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보살 본생신화의 창조적 부정과 심방 집단의 자기서사 -「지장본풀이」연구-

조현설

doi:10.54269/AKSS.2024.08.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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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 학술저널

저자정보: 조현설 (서울대학교)

저널정보: 한국무속학회 한국무속학 한국무속학 제49집

발행연도: 2024.8

수록면: 35 - 65 (31page)

DOI: 10.54269/AKSS.2024.08.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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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본풀이〉는 불교의 지장보살 본생신화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지장보살 본 생신화 자체를 수용하여 제주 굿에 맞춰 변용한 것이 아니다. 저승에서 고통받는 망자의 넋을 위로하고, 환생이 원만하도록 저승의 신들을 모시는 제의를 배설한다는 취지는 같되 제의 형식과 세계관은 다른 변용이다.
본생신화의 변용을 통해 〈지장본풀이〉가 형상화하려고 한 것은 제주 심방들의 정체성이다. 〈지장본풀이〉에는 삶의 백척간두에 놓인 지장아기씨가 주천강 연못에서 만난 대사로부터 사주팔자를 듣는 장면이 있는데 대사는 운수를 바꿀 방도로 새남굿을 제시한다. 대사가 굿을 권유하는 이 장면은 무교에 대한 불교의 우위를 드러내는 장면이 아니라 오히려 불교에 대한 무교의 존재성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불교의 수륙재로 아이를 낳을 수는 있으나 그 아이의 타고난 액운은 굿이 아니면 해결이 안된다는 뜻이 숨어 있다.
자신의 운명을 자각한 지장아기씨는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길러 옷감을 마련하는 데서부터 연물과 멩두 등 각종 무구를 마련하여 마침내 송낙에 장삼을 입고 새남굿을 한다. 이 대목은 지장아기씨가 심방으로 재탄생하는 굿의 장면이기도 하고, 시왕 맞이굿에서 〈지장본풀이〉를 구연하는 심방의 실제 형상이기도 하다. 이런 형상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지장본풀이〉의 신화적 의미는 지장아기씨의 행로가 제주 심방들의 자화상이라는 사실이다. 〈지장본풀이〉는 제주 심방들의 집단적 자기서사이다.
〈지장본풀이〉는 심방과 소미 사이의 선후창이라는 독특한 연행 형식을 지니고 있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심방의 학습과정의 재현이면서 심방 집단의 자기서사인 〈지장본풀이〉를 주고받으면서 내면화하는 과정이다. 〈지장본풀이〉를 구연하기 전, 나까시리놀림을 한 뒤 바짝 말라 목이 꽉 막히는 나까시리를 잘라 단골들과 나눠 먹는데 이는 형식적으로는 나까시리놀림과 〈지장본풀이〉 구연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연행의 기술이면서 동시에 심방 집단의 자기서사를 단골들과 공유하는 과정이다. 전자가 집단적 자기서사의 내부화라면 후자는 외부화이다.

Jijangbonpuri originated from the Ksitigarbha Bodhisattva’s origin myth in Buddhism. However, the myth of Ksitigarbha Bodhisattva itself was not accepted and transformed to fit the Jeju-gut ritual. The purpose is to worship the underworld so that the souls suffering in the underworld can be reincarnated well but the form of the ritual and world view are different transformations.
What Jijangbonpuri tried to embody through the transformation of the Ksitigarbha Bodhisattva’s origin myth is the identity of the shamans of Jeju Island. In Jijangbonpuri, there is a scene where lady Jijang, who is in a crisis in her life, listens to the fortune from a monk she met at the Jucheongang, and the monk suggests Saenam-gut as a way to change her fortune. This scene in which a monk recommends becoming a shaman is not a scene that reveals the superiority of Buddhism over Shamanism, but rather a scene that reveals the existence of Shamanism over Buddhism. In this scene, there is a hidden meaning that a child can be born from Buddhist rituals, but the child’s natural misfortune can only be solved through Gut.
Aware of his fate, lady Jijang plants a mulberry tree, raises his silkworms to prepare cloth, prepares various ceremonial tools, and finally performs Saenam-gut wearing Songnak and Jangsam. This part is the scene where lady Jijang becomes a shaman and performs a ritual, and is also the actual image of the shaman who narrates Jijangbonpuri at the Siwangmaji-gut. The mythical meaning of Jijangbonpuri that we can discover from this image is that the journey of lady Jijang is a self-portrait of the shamans of Jeju Island. Jijangbonpuri is a collective self-narrative of Jeju Island shamans.
Jijangbonpuri has a unique performance format of the front and rear singing between a shaman and a learning shaman. Formally, this is a representation of the shaman’s learning process and is a process of internalizing the shaman group’s self-narrative by exchanging Jijangbonpuri.
In addition, before narrating Jijangbonpuri, after performing Nakasiri, the dry and choking Nakasiri is cut and shared with regulars. It is both a technique of performance and a process of sharing the shaman group’s self-narrative with regulars. The former is an internalization of the collective self-narrative, and the latter is an externalization.

#지장본풀이 #지장보살 본생신화 #집단적 자기서사 #시왕맞이굿 #새남굿 #Jijangbonpuri #Ksitigarbha Bodhisattva's origin myth #collective self-narratives #Siwangmaji-gut #Saenam-g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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