용에 그쳤다. 고종 초기 황극 개념은 국왕과 신하 간 조화의 측면에서 고종에게 학습되었다. 하지만 이후 고종은 정치 주도권을 자신에게 가져오려고 시도하면서 황극 개념도 국왕 중심의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용도로 변화시켰다. 고종은 전통적 국왕권 개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정을 이끌고 있었다. 그렇지만 황극 개념은 영ㆍ정조대의 철학적 논의에서 나아갔다기보다, 전통적 정국운영 개념을 기반으로 당대 황제주도권을 확립하는 용도로 변용되었다.

Recognition of King Gojong’s sovereignty is a very important topic that serves as the basis for discussing national reform during the reign of King Gojong. However, King Gojong’s move to establish royal authority was not simply a sudden attempt arising from King Gojong’s adoption of a method of proclaiming an imperial state in the face of the challenges of the times in establishing a modern state. It was in the context of discussing the concept of a ‘Hwanggeuk(皇極)’ related to the king’s political management in Joseon since the 17th century. It was during the royal lecture(經筵) that King Gojong, who came to the throne at a young age, first encountered knowledge about the royal authority. Analyzing the contents of 「Gyeongyeongangoui(經筵講義)」, a record of Kim Young-jak, a representative figure who took part in the royal lecture as a member of the reformist bureaucratic group centered on Park Gyu-su at the time, the core of the royal authority delivered to King Gojong was the respect and complement of the king and his servants. Early on, King Gojong was in a position to ask questions and receive education from his servants about the king’s authority and the meaning of ‘Hwanggeuk’. Prior to his direct rule, the theory of ‘Hwanggeuk’, which means that the king leads the national opinion, was practically impossible for King Gojong, the subject of education, and it was understood to King Gojong in the context that the king should be able to communicate between the king and his servants rather than standing as the ruler of state affairs. After King Gojong’s direct rule, discussions on the theory of ‘Hwanggeuk’ have also changed. Shortly before the declaration of his direct rule, King Gojong began to attempt to establish the royal authority through the succession of King Jeongjo by constructing Geoncheonggung(乾淸宮) that imitated Gyujanggak(奎章閣). During this period, the term ‘Hwanggeuk’ mainly appeared in the appeals of Confucian scholars who demanded that the problem be solved by setting the king’s standard. In reality, the theory of the role of the king was raised. However, during this period, it is not seen that King Gojong was actively using the theory of ‘Hwanggeuk’ in real politics. From the time of king’s removal to the Russian legation(俄館播遷) to the time of the establishment of the Korean Empire, the argument asking the king to set standards reemerged as a strong demand. Appeals for the establishment of the ‘Hwanggeuk’ and the firm decision to return to the royal palace from Russian legation appeared intensively during this period. Later, the removal of the power of the Gabo Reform, the death of Heungseon Daewongun, the suppression of the Public Gathering of Ten Thousand People(萬民共同會), and the Independent Association(獨立協會) laid the foundation for the establishment of an absolute monarchy. In 1899, King Gojong declared the possession of infinite imperial power through the ‘Constitution of the Korean Emire’ and attempted to actively secure the imperial power. However, the term ‘Hwanggeuk’ at this time only appears in the records related to Dangun, Pyongyang, the worship movement of the Crown Prince Sado, and King Jeongjo and Yeongjo. The theory of ‘Hwanggeuk’ at the time was only used to defend the absolute power of the emperor in the process of establishing an imperial state, away from the discussion between the king and his servants on the monarchy of the Yeongjo and Jeongjo periods and the use of it in real politics. In the early years of King Gojong, the theory of imperialism was learned by King Gojong in terms of harmony between the king and his servants. However, as King Gojong attempted to bring political initiative to himself, the theory of imperialism was also changed to exercise king-centered authority. King Gojong was leading state affairs based on an understanding of the traditional concept of royal authority. However, rather than moving forward from the philosophical discussion of the monarchy of the Yeongjo and Jeongjo periods, the concept of imperialism was transformed to establish the leadership of the emperor of the time based on the traditional concept of political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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