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pia 아르케 인터뷰-2] HCI 연구자, 유민영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DBpia 에디터입니다.

DBpia는 전공과 학위의 경계 없이 모여, 서로가 아는 것을 아낌없이 나누고 따뜻한 격려를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DBpia 아르케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이 ‘DBpia 아르케’로 활동하고 있는지, 한 분씩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HCI 연구자, 유민영 선생님
HCI 연구자, 유민영 선생님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HCI 연구자, 유민영 선생님입니다.

5월 22일, 연남동 인근의 한 카페에서 유민영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인터뷰 동안 유민영 선생님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좋은 질문이에요”였는데요, 이 말 뒤에는 꼭 깊이 있는 답변이 이어져 나왔습니다. ‘이것이 좋은 사람과의 좋은 대화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DBpia 에디터가 ‘연구자 유민영’을 설명하는 키워드를 3가지 꼽아보았습니다. 첫 번째 키워드인 #디자인리서치 와 두 번째 키워드인 #SlowTechnology 는 유민영 선생님이 몰두하고 있는 연구 분야이자, 그의 가치관을 담고 있는 키워드입니다. 세 번째 키워드는 유민영 선생님의 삶의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즐거운연구자 를 골라보았습니다.


#디자인리서치(Research-through-Design)

안녕하세요, 유민영 선생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캐나다에서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연구를 하고 있는 유민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HCI라는 분야에서 기술이 어떻게 디자인 되어야 사람에게 의미있는 경험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HCI라는 분야가 너무 방대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HCI에서 연구 주제를 정하기 위해서는, HCI를 구성하는 세 가지에 대해 나의 연구 영역을 정의해야 합니다. 인간(Human)+기술(Computer)+상호작용(Interaction)이죠. 저는 ‘시각장애인(Human)’의 ‘일상 경험, 그 중에서도 과거 회상 경험(Interaction)’에 주목하여 연구를 하고 있고, ‘기술(Computer)’에 대해서는 한계를 정해두지 않고 있어요.

HCI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코딩에서 디자인까지: Human-Computer Interaction (HCI)란 무엇일까?


HCI 연구자 유민영 선생님 인터뷰 사진

융합연구의 성격이 큰 분야라 연구 방법도 무궁무진할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는 주로 어떻게 연구하고 계세요?

저는 “디자인 방법론”을 바탕으로 한 질적 연구를 하고 있어요. 연구 참여자 분들과 인터뷰도 하고, 워크숍도 하면서 인사이트를 모아 연구질문에 답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요. 저희 연구실에서는 물리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에 관심이 있어서, 어플이나 인터페이스 보다는 실제로 만질 수 있는 디자인 산출물(Artifact)를 만드는 것을 선호해요. 그리고 만들어진 산출물을 다시 연구 참여자에게 드려서 (주로 집이라는 공간에 놓아드려요.) 그 분들의 일상에서 유의미하게 상호작용하는지 관찰하고 분석해요.

디자인 리서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디자인으로 기술을 연구합니다 - Research through Design (RtD) in HCI

혹시 아까 언급하셨던 선생님의 학위논문 주제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제 연구는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으로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신 전맹(Complete Blindness)을 대상으로 해요. 시각 정보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은 어떻게 과거를 회상할까요? 과연 우리가 가진 기술이 어떻게 활용해야 이들의 회상을 도울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죠.

연구 참여자 분들의 생활 공간에 방문하여 인터뷰하고, 여러 가지 참여디자인 방법을 통해 참여관찰도 하면서 시각장애인들에게는 과거를 회상하는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나 이야기, 촉각적 요소, 또는 청각적 요소가 주요한 역할을 해요.

저는 청각적 요소에 주목했어요. 실제로 대부분 음성 녹음이 되는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계세요.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일(예를 들면 가족여행이나 결혼식 같은 중요한 행사)에서 녹음한 4시간짜리 음성 녹음도 소중하게 간직하는 분도 있어서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70대 할머니를 위해 손녀와의 산책 시간동안 대화와 주변 소리들을 녹음하기도 하고, 결혼 40주년을 맞아 승마를 다시 한번 하고 싶다는 노부부를 위해 승마장에 함께 가서 녹음하기도 했죠. 지금은 이런 경험에서 알게 된 내용으로 시각장애인의 과거 회상을 지지하는 산출물을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탐구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과거 회상을 돕는 유민영 선생님의 연구 관련 이미지

#SlowTechnology

유민영 선생님은 캐나다에서 연구를 하고 생활도 하시잖아요. 논문도 해외 학술지에만 투고하시고요.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뭐예요?

한국에도 제 연구 분야를 알리고 싶거든요. 특히 Slow Technology의 가치를 알리고 싶어요. 제가 학회에서 한국에서 오신 HCI 연구자 분들과 교류도 하고, 한국에서 종종 멘토링을 하는데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의 디자인 연구자들은 프로젝트 기간이 다소 짧은 편인 것 같아요. 빠르게 연구한 다음, 수익성이 있는 산출물을 만들죠.

반면에, Slow Technology는 효율성을 목표로 하지 않아요. 효율을 위한 가치는 “시간을 삭제”한다고 보고, “시간을 늘리는” 상호작용을 이용해서 기술을 통해 더 인간적이고 중요한 가치를 드러내는게 목적이에요.

저는 한국의 연구자들도 Slow Technology에 대해 같이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저는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섬세한 감정선과 풍부한 감성이 Slow Technology가 추구하는 인간적인 가치와 아주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기술의 발전이 빠른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술 발전에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할 ‘인간적으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한국에 있는 연구자 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말씀하신 Slow Technology의 가치가 공유된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될 거라고 보세요?

한국은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죠. 혁신을 중요시하고요. 물론 이것도 아주 중요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Slow Technology에 관심을 더 가진다면, IT기술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인문학, 예술, 철학 등의 영역에서도 함께 협업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분야에서, 특히 인문학에서 깊게 다뤄지는 다양한 가치와 관점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기술이 보다 다양한 방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Slow Technology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느림의 미학, Slow Technology

나와 다른 관점을 받아들이는 방법▶ 융합연구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합체시키는 걸까?: 다름을 받아들이는 자세


Slow Technology를 이야기하는 유민영 선생님 인터뷰 사진

#즐거운연구자

학부 졸업 후 대기업에서 인턴도 하셨고 채용 제의도 받으셨는데 연구의 길을 선택하셨다고요. 계기가 있나요?

학부 때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서 산학협력으로 인턴을 할 기회가 많았어요. 정신없이 한 학기 공부하고 한 학기 일하기를 반복하다가 졸업을 했죠. 마지막 인턴십이 끝나고 채용 제의를 받았는데, 다른 사람이 하라는 일만 하는 건 재미가 없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원한 건 다른 이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새로운 것을 탐구할 수 있는 삶이었죠. 저에게 학문적인 호기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관심 분야를 탐색하다 보니 지금의 지도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처음 그분의 연구를 접했을 때 충격을 받았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이들이 떠나가신 분들의 유품과 소유물을 어떻게 떠나보내는지 인터뷰를 하고, 온라인에 남겨진 반영구적인 디지털 소유물에 적용시켜보는 작업이었는데, ‘기술이 이런 일도 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너무 재밌다! 이런 연구를 해야겠다’라고 결심하는 계기가 됐어요.

앞으로 어떤 연구자가 되고 싶으세요?

저는 그냥 진짜 ‘재미있게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책과 논문을 읽으며 연구를 오랫동안 재밌게 이어나갈 거예요. 저 혼자만 잘되는 것 보다는, 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주변 사람들과 영감을 주고 받으며 재미있게 연구를 이끌어 나가고 싶어요.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열정 넘치는 연구자가 되려면 호기심을 잃지 말아야겠죠.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 갇혀 있지 않고, 계속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타인으로부터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으려는 태도가 있어야 오래오래 즐거운 연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민영 선생님은 인터뷰 도중 "stand on the shoulders of giants”라고 새긴 팔의 타투를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떠나간 사람들이 남긴 지식의 유산 위에 올라서야 경계를 넘어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다짐을 담았다고 해요!
유민영 선생님은 인터뷰 도중 "stand on the shoulders of giants”라고 새긴 팔의 타투를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떠나간 사람들이 남긴 지식의 유산 위에 올라서야 경계를 넘어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다짐을 담았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