檀園 金弘道(1745-1806?)는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화가 중의 한 사람으로 그는 조선후기의 새로운 회화양식을 완성한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18세기는 예술적 기량이 뛰어난 인재들이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창조적 여건이 마련된 문예부흥기라고 일컬어진다. 당대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바탕으로 유가?불가?도가 및 실학과 양명학 등 다양한 사상을 받아들여 근대적 사상의 기초가 마련된 시기였다. 특히 양명심학의 사유로 인해 인간의 주체의식이 자각되고 개체성이 긍정됨에 따라 個我의 개성과 독창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사상은 문예전반에 그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이러한 사상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경향의 회화가 큰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단원은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주체적 미의식으로 시대를 이끈 화가였다. 그는 古法에 머물지 않고 늘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창출하였다. 단원의 회화에서 실학적 실사구시의 정신은 사실중심의 진경산수화로 나타났으며, 個我의 개성을 중시하고, 性情의 자유로운 감정을 중시하는 양명심학적 사유는 생생한 活景을 묘사하는 풍속화로 체현되었다. 그리고 회화적 문인화로 다양한 내면의 心象을 표현해 내었으며 서양화풍을 수용한 기록화 등으로 더욱 다양한 회화세계를 펼쳐내었다. 이처럼 단원은 다양한 사상을 一以貫之하는 주체 자각적 마음을 통해 조선 후기 풍속화의 전형, 산수화의 전형, 남종문인화의 전형을 정립하였다.
예술은 삶을 바탕으로 하여 존재한다. 다양한 사상과 삶이 유기적 조화를 이루는 단원의 회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예술정신과 회화기법에서 변화를 이루게 되는데 그 역동적 변화의 근거가 되는 것은 造化의 精靈인 그의 心本體인 良知이다. 단원회화의 畵理인 良知는 生生不息의 天機自得으로 眞吾의 心境을 담은 眞境으로 나타난다. 心學的 眞境美學이란 天機와 性情으로 이루어진 眞吾의 心境을 표현하는 것이고 성리학과 양명심학과 실학 등의 다양한 사상이 자신의 마음으로 一以貫之되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양명 심학적 眞境에서 眞境이란 대상인 物境과 대상과 만난 情境의 興趣와 志趣, 그리고 意境이 모두 하나가 되는 것이다. 物我一體, 物心一如, 心物合一이 곧 眞境이다. 즉 대상과 나와의 완전한 조화가 眞境이다. 단원의 회화는 자신의 시대를 양명심학적 眞境으로 표현하여 시대의 전형이 되었다.
예술은 시대상황에 따라 形神?物我?理氣?性情 등 對待관계에서 그 중요도가 변화를 이루지만 결국 모든 예술은 상대적인 둘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단원의 회화에서 眞은 實이고 實은 眞이다. 眞과 實은 無間이고 心과 物도 無間이다. 단원의 회화세계는 내면의 心象의 眞인 良知와 외면의 形象인 實이 眞實無間으로 체현되는 心物合一. 眞實無間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단원의 회화는 그의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예술정신에 의해 對待無間的 眞境美로 體現된다. 이러한 단원 회화의 특징은 다양성과 새로움에 있다. 다종다양한 단원의 회화세계는 天機自得의 과정을 거쳐 無定型의 다양성으로 변화로운 時中之美를 표현하는 양명심학적 眞境으로 나타나게 된다.
철학과 예술의 妙合인 미학에서 철학은 인생과 삶의 본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고, 예술은 인생의 최고 행복을 향유할 수 있는 실제적 체험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철학은 우리의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體요, 예술은 우리의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用이다. 體로서의 철학은 이성으로 有限한 현실에 뿌리 내리고 있으며, 用으로서의 예술은 무의식의 승화를 돕는 감성으로 우리의 정신을 유한한 현실을 초월하여 무한한 時空으로 이끌어 준다. 단원의 회화는 철학과 예술이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完成體로서 외재적 物인 形象과 내재적 心인 心象이 조화를 이루는 眞境으로 점철되어 있다. 단원은 자기의 마음에서 유로되는 자연스러운 眞心?童心?天機의 발현에 따라 性靈의 자유를 구가하였고, 자유를 만끽하며 衆醉獨醒하는 屈原의 심미세계에서 소요하기도 하였다. 天機造化의 다양한 변화와 창조의 과정을 통해 超凡入神한 단원의 회화에는 孔孟의 人道?莊子의 逍遙遊?佛家의 妙悟?실학의 사실정신 등의 다양한 사상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단원 김홍도는 다양한 사상을 수용하여 자신의 마음으로 一以貫之하여 眞境美學으로 體現한 조선 후기의 화원화가였으며 문인화가였다. 단원 회화의 심학적 진경미학은 良知가 畵理가 되어 그의 온화한 天品과 아름다운 풍모와 뛰어난 예술적 감수성과 정취, 그리고 삶의 시대적 경험과 반추되어 있는 眞吾의 眞境美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