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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은세기 문화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여 ‘창조적 종합주의’라고 할때, 그것은 미학적인 모든 영역과 층위에서만이 아니라 영적이고 이념적인 기류에서도 공히 발현되었다. 우선 그것은 정교-그리스도교와 이교 사이의 경계의 이월과 양자의 종합으로 나타난다. 은세기의 폭발적인 영적 에너지는 전통적인 정교의 경계를 뛰어넘어서 고대에서부터 당대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세계의 모든 영적 교의들을 재발굴하고, 그것과 그리스도교의 전통 간의 교접을 시도한다. 다음으로는 종교적 영역과 종교 외적 영역간의 경계가 해체되고 종교적 담론이 사회, 정치, 미학의 영역으로 확장되며 이른바 ‘종교적 사회’ 혹은 ‘종교적 정치’가 모색된다. 최종적으로는, 지상에 축적된 모든 문화와 저 초월적 세계 간의 경계를 즉각적으로 무너뜨리고 양자를 합일하려는 기획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경향들이 가장 현저하게 드러나는 대목은 ‘새로운 종교적 의식’에 기초한 신그리스도교 운동이다. 메레쥬콥스키, 기피우스, 필로소포프, 베르쟈예프 등이 주도했던 이 종교적 운동은 ‘역사적인 그리스도교’를 ‘세계 종교’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상대화하고, 미완성의 그리스도교를 ‘초역사적인 그리스도교’로 완성시키고자 하는 전세계적이고 초역사적인 차원의 종교적 기획이었다. 신그리스도교 창조 기획의 이념적 핵심은, 첫째, 이교와 그리스도교의 과감한 합일, 둘째, 육신과 성의 완전한 성화(聖化)와 정당화, 셋째, 성性)의 원리에 입각한 성삼위일체의 재해석과 ‘제3의 성약’의 예언으로 요약된다. ‘새로운 종교적 의식’이 은세기의 종교적 운동의 이념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된다면, 그것의 실천적 측면에서 가장 큰 의의를 지니는 것은 종교철학회의 창립과 활동이다. ‘새로운 종교적 의식’의 주창자들의 주도로 교회와 제도권 바깥에서 종교적인 문제들을 전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종교철학회가 20세기 초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에 창설되었다. 종교철학회는 혁명이 발발하던 시점까지 정기회의와 대중강연, 분과회의 등의 활동을 지속하면서, 언론을 비롯한 사회적인 관심을 꾸준하게 받아왔다. 그중에서도 페테르부르크종교철학회는 ‘새로운 종교적 의식’의 이념과 철학을 공론화하고, 시급하게 대두되는 사회적인 요구에 대한 종교적 대응 방안과 ‘종교적 사회’의 건설 가능성이 모색되던 장이었다.
목차
국문요약
I. 들어가며
II. ‘새로운 종교적 의식’의 형성 배경
III. ‘새로운 종교적 의식’의 주요 내용: 베르쟈예프의 「새로운 종교적 의식에 관하여」를 중심으로
IV. 종교철학회의 창립과 활동
V. 맺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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