玆山魚譜는 巽菴 丁若銓(1758-1816)의 저작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자산어보”로 널리 알려진 이 책의 이름을 “현산어보”라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의 일각에서 제기되어 왔다. 그리하여 ‘자산’을 ‘현산’으로 바꾸어 부르는 것은 하나의 勢가 되어 그 범위를 차츰 넓혀 나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문자학적․성운학적 측면에서의 고찰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이 시점에서 한 차례 이런 방면에서의 고찰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이런 동기에서 시도되는 것이다.
이 ‘玆’자의 음에 대해 역대로 많은 학자들이 ‘현’ 또는 ‘자’음을 주장하였다. ‘현’음 지지자로는 陳彭年, 邱雍, 段玉裁, 席世昌 등이 있으며, 또한 일본의 현대 문자학자로 尾崎雄二郞, 林克 등이 있다. 또한, ‘자’음 지지자로는 顧野王, 徐鉉, 徐鍇, 桂馥 및 일본의 竹添進一郞, 그리고 현대 대만 학자인 季旭昇 등이 있다.
필자는 이 글자〔玆〕를 同文會意字로 보고 說文에 보이는 餘他의 동문회의자를 통해 이 글자의 음가를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설문에 실린 同文會意字 가운데 二文會意字 - 人人, 艸, 口口, 山山, 弓弓, 干干, 珏, 爻爻, 林, 朮朮, 犬犬, 水水, 目目, 秝, 絲, 竝, 皕, 虫虫, 言言, 見見, 辛辛, 隹隹, 虎虎. - 등 자를 보면 玄과 玆의 관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 이 글자의 기원과 변화 및 音義의 실상이 흥미를 끄는 것이긴 하지만,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茶山이 이 글자를 어떻게 읽었느냐 하는 것이다. 우선 다산이 조선의 학자 가운데서는 유례 드물게 설문해자를 원활히 운용했음이 주의를 끈다. 다산이 인용한 설문은 대부분 南唐 徐鉉의 校正本을 복각한 것이므로 다산은 이 徐鉉의 설을 그대로 따랐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 다산은 당대의 대표적 字典인 康熙字典을 보았을 것이다. 강희자전은 玆자조에서 두 음가를 다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자음 위주로 수록되어 있다.
다산이 35세이던 정조 20년 1796년에 奎章全韻이 편찬된다. 다산이 이 책을 보지 않았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 책의 平聲 支 四에 玆자가 실려있고 “黑也, 此也.”라 설명하고 있다. 뿐 아니라 平聲 先 十六에서는 玆자를 玄자에 이어 수록하고 “仝”이라 하였다. 그러니까 玄과 같은 의미라는 뜻이다. 여기서 “幽遠, 赤黑.”이라는 玄자의 설명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현’이라 읽을 경우의 玆자는 玄과 같은 의미, 즉 赤黑色이 되는 것이다. 결국 원래의 사정이 어떠하건 간에 奎章全韻에 의하면 ‘자’로 읽히는 玆 은 黑色이고, ‘현’으로 읽히는 玆 은 赤黑色인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憲宗 12년 1846년에 이를 개간한 御定詩韻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사소한 의문 하나를 풀게 된다. 그것은 黑자의 어두운 이미지를 싫어했던 茶山이 왜 千字文을 통해서 ‘검을 현’이란 訓音으로 널리 알려진 ‘玄’을 쓰지 않고 잘 쓰이지 않는 어려운 글자인 玆을 썼을까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언급한 대로 玄이 玆(자)나 黑이 의미하는 순수한 검은 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說文解字에 의하면 玄은 검붉은 색, 즉 赤黑色인 것이다.
This thesis takes a phonological and philological approach to the characters, 玆 of the 玆山魚譜, which was written by 丁若銓(1758-1816). It has been mainly pronounced two ways either ‘hyun(현)’ or ‘ja(자)’; the former has been supported by 陳彭年, 邱雍, 段玉裁, 席世昌, 尾崎雄二郞, and 林克, and the latter by 顧野王, 徐鉉, 徐鍇, 桂馥, 竹添進一郞, and 季旭昇. With regard about it, ‘同文會意字’ in 說文 is very useful, since the relation between 玄 and 玆 can be revealed through the examples of other ‘同文會意字’.
丁若銓's brother, 茶山 is a important figure we should pay attention to. He quoted 徐鉉's edition in most case of referring to 說文解字. Also, available to him were 康熙字典, a most substantial dictionary at that time, and 奎章全韻, which was completed in 1796, wherein the sound of ‘ja(자)’ is accepted. Therefore 茶山 is considered to have pronounced the characters 玆 as ‘ja(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