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DBpia 에디터입니다.
DBpia는 전공과 학위의 경계 없이 모여, 서로가 아는 것을 아낌없이 나누고 따뜻한 격려를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DBpia 아르케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이 ‘DBpia 아르케’로 활동하고 있는지, 한 분씩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은 예술교육실천가, 공윤지 선생님입니다.
6월 2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공윤지 선생님의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공윤지 선생님이 참여한 작업물이 한가득 전시되어 있어, 하나씩 흥미롭게 살펴보며 선생님의 연구 궤적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DBpia 에디터가 '연구자 공윤지'를 설명하는 키워드를 3가지 꼽아보았습니다. 공윤지 선생님이 스스로 꼽은 연구분야 키워드 #생태전환교육, #VTS, #사회참여예술 과 관련하여 각각 #감각의_재야생화, #대화하는_연구자, #동사형_인간 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보았답니다.
#감각의_재야생화 #생태전환교육
안녕하세요, 공윤지 선생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통합예술교육이론을 기반으로 문화예술교육사 양성과 생태전환교육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예술교육실천가 공윤지입니다.
생태전환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뭔가요?
2017년에 <The Hummingbird has Spoken>이라는 그림책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이 그림책은 1977년 환경 단체 ‘그린벨트 운동’을 창설해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 전역에 나무 심기 운동을 이끈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인 왕가리 마타이(Wangari Maathai)의 벌새 이야기를 각색한 그림책이에요. 주인공이 벌새인데요, 산에서 불이 났을 때 다른 동물들은 다 그냥 도망만 가고 있는데 이 작은 벌새 한 마리가 왔다갔다 하며 산불 지역에 물을 옮겨 뿌려요. 그걸 보고 다른 동물들이 “도대체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숲에 난 저 어마어마한 불을 끄기에 네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하는데도, 주인공 벌새는 “아니야. 난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거야”라고 말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주인공 벌새와 같은 인물들이 다양하게 있죠.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사람, 다큐멘터리를 찍어서 예술로서 환경운동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 파타고니아 CEO처럼 기업 정신을 가지고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사람 등등. “이렇게 다양한 방식이 있으니 우리도 각자의 방식을 찾아보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업이었어요.
그런데 2020년에 실제로 호주 산불 사건이 발생했어요. 매스컴을 통해 불 타는 산에서 도망 나오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죠. ‘이건 그림책 속에만 있어야 하는 일인데, 왜 실제로 발생한 거지?’ 이게 결국은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더 적극적으로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그럼 한 마리 벌새로서 윤지 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셨나요?
문제의 근원을 찾아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맨체스터에 갔어요. 맨체스터 과학 산업 박물관(Science and Industry Museum)에 가서 알았어요. 그 시대에도 환경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는 걸요. 알면서도 이 미래를 막지 못한 거예요. 과거에 그랬다면,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그 다음엔 노르웨이로 갔어요. 진짜 녹고 있는 빙하를 보고, 기후위기가 닥쳐온 야생의 감각을 느끼려고요. 현지에서 예술로 기후 행동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도 했고, 오슬로에서 열린 제6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ITAC6, The 6th International Teaching Artists Conference)에서 워크숍을 운영했어요. <Artistic Language Dictionary for Coexistence>은 지구의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동물처럼 몸을 움직여보고, 동물이 인간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천연물감으로 그린 후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는 워크숍이었어요.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건 인간뿐만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동물들의 목소리를 같이 상상해보며 우리가 앞으로 뭘 하면 좋을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워크숍을 기획했고, 여러 나라의 아티스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한 마리 벌새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떠난 이 여정을 ‘기후 위기 시대 예술로 공존하기’ 라는 부제로 엮어 이듬해 <우정의 언어 예술>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했습니다.
생태전환교육이 정책적 용어라면, 윤지 선생님은 스스로 하는 일을 어떤 용어로 표현하고 싶으세요?
저는 ‘감각의 재야생화’라고 표현을 하고 있어요. 내가 먹고 마시고 듣고 보고 하는 것들에 있어서 좀 더 자연에 밀접하고 생태적으로 친화적인 감각을 갖게 됐을 때에야 나의 선택이 달라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몸에 흙이 묻었을 때 더럽다고 털어내죠. 그런데 사실 흙을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아름답고 그 안에 지구의 역사가 담겨 있거든요. 흙을 더럽지 않게 느끼기 위해서는 감각의 야생성을 되돌리는 활동을 해볼 필요가 있고, 이건 예술교육이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감각의 재야생화를 실천하기 위해 최근 집중하고 있는 작업은 바로 월리스 라인 프로젝트(Proyek Wallace Line)입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의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흙을 중심으로 ‘월리스 라인’의 생명다양성을 탐구하고 있어요. 월리스 라인은 인도네시아의 롬복과 발리 사이에 있는 선인데요, 두 개의 대륙의 판이 이동하여 이 지역에서 만난 것이라 이 선을 두고 양쪽에 서로 다른 생태계가 펼쳐져요. 그래서 저는 두 섬의 흙을 채취하여 크레용으로 만들고 현지 아이들과 함께 각 지역의 야생동물을 그리는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크레용을 만들 흙은 동료들과 함께 모았는데요. 흙 채집에 앞서 주변의 생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함께한 연구자들에게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했어요. “시선을 낮춰서 천천히 흙의 색을 감상합니다. 그 위에 피어난 꽃의 모습을 들여다보세요. 그 꽃은 무슨 색인가요? 주변에는 또 어떤 생물이 살고 있나요? 귀를 기울여 주변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이를 통해 흙과 관련한 오감을 확 틔우는 거예요. 이런 경험을 쌓다보면 감각의 재야생화가 이루어지겠죠?
#대화하는_연구자 #VTS
학부 졸업 후 10년 만에 대학으로 돌아가 석사학위과정을 밟게 된 이유는 뭔가요?
현장에서 예술교육을 하며 쌓인 실무 경험을 해석할 언어가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학부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기에 저는 문화예술교육을 이해할 때, 경험 디자인 또는 감성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개념을 기초로 삼았어요. 계속 현장의 교육자로 활동하는 것도 좋았지만, 저의 활동을 교육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았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제게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주기도 했던 터라 학문적인 갈증이 커졌답니다. 그래서 학부 졸업 후 10년 만에 교육학 석사과정을 밟게 되었답니다.
석사학위 연구 주제는 어떻게 정하셨나요?
<우정의 언어 예술> 취재 차 노르웨이에 갔을 때 미래도서관(Future Library)재단의 이사장인 안느(Anne Beate Hovind)를 인터뷰했습니다. 100년 후에 개관할 도서관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모든 것을 이루어가는 방식은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민주적인 대화를 기반으로 변화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또, 필리핀에서 만난 아티비스트(Artivist, artist와 activist의 합성어)도 비슷한 말을 했어요. “비판적인 말보다 다른 사람들을 대화의 장으로 초대하여 상대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그것이 예술이 하는 일”이라고요. 노벨 평화 센터(Nobel Peace Center)에서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대화다”라는 만델라의 말이 적힌 걸 봤어요.
모두가 공통적으로 대화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대화를 잘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차에 VTS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논문 연구주제로 VTS를 연구해야겠다 다짐했답니다.
VTS 개념과 활용 사례에 대해서 더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
VTS는 Visual Thinking Strategies의 약자로, 한국어로는 ‘시각적 사고 전략’이라고 번역해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마다 시각적인 사고 기술이 다 다르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인지심리학자와 미술관 에듀케이터가 고안한 ‘대화 중심 미술 감상 방법론’이에요.
VTS에서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퍼실리테이터의 능력이 매우 중요한데요, 처음에는 “이 작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라는 열린 질문을 하고, 그 다음에는 “작품 속에서 무엇을 보고 그렇게 답했나요?, 또 무엇을 더 볼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면서 감상자의 감상에 기초한 대화를 전개하는 방식입니다.
VTS의 묘미는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모든 감상자들이 참여해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또 타인의 대화를 들으면서 내가 모르는 것을 배우기 때문에 함께 지식을 확장해갈 수 있다는 거예요. 참여자 중심적이고 대화 중심적이죠.
석사학위논문을 쓴 뒤 전남 해남, 경북 봉화, 원주에서 교사 연수를 운영하며 VTS를 소개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연구의 실증적인 의미를 현장에 공유할 수 있어 매우 뿌듯했답니다. 연수에 참여하신 교사 분들은 미술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경험을 흥미롭게 보셨고, 시각자료를 활용하여 다양한 교과에 접목하여 생태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신하게 느껴진다고 하셨어요. 학습자에게 생태 관련 지식을 알려주고, 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나 이미지로 수업을 전개하여 목표에 도달하는 강의에 놀라움을 표현해주시기도 했고,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하셨죠. 연수 강의를 통해 VTS가 대화의 포문을 열고, 여러 사람이 민주적으로 토론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동사형_인간 #사회참여예술
자신을 예술교육실천가라고 소개하셨는데, 이중 ‘실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까요?
저는 예술 작업을 하고, 작업한 것을 가지고 교육을 하고, 교육한 걸 연구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실천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실천을 기반으로 다시 예술 작업을 하는 식으로 순환하는 루틴을 가지고 있어요.
‘사회참여예술’을 공윤지 선생님의 연구 키워드 중 하나로 쓰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처음부터 ‘사회참여예술을 하겠다’라고 마음 먹고 실천을 한 건 아니에요. 사실 이 키워드는 가장 마지막에 떠올리게 되었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때였어요. 당시에 인문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했는데요. ‘인문학적인 게 뭘까?’ 고민하다 보니 팬데믹을 겪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교육 기획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것이 내가 사회의 이슈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구나’, ‘나의 예술교육 또한 사회참여적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이름 붙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목소리를 내는 활동 자체가 사회참여적일 수밖에 없고, 저는 교육의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도 이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거든요. 교육자로서는 예술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고, 활동가로서는 사회참여예술을 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두 가지가 겹쳐지는 교집합에 제가 위치해있는 거죠.
어떤 명사로 저를 설명할 것인지는 늘 나중에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동사형 인간’이거든요. 일단은 그냥 하는 거예요. 제가 현장에서 출발한 사람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석사과정을 시작할 때 지인이 그러더라고요. “너는 언어를 찾으러 공부를 하러 갔구나.” 저는 현장에서 시작한 뒤에 이를 해석할 언어가 필요하면 이론을 공부해요. 그리고 저에게 알맞은 이름을 발견해서 붙여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저와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자연과학이나 사회적인 이슈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고요. 좋은 협업의 기회가 있다면 제안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