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은 일상생활에서 대화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게 되는데 적절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대화 및 화용기술이 필요하다. 많은 연구자들은 대화의 순서를 이어가는 방법인 대화차례 주고받기와 일관된 대화를 하도록 해주는 주제운용능력, 대화 상대자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인 화행을 주요한 대화기술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대화기술에서 어려움을 보이게 되면 적절하게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사회적 관계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폐범주성장애 아동은 의사소통에 심한 결함을 보여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자폐범주성장애 아동은 언제 대화차례가 바뀌고 끝나는지에 대해 혼동을 보이며 주제유지를 하는 발화의 비율이 적고, 주제유지를 하는 발화 안에서도 새로운 정보를 더하여 유지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하였다. 또한 자폐범주성장애 아동은 대화 도중 갑자기 대화 주제를 전환하는 부적절한 주제 변경이 많았다.
자폐범주성장애 아동의 대화능력을 살펴본 국내 선행연구는 언어발달 초기 단계의 아동(조성숙, 2002)과 청소년(김두희?문현미, 2009; 양정연, 2009)을 대상으로 연구하였으며, 다양한 대화기술을 같이 살펴보지 못하였다. 대화능력은 학령기 학업성취능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또래와의 상호작용이나 또래관계 유지 등 사회능력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Owens, 2004). 따라서 본 연구는 학령기 자폐범주성장애 아동들의 대화능력을 살펴보았다.
본 연구의 대상은 학령기 고기능자폐범주성장애 아동(HFA), 생활연령 일치아동(CA), 언어연령 일치아동(LA)아동으로 각각 12명씩 총 36명이었다. 자료수집은 허현숙?이윤경(2012)의 절차에 따라 연구자는‘가족생활, 학교생활, 방과 후 생활’의 주제별 4장의 그림을 제시하여 약 15~20분 동안 대화를 진행하였다. 주제와 관련된 4개의 세부 질문을 사용하였고, 아동의 반응에 따라 간접/직접 유도 질문을 제공하였다. 자료 분석에서는 대화차례 주고받기 총 빈도와, 대화차례 주고받기 유형별 비율, 주제운용 기술의 유형별 비율과 적절성 여부에 따른 유형별 비율을 측정하여 비교하였다. 또한 화행 유형과 전체 대화차례에서의 화행 비율, 대화차례 유형별 화행 비율을 살펴보았다. 자료의 통계는 일원배치분산분석(One-way ANOVA)을 사용하였다.
연구결과를 통해 얻은 결론 및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10분 간 대화차례 주고받기 빈도에서 HFA아동은 다른 두 일반아동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대화차례 주고받기 유형별로 살펴보았을 때, HFA아동은 대화차례 주고받기 개시 비율에서 CA집단보다 유의하게 더 적었지만 유지 비율에서는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HFA아동이 대화 시 일반아동들과 유사하게 대화차례 규칙을 지키며 대화를 이어나가지만 적극적으로 대화차례를 개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 상대자의 발화에 수동적으로 대화차례를 이어나간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주제운용측면에서 HFA아동은 일반아동에 비해 전체 주제유지 비율, 적절한 주제유지 비율이 적은 반면, 전체 주제변경 비율, 부적절한 주제 변경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HFA아동이 이전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도중 갑자기 부적절하게 주제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으로 하나의 주제로 일관되게 대화를 이어나는데 어려움을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셋째, 화행측면에서 HFA아동은 다른 두 일반아동과 화행 유형 수에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HFA아동은 전체 대화차례에서의 화행 비율이 다른 두 일반아동보다 유의하게 적었고, 유지에서의 화행 비율은 CA아동보다 유의하게 더 적었다. 이는 HFA아동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의사소통 의도를 갖고 대화를 하는 것에 어려움을 보이며, 대화차례를 유지할 때 대화 상대자의 발화에 수동적으로 반응을 하거나 의사소통 의도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본 연구 결과 학령기 고기능자폐범주성장애 아동(HFA)은 대화차례 주고받기, 주제운용 기술, 대화에서의 화행측면에서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결과는 HFA아동의 대화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며, HFA아동의 대화평가와 대화기술 중재에도 중요함을 시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