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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5·18’과 ‘문혁’을 서사의 주제로 삼고 있는 중·단편소설들을 비교 분석하기 위해, 역사적 재난 이후 소설의 현실 반영 양상을 기억의 재현, 기억의 수용과 해석, 용서와 화해, 텍스트의 확장이라는 네 양상으로 계열화해서 살펴 보았다.
기억의 재현을 서사적 주제로 삼고 있는 「동행」, 「직선과 독가스」, 「당신들의 몬도가네」, 「모당」, 「다시 그 거리에 서면」등의 5·18소설은 초기에는 전언의 방식이나 가족들의 고통을 통해 간접적으로, 80년대 후반 일련의 민주화 작업이 진행되고 표현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는 「깃발」등의 작품에서처럼 5·18 현장의 기억이 직접적으로 재현되었다. 그러나 문혁 시기 인간성의 훼멸과 지식인의 참상을 다룬 상흔소설인 「묘장과 꽃(墓???花)」,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我?????)」, 「나비(蝴蝶)」, 「풍(?)」 등은 문혁이 종결되자마자 직접적 재현의 방식으로 나타난다. 상흔소설이 5·18소설과 달리 처음부터 기억의 직접적 재현 방식이 가능했던 것은 새로운 정치 노선을 가진 중국의 정치 권력이 문혁 시대의 청산을 요구했기 때문으로 간주된다.
기억의 수용과 해석을 서사적 주제로 삼고 있는 「봄날」, 「밤길」, 「십오방 이야기」, 「얼굴」, 「남으로 가는 헬리콥터」 등의 5·18소설은 살아남은 이의 부끄러움과 가해자의 죄의식, 관찰자의 무력감 등 원근의 차이는 있으나 자기모멸의 서사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문혁소설인 「여기는 신기한 땅(?是一片神奇的土地)」, 「재회(重逢)」, 「흰색 새(白色?)」, 「할머니의 별(??的星星)」, 「나비(蝴蝶)」 등의 반사소설에서는 문혁 기간 동안 고통을 당하고 살아남은 자이거나, 가해자이었다가 수난을 당하게 된 자이거나, 문혁의 소용돌이를 피해 있는 인물이거나 간에 심리적으로 혁명의 열정을 안고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는 5·18이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인 데에 비해 문혁은 정치적으로 청산되어 문혁의 경험이 고난경력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용서와 화해를 통한 트라우마의 치유를 서사적 주제로 삼고 있는 「완전한 영혼」, 「망월」, 「불일폭포」등의 5·18소설은 타인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재발견하거나 민속 신앙의 주술성을 통해 공동체의 복원을 꿈꾼다. 한편 문혁소설인 「장기왕(棋王)」, 「노을이 사라질 때(?霞消失的?候)」, 「아이왕(孩子王)」등의 심근소설은 전통문화나 대자연을 통해 중화민족의 뿌리를 찾음으로써 공동체의 치유를 기대한다. 이는 5·18소설과 문혁소설이 접점을 이루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인간 공동체와 전통문화의 힘을 치유의 근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서사적 양상의 마지막 단계는 텍스트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작가들은 다양한 서사 기법을 활용하여 역사적 주제에 활력을 부여하고 리얼리즘을 넘어서 역사를 재현한다. 복합적 플롯, 은유와 상징이 「말을 알다」, 「눈」,「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등의 5·18소설과 문혁소설인「1986년(1986年)」, 「황니거리(?泥街)」, 「산속의 작은 집(山上的小屋)」 등의 선봉소설에서 공통적인 기법이 되며, 이때의 5·18과 문혁은 소설에서 서술 대상이라기보다 사건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5·18소설과 문혁소설은 기억의 재현 양상과 기억의 수용과 해석 면에서는 당대의 정치적 조건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용서와 화해를 통한 트라우마의 치유의 양상 면에서는 인간 공동체와 전통문화를 통한 회복이라는 접점을 보이고 있으며, 텍스트의 확장 면에서도 현대소설로서의 기법적 공통점을 지니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본고에서는 5·18소설과 문혁소설이 증명서사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 주목했는데 특히 역사적 상흔에 대한 치유가 인간공동체와 전통문화에 힘입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공공의 기억이 인류에게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닌 유산이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불행한 역사를 통해 인류는 진실한 가치를 탐색해 볼 수 있지만, 역사는 쉽게 왜곡되고 잊혀진다. 강력한 기억 기제인 언어를 통해 잊힘에 저항하고 공공기억을 구성하는 일, 이것이 서사 텍스트인 소설의 한 역할일 것이며, 5·18소설과 문혁소설의 긍정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