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pia 아르케 인터뷰-3] 사회학 연구자, 임정빈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DBpia 에디터입니다.

DBpia는 전공과 학위의 경계 없이 모여, 서로가 아는 것을 아낌없이 나누고 따뜻한 격려를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DBpia 아르케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이 ‘DBpia 아르케’로 활동하고 있는지, 한 분씩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사회학 연구자, 임정빈 선생님
사회학 연구자, 임정빈 선생님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사회학 연구자, 임정빈 선생님입니다.

‘연구자 임정빈’의 키워드 3가지는 #마르크스_인구학, #실천하는_이론가, #능동적인_삶 입니다.


#마르크스_인구학

안녕하세요, 임정빈 선생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진주에 있는 경상국립대학교에서 사회학 강사로 일하고 있는 임정빈입니다. 박사 수료 후 학위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임정빈 선생님께서 쓰시는 글들은 강연록 같은 형식이라, 읽을 때마다 좋은 강의를 듣는 느낌을 받았어요. 경상국립대에서는 어떤 강의를 맡고 계세요?

‘한국의 사회 문제’를 강의명으로 교양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기마다 수강 학생수가 30명 정도 되고, 주로 공대생들이 듣습니다. 실제로 강의 내용과 좀 겹치는 경우도 있어요. 강의는 저의 중요한 생계수단이고 실제로 좋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학강사가 저에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인 것은 아닙니다.

임정빈 선생님에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뭐예요?

제가 마르크스주의자라는 겁니다. 마르크스주의자로서 강의도 하고, 글도 쓰고, 연구도 합니다.

지금 학위논문은 정책 연구로 쓰고 있기는 하지만, 더 좋아하고 주로 하는 건 이론적인 작업들이에요.

제가 관심 있는 건 ‘마르크스 인구학’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르크스주의에서 경제학은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사실 ‘마르크스 인구학’이라는 말은 원래 없거든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이 분야가 일종의 연구 공백이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역사적으로 19세기까지는 경제학과 인구학이 구분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경제학과 인구학이 본격적으로 구분되기 시작했죠. 인구학이 경제학 못지않게 보수적인 풍토가 짙은 학문 분야예요. 이 분야에 대해서도 마르크스주의의 언어로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학문 방향입니다.

마르크스 인구학이 기존의 인구학 담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비판을 할 수 있는지 예시를 들어주세요.

제 학위논문 주제가 저출생 대책 정책 연구인데요. 기존의 인구학 담론에서는 ‘저출생’과 ‘고령화’를 하나의 문제로 묶어서 다루는 경향이 있죠. 예컨대 ‘출산율이 낮아지면 고령화가 심해진다’와 같은 식이죠. 저는 이런 담론이 여성들을 고통스럽게 만들 뿐더러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고령화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평균 수명 연장’이지, 출산율에 좌우되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더 오래 살고 싶어하고 기대수명이 올라간다면 그만큼 노화된 상태로 오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고령화는 필연적으로 찾아오게 돼요. 피할 수가 없죠. 출산율 올리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출산율과 고령화를 하나의 문제로 다루는 것은 국민연금 고갈론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비판적 관점이 강하게 서 있어야 한다는 거죠.


임정빈 선생님이 인터뷰 전 읽고 있던 책들
임정빈 선생님이 인터뷰 전 읽고 있던 책들

#실천하는_이론가

마르크스주의는 강력한 이론 체계이자, 동시에 실천을 중시하는 사회운동의 기초이기도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마르크스주의에서 ‘이론’과 ‘실천’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가요? 그리고 선생님 자신은 이론가에 더 가깝다고 느끼시는지, 실천가에 더 가깝다고 느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대학원에서 주로 공부하는 ‘비판적 실재론’이라는 과학철학 분야에서 세계를 설명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이 세계에는 여러 가지 힘들이 존재하고 이 힘은 발현되거나 발현되지 않을 수 있어요. 우리가 현실을 바꾸어 나가고자 할 때 이 힘들을 어떤 방향으로 결합시켜서 발현되거나 발현되지 않게 하는 작업을 하는데, 이런 것 중 하나가 사회운동이라고 볼 수 있죠. 과학 실험과 비슷한 거예요. 실험을 통해 어떤 현상이 나타나게 하거나 나타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행동들을 하잖아요. 사회과학과 사회운동도 마찬가지의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이론의 영역과 실천의 영역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요? 자연과학 분야에서 어떠한 이론을 가지고 실험을 하듯이,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이론을 토대로 실천을 하는 거죠. 과학 실험에서 이론 연구만 하는 사람과 실험만 하는 사람을 꼭 나누지 않는 것처럼, 사회과학에서도 이론가의 역할과 실천가의 역할이 꼭 구분되는 건 아니에요. 이론 연구 역시도 실천의 한 방식이 될 수 있죠.

다만 각자의 전문 분야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전문 분야는 이론 연구이고, 이론 연구로써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여러모로 모색하는 중이에요.

▶관련 글: “거대 담론”과 “거시 이론”은 같은 말일까?

#능동적인_삶

인간 임정빈은 어떤 사람이에요?

그냥, 자기 마음대로 사는 사람이요. 하고 싶은 일만 하고, 하기 싫은 일에는 시간 쓰는 걸 싫어해요. 군대에서도 급식 대기줄에 서있는 동안 책을 읽곤 했어요.

연구는 하고 싶은 일이었나요?

어렸을 때 꿈은 소설가였습니다. 대학도 처음엔 문예창작학과를 갔죠. 추리 소설도 몇 권 출간했어요. 《사기의 신》이라는 제목입니다. 그런데 문예창작학과를 다니다 보니 글을 잘 쓰려면 경험이 많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것저것 하다가 운동권 동아리를 들어가게 되어 사회 운동에 관심을 가졌는데, 어느샌가 본말이 전도되어 버리더라고요. 그래도 지금 삶의 방향성에 나름 만족하는 중입니다. 본격적으로 연구자의 길에 들어서기로 마음먹은 건 학부 후반에 하도 놀다 보니 공부가 하고 싶어져서였어요. 그리고 학문적 작업이 어느 정도는 제 취향에 맞기도 합니다.

좋은 연구자란 어떤 연구자라고 생각하세요?

헛소리 하지 않는 사람이요. 누군가 본인 주장의 허점을 지적했다면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해요. 타당한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연구자들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