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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정치학회 21세기정치학회보 21세기정치학회보 제19집 제3호
발행연도
2009.12
수록면
121 - 143 (23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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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의 정치개혁 논의는 규범적 처방론과 사후적 평가론에 집중해왔다. 질 높은 민주주의를 향한 규범론과 도입된 제도개혁의 효과를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논의가 지배하는 사이에, 제도개혁이 실제로 이뤄지는 제도개혁의 정치과정에 대한 분석은 외면당해왔다. 이 연구는 토론되고 논의되는 개혁의제가 실제의 제도개혁으로 이어지는 적자생존의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이러한 연구과제의 공백을 메꾸고자 한다. 기존의 제도변동 이론들은 주로 제도변화의 배경으로 작용하는 사회질서의 변화, 사회적 규범의 영향, 행위자의 이익과 연합형성, 기존제도가 갖는 경로의존적 영향력을 강조해왔다. 우리는 2003-2004년 사이에 이뤄진 지구당 폐지라는 사례를 통해서 이러한 요인들의 영향력을 탐구해보았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두 가지의 중대한 발견에 이르렀다. 첫째, 기왕에 알려진 요인들이(사회변동, 사회적 규범, 행위자의 이익, 제도의 경로의존성) 지구당 폐지라는 제도변동 과정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각 요인들은 지구당 폐지라는 제도개혁의 시기, 범위, 동기를 충분하게 설명하지는 못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예를 들자면 행위자 중심의 접근은 지구당 폐지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던 여러 행위자들이 2003-4년 사이에 갑작스레 개혁의제에 합의하게 된 사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둘째, 우리는 개혁의제에 담긴 사상(지구당 폐지의 이면에 담긴 정당경량화 사상처럼)이 기존에 알려진 요인들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사회적 규범이 구체적인 개혁의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또한 여러 상반된 이익을 가진 행위자들이 광범한 개혁연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개혁의제에 담긴 정당경량화 사상이 결정적인 연계 역할을 하였음을 우리는 지구당 폐지의 사례를 통해서 확인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보다 많은 사례연구의 축적을 통해서, 제도개혁과정에서 개혁의제의 사상이 갖는 영향력의 범주와 한계를 더 명확하게 이론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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