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장애는 조음기관에 결함이 있거나 신경학적 장애에 기인한 구개열, 청각장애, 마비말장애 등으로 인해 말 명료도가 저해되는 ‘원인을 아는 말소리장애’와 ‘원인을 알 수 없는 말소리장애’가 있다. 이 중에서 임상 현장에서 40% 이상 의뢰된다고 보고된 원인을 알 수 없는 말소리장애는 신경학적, 기질적 원인을 동반하지 않고 언어 습득 초기부터 지속적인 말소리 산출 상의 문제로 말 명료도가 떨어지는 증상을 보여 의사소통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사회적 참여에 어려움을 겪게 한다. 말소리장애 아동을 말 산출 상 문제가 있는 집단으로 단일화하기도 하지만, 실상 말소리장애 아동은 다양한 기저 원인으로 발생하며 말, 언어, 인지, 사례력 등 여러 위험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증상을 보이는 이질적인 집단이다. 그러므로 말소리장애 아동을 몇 가지 하위 유형으로 분류하는 작업은 말소리장애 아동을 감별 진단하고 집단의 특성에 맞는 효과적인 치료법을 확인하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다.
말소리장애 아동의 하위 유형 분류법은 병인학적, 심리언어학적, 증상학적 관점으로 이루어졌다. 이 중에서도 말소리장애 아동이 보이는 표면 오류 증상인 ‘오류패턴의 전형성’과 ‘말 산출 일관성’을 기준으로 하위 유형을 나눈 것이 Dodd의 감별 진단 모델이다. Dodd의 감별 진단 모델은 병인학적 접근법이나 심리언어학적 모델에 비해 임상 현장에서 분류법을 적용하기가 비교적 쉽다. 또한 여러 언어권에서 말소리장애 하위 유형 별 특징이 유사하게 보고되었으며 하위 유형 별 치료 효과에 대한 고찰도 검토된 바 있어 타당한 분류법으로 지지되어왔다. 하지만 감별 진단 모델은 말소리장애 아동의 병인과 말 처리 과정을 모두 포함한 아동의 능력이 아닌 일부 말 증상만을 기준으로 하므로 감별 진단 모델의 하위 유형이 동질한 집단으로 구성되었는지 면밀하게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말소리장애 아동을 Dodd의 감별 진단 모델에 의거해 분류한 후 사례력과 위험요인, 아동의 말-언어 능력을 조사하여 말소리장애 하위 유형에 따른 특성을 확인 및 비교하고자 하였다. 다음으로, 말소리장애 아동의 위험 요인, 말 요인, 언어 요인 중에서 Dodd의 감별 진단 모델의 하위 유형을 가장 적절하게 판별하고 예측하는 요인을 알아보았다. 이를 통해 말소리장애 아동의 표면 오류 외에 하위 유형 별로 말소리장애를 일으키고 유지시키는 기저 결함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Dodd의 말소리장애 감별 진단 모델을 분류하는 기준인 ‘오류패턴의 전형성’과 ‘말 산출 일관성’을 제외한 뒤 말소리장애 아동을 ‘위험 요인’, ‘말 능력’, ‘언어 능력’으로 군집화했을 때 하위 군집의 특성을 Dodd의 감별 진단 모델과 비교하여 어떠한 공통점이나 차이점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3-9세 말소리장애 아동 62명이 참여하였다. 한국어권 말소리장애 아동의 말 능력을 조사하기 위해 순음청력검사, 말 지각 검사, 아동용 발음평가, 한국 조음음운 프로파일의 전체 항목을 평가하였다. 또한 아동의 어휘, 문법, 화용, 초기 문해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어 핵심 언어 임상평가, 한국어 읽기 검사의 일부 항목을 시행하였다. 또한 말소리장애 아동의 인구 특성과 위험 요인을 조사하기 위해 아동의 비구어성 지능을 평가하였으며 주양육자와 면담을 실시하여 성별, 출생 전-중-후 문제, 급격한 청력 변동, 설소대 수술, 부적절한 빨기 습관, 가정 내 사회 경제적 수준, 이중언어환경, 가족력 유무, 언어발달력, 전반적 발달력, 언어 및 타 영역 치료력에 대해 조사하였다.
말소리장애 아동은 Dodd의 감별 진단 모델에 따라 오류패턴의 전형성과 말 산출 일관성을 기준으로 조음장애, 음운지연, 일관적 음운장애, 비일관적 음운장애의 4개 하위 집단으로 나누었다. Dodd가 제시한 말소리장애 하위 유형에 따라 한국어권 말소리장애 아동의 인구 특성 및 위험 요인 여부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카이제곱 검정을 실시하였다. 또한 말소리장애 아동의 하위 집단에 따라 말 능력과 언어 능력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말소리장애 아동의 연령을 공변량으로 한 공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둘째, 말소리장애 아동의 위험 요인, 말 요인, 언어 요인이 Dodd의 감별 진단 모델의 하위 유형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각 요인을 독립변수로 Dodd의 감별 진단 모델 하위 유형 네 가지를 종속변인으로 하여 동시 입력 판별분석을 실시하였다. 판별분석에서 도출되는 판별함수를 통해 어떤 측정치가 Dodd의 감별진단모델 하위 유형을 유의하게 구분하는지 알아보고 각 판별 모델의 분류 정확도를 조사하였다. 셋째, 말소리장애 위험 요인과 말 요인, 언어 요인 중에서 Dodd의 말소리장애 하위 유형을 유의하게 예측하는 요인이 어떤 것인지 찾아보고자 다분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마지막으로, 한국어권 말소리장애 아동을 감별 진단할 수 있는 인구 특성 및 위험 요인, 말 특성, 언어 특성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말소리장애 아동의 인구 특성 및 위험 요인과 말 특성과 관련된 측정치는 프로멕스로 회전한 주성분 분석을 실시하여 측정치를 축소하였다. ‘언어 특성’은 어휘, 문법, 화용, 초기 문해 네 개 영역으로 각 영역 Z 점수를 사용하였다. 말소리장애 아동의 위험 요인 4개와 변수 1개, 말 요인 4개, 언어 요인 4개를 사용하여 계층적 군집분석을 실시하였을 때 한국어권 말소리장애 아동이 몇 개 하위 유형으로 군집화되며 군집별 특성은 어떠한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말소리장애 아동을 Dodd의 감별 진단 모델의 하위 유형으로 분류하여 사례력과 위험 요인을 조사했을 때 성별, 인지, 출생 전-중-후 문제, 삼출성 중이염으로 인한 급격한 청력 변동, 설소대 단축증, 부적절한 빨기 습관, 사회 경제적 수준, 이중언어환경, 가족력, 언어발달력, 스스로 걸은 시기, 치료력은 말소리장애 하위 유형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전반적 발달 지연 항목만 말소리장애 하위 유형 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말소리장애 아동에게 말 측면 평가를 실시했을 때, Dodd의 감별 진단 모델의 하위 유형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는 측정치는 말 산출 정확성, 말 산출 일관성, 단어 수준 음운 인식, 무의미낱말/문장 수준 음운기억, 빠른 자동이름대기였다. 반면에 조음기관 구조, 조음기관 기능, 말 지각 능력과 관련된 평가에서는 말소리장애 하위 유형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말 측면 결과를 종합하면, 전반적으로 비일관적 음운장애 아동의 말 측면 수행력이 유의하게 낮고 조음장애 아동의 수행력이 유의하게 높았다.
말소리장애 아동에게 언어 측면 평가를 실시했을 때, 화용과 초기 쓰기 영역 평가에서만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외 어휘와 문법, 초기 읽기 영역은 연령 변인을 배제하고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으며 비일관적 음운장애 아동이 다른 하위 유형에 비해 언어 결함이 가장 두드러졌다. 반면에 조음장애 아동은 언어 측면에서 양호한 결과를 보였다.
말소리장애 위험 요인 측정치 14개는 ''언어 및 신체 발달'', ''성별 및 생애초기문제'', ''삼출성 중이염'', ''사회경제적지위'' 요인과 ''가족력'' 변수로 주성분이 확인되었다. 말소리장애 위험 요인에 대한 판별 분석 결과, 말소리장애 위험 요인은 Dodd의 감별 진단 모델 하위 유형을 판별하지 못하였으며, 다분 로지스틱 회귀 분석 결과도 마찬가지로 감별 진단 모델 하위 유형을 예측하지 못하였다. 이 위험요인 5개로 말소리장애 아동의 하위 유형을 나눴을 때 군집 1은 ‘발달력 취약군’, 군집 2는 ‘전반적 위험요인 취약군, 군집 3은 ‘SES 취약군’, 군집 4는 ‘OME 취약군’, 군집 5는 ‘생애 초기 문제/SES 취약군’으로 분류되었다. 각 군집 별 Dodd의 감별 진단 모델의 하위 유형 구성을 살펴보면, ''발달력 취약군''은 음운지연과 비일관적인 음운지연 집단으로 주로 구성되었으며, ''전반적 위험요인 취약군’은 조음장애와 음운지연 집단, ‘SES 취약군’은 조음장애, ''OME 취약군’과 ‘생애초기문제/SES 취약군’은 음운지연 집단이 주를 이루는 양상이었다.
말소리장애 아동의 말 측정치 12개는 ''말 산출 정확성'', ''말 지각과 음운인식'', ''삼출성 중이염'', ''조음기관 기능''으로 요인 3개가 확인되었다. 말소리장애 아동의 말 요인에 대한 판별 분석 결과, 말소리장애 아동의 말 요인은 Dodd의 감별 진단 모델 하위 유형을 유의하게 판별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분류 정확도는 60.0%였다. 다분 로지스틱 회귀 분석 결과, 말 요인은 Dodd의 감별 진단 모델 하위 유형을 31.6~59.7% 설명할 수 있었으며 그 중에서도 ''말 산출 정확성'' 요인이 말소리장애 하위 유형을 유의하게 예측하였다. 말 요인 3개로 말소리장애 아동의 하위 유형을 나눴을 때 군집 1은 ‘말 지각과 음운인식 취약군’, 군집 2는 ‘전반적 말 능력 취약군, 군집 3은 ‘전반적 말 능력 양호군’, 군집 4는 ''말 산출 정확성/말 지각과 음운인식 취약군’으로 분류되었다. 각 군집 별 Dodd의 감별 진단 모델의 하위 유형 구성을 살펴보면, ''말 지각과 음운인식 취약군''은 음운지연 아동이, ''전반적 말 능력 양호군''은 조음장애 집단이 주를 이루었다. ''전반적 말 능력 취약군''은 음운지연과 비일관적 음운장애 아동으로 주로 구성되었으며 ''말 산출 정확성/말 지각과 음운인식 취약군''은 비일관적 음운장애 아동이 주를 이루는 양상이었다.
말소리장애 아동의 언어 요인은 어휘, 문법, 화용, 초기 문해로 살펴보았다. 판별 분석 결과, 말소리장애 아동의 언어 요인은 Dodd의 감별 진단 모델 하위 유형을 유의하게 판별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분류 정확도는 48.4%였다. 다분 로지스틱 회귀 분석 결과, 언어 요인은 Dodd의 감별 진단 모델 하위 유형을 28.9~56.4% 설명할 수 있었으며 언어 요인 중에서도 ''문법'' 요인이 말소리장애 하위 유형을 유의하게 예측하였다. 언어 요인인 ‘어휘’, ‘문법’, ‘화용’, ‘초기 문해’로 말소리장애 아동의 하위 유형을 나눴을 때 군집 1은 ‘전반적 언어 능력 양호군’, 군집 2는 ‘어휘/문법/초기문해 취약군'', 군집 3은 ‘전반적 언어 능력 취약군’으로 분류되었다. 각 군집 별 Dodd의 감별 진단 모델의 하위 유형 구성을 살펴보면, ''전반적 언어 능력 양호군''은 음운지연과 조음장애 아동이, ''어휘/문법/초기문해 취약군''은 음운지연과 비일관적 음운장애 집단이 주를 이루었다. ''전반적 언어 능력 취약군''은 비일관적 음운장애 아동이 가장 많았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 말소리장애 아동을 학령 전기에 국한하지 않고 학령기까지 확장하여 청력, 말 지각, 말 산출, 음운처리까지 아동의 조음음운과 관련된 요인을 다각적으로 살펴보았다. 또한 말소리장애와 언어장애 동반 비율을 고려하여 의미와 문법 영역의 이해와 표현 측면은 물론 화용과 초기 문해 영역까지 아동의 수행능력을 광범위하게 살펴보았다. 게다가 선행 연구들에서 말소리장애 위험 요인으로 제시된 대다수의 요인에 대해 조사하여 우리나라 말소리장애 아동의 말, 언어, 의사소통, 사례력 및 위험 요인에 대한 정보를 포괄적으로 제시한데 의의가 있다.
또한 Dodd의 감별 진단 모델에 제시된 기준 외에 말소리장애 아동의 말, 언어, 위험 요인으로 하위 유형을 새롭게 군집화하여 말소리장애 아동에게 일부 말 증상 이외에도 전반적인 말 처리과정과 언어 능력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였다. 말 산출 정확성 이외에도 말 지각과 음운인식, 조음기관 기능 모두 말소리장애 아동의 말 특성에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과 전반적인 언어 능력 그 중에서도 말소리장애 아동의 문법 측면을 면밀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점 또한 중요한 시사점이다.
본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 말소리장애 아동을 평가할 때 말 처리 과정, 말 산출 능력 전반, 언어 및 의사소통 능력, 위험 요인 유무를 고려하여 감별 진단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였으며 하위 집단 별 강점과 제한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우리나라 말소리장애 아동의 말, 언어, 위험 요인 특성 정보를 면밀하게 제공하고 말소리장애 아동의 감별 진단을 위해 평가 시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영역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