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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연구회 철학연구 철학연구 제58집
발행연도
2002.9
수록면
165 - 185 (21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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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중국 곽점(郭店)의 초나라 무덤에서 죽간이 발견되고, 1998년 형문시 박물관에 의해 정리 출간되면서 전세계학자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 발굴본전적에 대한 시각은 매우 다양하지만, 특히 『노자』(老子)와 『태일생수』(太一生水)에 대한 해석이 문제로 떠올랐다.초간 『노자』에는 통행본과는 달리 `인의` (仁義)를 부정하는 구절(`節仁菓義`)이 다르게 되어(`節僞菓作`)있던 것이다. 이를 놓고, 유가쪽 견해에서는 노자조차 인의를 부정하기 않았다는 주장이, 도가를 주류로 보는 입장에서는 노자의 시기만 하더라도 인의를 부정하지 않았지만 장자(莊子) 후학에서야 인의가 부정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비록 해석상의 문제 (`安`자)는 뒤따르지만, 초간에도 분명 인의에 부정적인 구절이 나오기 때문에 노자가 기본적으로 인의에 회의적이었음은 사실로 보인다. 곽점의 출현으로 『노자』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이 크게 뒤바뀔 것은 없는 것이다. 초간에서 처음 나온 『태일생수』는 『노자』와 함께 발견되어 그것의 일부분으로 취급되기도 했지만, 독립인 저작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태일생수』는 『노자』의 순환론적 사고와 같은 반보(反輔)의 논리를 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태일생수』는 `물`(水)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초간본 『노자』에는 왕과 관련된 구절을 제외하고는 `하나`(一)를 신성시하는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태일`은 한 마디로 별(북극성이나 북두칠성)의 신이다. 태일은 『회남자』(淮南子)에도 자주 등장하며, 그 이전에는 『할관자』( 冠子)에서도 보인다. 비록『관자』(管子)에서도 물 이야기는 나오지만 별이나 하늘과 함께 놀지 못한다. 따라서 『태일생수』는 물의 숭배를 내용으로 하는 태일 종교의 경전으로, 태일은 첨성(瞻星)신앙의 시원도교적 형태로 이해된다. 여기서 우리는 『태일생수』가 보여주는 도교적 성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도교`가 `도가`의 발전이라는 통념이 깨지고, `도교`는 `도가`와 나란히 걸오오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장자』(莊子), 『천하』(天下)에는 노자가 태일을 신앙(主)으로 삼았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는 노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태일 신앙과 관련을 맺고있음을 당시의 사상계도 인지하고 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왕필의 노력도 종교화된 노자를 정치이념화하는 데 앞장 선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곽점 초간의 등장으로 『노자』의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고대사상의 지형도에 대한 자유롭고 다양한 접근이 가능해졌음이 더욱 기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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