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제강점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특별하다. 일제강점기는 시간적으로 지나간 역사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잔존하는 ‘과거가 되지 못한 역사’로 존재한다. 곧 한국인에게 그 시기는 해결되지 않은 과거이자 현재이다. 결국 일제강점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문자화된 역사와 현재 한반도 안에 여전히 존재하는 근대의 공간을 통해 시각화된 기억이 공존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를 다룬 영화들은 대부분 ‘독립의 문제’라는 거대역사에 묶여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영화의 결말에서 주인공이 ‘사실은’ 독립군이었다거나, ‘갑자기’ 독립운동에 투신함으로써 설득력을 얻지 못하였다.
<암살>은 이전 영화들과는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오히려 ‘독립’의 문제를 전면에 내걸고, 역사 속에서 알려진 인물과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 속에 가상의 인물을 배치시킨다. 또, 알려진 사건과 가상의 사건을 교차시키면서 알레고리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제3자적 입장에서 변화하여 일제강점기를 바라보는 목격증인으로서 영화텍스트에 한걸음 다가간다.
<암살>은 간도참변을 일으킨 주인공이자 1930년대 조선주둔군 사령관인 카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의 암살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김구의 뜻에 따라 암살단으로 선발된 안옥윤과 최덕삼, 속사포는 상하이를 거쳐 경성에 도착한다. 암살 작전에는 성공하지만 일본의 밀정이었던 염석진의 밀고로 안옥윤을 제외한 암살사건 가담자들은 모두 죽게 된다. 시간이 흘러 1949년 염석진은 경찰고위직으로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반민특위 재판에 회부되었다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다. 해방이 되었지만 친일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결국 독립군 안옥윤의 손으로 친일파 염석진을 죽이면서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는 1911년과 1933년, 1949년 세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주로 1933년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이 시대의 공간을 구성함에 있어서도 이전 영화들과는 차이점을 보인다. 1930년대 모더니티로 가득 찬 경성의 모습을 매혹적으로 보여주며 판타지를 심어주는 대신, 만주-상하이-경성이라고 하는 세 개의 다른 공간을 활용하였다. 만주는 일본군과의 전면전도 가능한 무장 독립군들의 근거지로, 상하이는 일본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잠시나마 일상의 낭만이 실현될 수 있는 공간으로, 경성은 모더니티로 포장된 세상임을 보여준다. 경성의 민낯은 쉽게 저항할 수도 없는 강압적 지배의 상태이자 조선인들이 살아내야 하는 현실이다.
이 영화의 인물들은 일본에 의해 가족이 죽임을 당하기도 하고, 친일에 앞장 선 가족을 스스로 죽이기도 하고, 일본에 의해 자신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극한의 공포를 겪기도 하였다. 일제강점기로 인해 아픔을 겪었지만 그 결과 독립군, 살인청부업자, 독립군을 가장한 밀정으로 각각 다른 길을 택하였다. 암살 사건을 통해 누군가는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하였고, 누군가는 자신의 과거를 합리화하기 위해 더 잔인해 졌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사건에 묻혀 버리지 않고, 성장하는 주체로서 영화를 이끌었다.
또한, 이 시대의 문제를 단순히 지배와 피지배, 일본인과 조선인이라는 이분법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점을 상기 시키며, 영화의 공간과 인물을 통해 일제강점기를 현재의 시점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더 나아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 시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Japanese colonial occupation is not only a resolved past but a vivid present to Koreans. So the films dealing with this period are mostly tied to the gigantic history, so called 'the issue of independence', not leading to free imaginations. However, at the end of the movies heroes are in fact resistants or commit themselves to independence movements, which makes it hard to convince the viewers.
Assassination has a strategy different from those previous films. It, rather, emphasizes the problem of 'independence', placing an imaginary person among other well-known and also unknown historic figures. In addition, mixing the known events and fictional events helps form an allegory. This changes the audience from multilateral third persons to witnesses of the Japanese occupation and helps approach one step closer to the movie texts.
Even in the configuration of the space of this age, this movie shows a difference from the earlier films. Instead of instilling a fantasy by furnishing Kyungsung as a fascinating city full of modernity in the 1930s, the movie utilizes three different spaces, Manchuria Shanghai and Kyungsung. Manchuria works as a home to the armed independence forces ready for a full-scale war with the Japanese, Shanghai is a city where Japan's influence is relatively fragile so that everyday romance can be realized, and Kyungsung is a hard-packed world of modernity. The real unfurnished face of Kyungsung is the reality where Chosun people should survive the rigid and oppressive domination of the state not resistable to ordinary people.
Assassination asks a question about how we will see the Japanese occupation through space and characters of the film. Furthermore, the audience can remember people who lived that era and be provided with the possibility of a new perspective to that 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