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나 러시아에서나 파우스트 테마는 중세적인 세계관이 위기에 이르고 새로운 세계관 혹은 세계 감촉이 시작되던 시기에 등장하고 유행한다. 유럽의 파우스트들은 인간과 세계가 발견되고 인간의 외적 세계와 내적 세계가 밝혀지면서 개인의 개성과 지상에서의 업적에 관심이 쏠리고 그것을 기록하고자 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산물이다. 신의 은총이 아닌 인간의 이성의 힘으로 초월적 지식에 이르고, 타인들이 가질 수 없는 ‘힘’을 갖고자 한 유럽의 파우스트들은 중세의 기독교 전통을 개혁하기도 했지만, 그것을 계승하기도 한 종교 개혁가들에 의해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인간 이성, 과학, 인식의 힘의 폭발적인 성장이 신앙의 세계에 경계의 대상이 되면서, 신의 은총을 벗어난 인간 이성의 지식추구는 결국 타락하여 온전한 지식에도 이르지 못하고 저주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가 『민중본 이야기』 속에는 담겨 있다.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악마와의 계약’과 파우스트의 파멸의 모티브이다. 파우스트의 파멸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민중본 이야기』와 『포스터스 박사』는 성모도, 성인도, 성체성사와 고해성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외롭게 영적인 투쟁을 벌이는 ‘고독한 인간’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런 점에 두 작품은 종교개혁기의 산물이다. 크리스토퍼 말로우의 희곡은 종교개혁이란 시대적 배경 하에 루터와 캘빈의 인간의지의 전적 타락과 ‘오직 은혜’에 의한 구원의 교리에 근거해 포스터스 박사의 파멸을 설계하지만, 가장 훌륭한 지성의 마음을 유혹하는 ‘마법의 심오함’을 암시함으로써 개신교까지 이어지는 기독교 전통의 반지성주의에 대한 의심을 암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파우스트들이 도전하던 시대에 악마는 겉으로 보기에는 인간의 종복인 듯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제압되지 않고 주도권을 발휘하는 때로는 폭력적이고 강하며, 자신이 느끼는 좌절과 절망을 이용해 인간을 옭아매는 교활한 심리적인 인격체로 그려져 있다.
17세기의 러시아는 서구의 르네상스와 종교개혁기와는 사뭇 다르기는 하지만, 중세와 피터대제의 18세기를 잇는 전환기라는 점에서 서구의 두 시기와 어느 정도 맥을 같이 한다. 문화의 세속화가 가속화되고, 서구의 문물이 보다 자유롭게 들어오고, ‘예식’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러시아적인 종교개혁으로 인해 신앙적 통일성이 깨어지고, 상인 계급이 발달하며, 문학 속에서 뛰어날 것 없는 평범한 주인공들의 모험이 그려지고, 기존의 가치들이 전복되어 풍자되기 시작하는 역동적인 세기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로마의 전통을 서구와 공유하지 않았고, 르네상스를 충분히 체험하지 못한 러시아에서 새로운 시대의 인간형은 파우스트처럼 ‘인식’에 대한 갈망에 사로잡힌 인물이 아니다. 가톨릭의 교황을 중심으로 하는 교회의 체계와 위계, 교리와 전통을 개혁한 서구의 프로테스탄트들과는 달리 러시아의 종교 개혁은 유일한 정교 국가로서 누구와 ‘소통’할 것이고,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신앙적 전통과 체제 자체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교회의 위계와 제도, 교리는 여전히 굳건한 채로 남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란의 시대와 종교분열은 러시아인들의 의식에 큰 충격을 주었다. 플로로프스끼는 이 시대를 ‘위기’의 시기이자, 균형을 잃었던 시기‘, ‘예기치 못한 일들로 가득하고 안정이 없었던 시기’로 규정한다. 이 불안한 시기는 ‘모스크바 국가가 제3의 로마이고, 제4의 로마가 없다’면, 이 국가가 역사의 종언을 고하는 묵시록의 구현체인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는 종말론적인 전율이 감돌던 시대였다. 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권력은 모두 적그리스도로 간주되고, 러시아 전체를 휘도는 혼란은 말세에 악마들의 활보와 준동의 결과로 인식되면서 이 시대는 문학적 악마론의 만개를 체험한다. 악마는 어디나 활개를 치며 개인의 의지나 선택과는 상관없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러한 한 예가 『사바 그루드쯔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악마가 전 시대의 성자전에 나오는 악마와 다른 점은 이전의 악마들이 성자들의 영적인 힘을 발현토록 하기 위한 도구로 성자들의 의지에 복종하고 쉽게 속기까지 하는 존재였다면, 이 악마는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계획 하에 움직이는, 인간보다 훨씬 영리하며 능력이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이에 반해 사바의 의지와 선택, 능력은 서술자에 의해 의도적으로 마모되어져 있다. 이런 의지의 부재는 악마의 테마를 다루는 동시대의 다른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악령 들린 여인 솔로모니야의 이야기』에서 솔로모니야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술 취한 성직자가 세례를 반밖에 베풀지 못한’ 어이없는 예식 상의 범죄 때문에 악령에 들리는 것으로 해석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바꿈 성자전』에서도 악마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리를 통해, 니콘파의 앞잡이들을 통해, 때로는 보이지 않는 영의 모습으로 아바꿈과 주변 사람들을 죄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상관없이 시도 때도 없이 육체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바의 의지의 부재는 구원의 과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교회의 세계로 돌아온 사바는 ‘신성’의 힘에 의해 자신의 기도와 금식과 같은 처절한 과정도 없이 구원을 얻는다.
17세기 러시아의 파우스트 테마에서는 악마에 대한 묘사에 있어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악마가 이전 문학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구체성과 교활함, 다양한 가면과 어느 정도의 인격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유럽의 파우스트 관련 작품들에서 악마들은 심리적 디테일이 깊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17세기 러시아에서는 심리적 디테일보다는 육체적 디테일을 더 갖추는 경향을 드러낸다. 『사바 그루드쯔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악마는 화려한 복장의 청년의 모습으로, 왕자의 모습으로, 충성스런 하인의 모습 등 다양한 육체를 쓰고 나타나며, 「악령 들린 여인 솔로모니야의 이야기」에서도 추악한 몰골을 한 악마들의 육체성이 자연주의적으로 적나라하게 표현되며, 『아바꿈 성자전』(Житие Аввакума)에서도 아바꿈과 악마들과의 싸움은 구체적인 인간들과의 육탄전으로 표현된다. 이렇게 17세기 러시아의 악마들은 묵시록적인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인간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육체성을 지니고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종횡 무진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적극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결국에 가서 자신들이 탐하던 인간의 영혼을 얻지 못하고 실패하고 마는데, 그 이유는 주인공들의 육체는 마음대로 지배할 수 있지만, 마음과 영혼만은 여전히 악마가 건드리지 못하는 순전함과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들에서 교회의 의식들과 신의 은총의 힘은 여전히 더 강한 것으로, 한 인간을 둘러싼 이웃과 국가(황제), 교회의 공동체의 돌봄도 유럽의 파우스트들을 둘러싼 학자들과 학생들의 공동체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17세기 러시아의 파우스트 테마는 신앙과 이성의 분열, 인간적 지식 탐구에 대한 원죄의식, 구원의 기로에서 선 고독한 개인, 자유의지의 선택과 책임의 한계와 같은 질문을 담고 있는 서구의 파우스트 테마와는 사뭇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러시아의 파우스트 테마 작품은 여전히 중세적인 세계관에 깊은 뿌리를 두고 인간이 지닌 욕망의 문제를 다루면서 개인의 의지와 무관한 악마의 작용을 표현함으로써 당대의 묵시록적인 세계 인식과 불안을 담아내고 있지만, 아직도 건재한 종교적 전통과 공동체와 은총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자신의 시대와 인간, 그리고 세계에 대한 낙관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차이점, 즉 러시아에서 전통의 힘에 대한 믿음이 서구보다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존속되었다는 것이 훗날 19세기 이후 수많은 철학자들과 문인들에 의해 자각됨으로써 이 힘은 러시아의 독특한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게 되었고, 이후 수많은 철학적, 정치적, 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Эта статья посвящена к сравнению между главными произведениями на фаустианской теме в 16-ом и 17-ом веках в Европе и в России: 《История о докторе Иоганне Фаусте, знаменитом чародее и чернокнижнике》, редактированная Шписом, 《Трагическая история доктора фауста》 Кристофера Марло и 《Повесть о Савве Грудцыне》. Эти произведения анализируются на трёх пунктах : цель договора с бесом, инициатор в договоре и спасение героя. Цель договора европейских фаусты заключается в достижении высших знаний и власти. Для достижения этих целей они становятся инициаторами в заключении договора с дьяволом. Они не спасены, потому что они не могут покаяться, хотя они сознают свои грехи. В европейской фаутианской теме подчёркиваются ответственность человеческого выбора, развращеная свободная воля человека и духовная борьба одинокого индивидуума за спасение. С этой точки зрения европeйские Фаусты представляют собой плоды Возрождения и протестантского мировозрения. По сравнению с Западом, Россия относительно дольше сохранила средневековое мировозрение. В《Повести о Савве Грудцыне》 движущей силой в развитии сюжета является бес. Пассивность и отсутствие воли Саввы и активность беса отражает эсхатологическое настроение 17-ого века России. Но в этой повести оказывается, что церковные иерархии, ритуал и сообщество не теряют спасительную силу для человека. Человек изображается слабыми, но не теряюшими своей доброты и чистоты. В этом существует главная разница между европейской и российской фаустианской темам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