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가타리의『천 개의 고원』에는 동물-되기의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동물-되기의 방식과 그 형성 과정은 서로 비슷하지만 특정한 되기 이후 각 주체들에게서 드러나는 존재 상태는 각각 다른 차이를 드러낸다. 그렇다면 각각의 되기 이후에 각 되기의 주체는 어떤 존재적 특징을 드러내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이지만 들뢰즈/가타리는 이에 대해 더 이상 논의를 전개하지 않는다.
예컨대 윌라드의 쥐-되기는 윌라드가 어머니나 쥐들과의 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성공함으로써 여러 가지 심각한 정신 병리적 현상들을 드러내며, 한스의 말-되기는 한스의 아직 미분화된 정서 상태를 나타낸다. 그레고르 잠자 또한 갑충-되기 이후 실존적 자기 인식에 이르게 되었지만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외부세계(가족, 직장)의 벽을 깨뜨리지 못하고 탈주에 실패하고 만다. 에이허브 선장의 고래-되기는 실존적 무의 체험과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초월충동’과 관련 있다고 여겨지며, 로렌스 또한 거북이-되기를 통해서 남과 여, 비인간, 자연 그리고 신적인 것과의 균형을 통해 승화하고 초월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 문인화가의 물고기-되기는 자연의 한 대상과의 근본적 합일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들 되기는 들뢰즈/가타리가 주장하는 인간의 비인간적(inhuman) 지대(地帶), 다시 말해서 인간성 경계의 지대, 곧 합리적이고 의사소통적인 인간의 지대 이하이거나 그 이상의 영역과 연관된다. 들뢰즈/가타리에 의하면 이 지대는 식별 불가능성 지대이며, 동물과 인간을 나누는 경계선이 어디인지를 말할 수 없게 하는 공통의 근접성(proximity) 영역이다. 그렇지만 이곳은 우리의 신체 안에서 직접 체험되기에 잠재적인 인간의 지대이지만 동물 혹은 인간 아닌 모든 것과 결연될 수 있기에 비인간적 지대이고 무인지대(no man''s land)이기도 하다.
동물-되기의 사례들에서 드러나는 동물-되기 이후 주체들의 모습들은 차이점을 드러낸다. 동물-되기의 주체들의 외관상 드러나는 모순, 인간의 기괴한 동물-되기의 모습들이나 초월적인 모습들 등. 따라서 동물-되기의 상태들은 차별적으로 조망되어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동물-되기의 원리들에 나타나는 모순이나 인간의 기괴한 동물적 비인간 되기에서 초월적인 되기에 이르기까지 되기의 광범위한 진폭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차이를 변별하기 위해 본 연구자는 윌버의 의식이론을 배경으로 조명했다. 그는 서양의 많은 심리학자들과 동양의 다양한 마음이론〔心論〕이 인간의 의식에 대해 하고 있는 설명들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의식의 전체 수준 중에서 일부에만 초점이 맞춰진 한정된 설명이었다고 보고 확실하고 치밀한 작업을 통해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의식의 지도를 그리고자 했다. 그는 이를 스펙트럼에 비유하여 적절히 구분하고 있으며, 진리의 전체성을 시각화하여 통합적인 인간 의식발달의 단계를 10개의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동물-되기의 주체들이 드러내는 차이를 조명하는 데 윌버의 의식이론은 포괄적인 시각을 제시하기에 생성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데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윌버의 의식이론은 동물-되기 이후 주체들의 심리상태 중에서도 고차원적인 의식상태를 조명하는 데 자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생성의 중요성을 논의하는 데 도움이 된다.
되기의 주체들에게서 드러나는 의식의 상태들을 고려할 때 되기는 다시 논의되어야 하며 우리의 삶의 방식을 현재의 삶에서 윌라드, 한스의 경우에서처럼 저차원적 수준이 아니라 고차원적 삶의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즉 되기의 주체들에게서 드러나는 의식의 상태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평적 변환(translation)으로서의 생성적 측면만으로는 부족하다. 에이허브, 그레고르 등에게서 드러나는 의식의 상태들은 수직적 변용(transformation)으로서의 생성적 측면까지 고려할 때 그 생성의 의미를, 그 변용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윌버의 의식의 수준들은 이러한 동물-되기의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는 데 유용한 텍스트가 되는 것으로 사료되어 동물-되기의 주체들에게서 드러나는 의식의 상태들을 고찰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오늘날 인간의식의 다양하고 차별적인 측면들을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진정한 생성의 길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생성의 길은 우리의 삶을 변용(transformation)시켜서 자아에만 제한되지 않는 승화된 삶을 사는 데 있으며,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서 우리를 현재적 수준 이상의 수직적 상위의 생성으로 이끄는 데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