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상편(「한국 고대 仙敎의 ‘빛’의 상징에 관한 연구(上) -도상학적 상징을 중심으로-」)에서 현존하는 유물의 도상을 근거로 고대 한국에서 오랫동안 전승된 ‘빛의 상징’을 살펴보고, 이를 ‘조선의 빛’으로 명명했다. 그것은 대우주 중심에서 빛나는 광명의 하느님이었고, 지상을 따사로이 덥혀 만물의 생명을 낳는 햇살이었다. 그 하편인 본문에서는 우선 ‘조선의 빛’이 소우주인 사람의 내면에서 타오르는 정신의 빛이기도 했음을 밝힌다. 또한 한국 고대의 신화 속에 숨어 있던 ‘빛의 서사’를 살펴, 그것을 ‘조선의 빛’ 상징에 담긴 이야기로 재조명했다. 위대한 인간이 천상의 빛을 통해 지상으로 하강(탄생)하는 것은 한국 고대신화에서 아주 익숙한 서사의 플롯이다. ‘대우주의 빛(환한 님; 桓因, 天帝)>태양(해; 桓雄, 解慕漱)>>빛의 자손(?ㆍ불; 檀君, 夫累, 朱蒙, 東明)’으로 이어지는 천손의 계보는, 천상과 지상 그리고 우주와 인간을 하나로 이어주는 신화의 기본 플롯을 이루며 고대 한국의 여러 신화에서 반복적으로 재현된다. 한국 고대의 광명신화에서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요소는 ‘알’이다. 비록 단군신화에는 보이지 않지만, 고구려의 주몽신화는 물론 신라의 혁거세신화와 알지신화 그리고 가야의 수로신화에 이르기까지 한국 고대 신화속의 건국 영웅들은 대개 알에서 탄생한다. 여기서 ‘알’은 사실상 단군 신화에서 환웅이 상징하는 태양신격의 대체물이다. 그것은 또한 ‘해(알)-불’로 이어지는 빛의 신체화에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신화학과 종교학에서는 우주와 태초의 창조신이 탄생하는 이른바 ‘우주알(Cosmos Egg)’의 상징이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적인 우주 알 상징은 특히 ‘태초의 모계적 혼돈세계’로 표현할 수 있다. 선진시기의 원시도가에서 우주의 시원(始原)은 어둡고 아득한 상태[玄]로 묘사되었다. 이런 사유원형은 중국 고대의 신화적 사유에 빚을 지고 있다. 중국 고대신화에서 여신 여와(女?)는 황토로 사람을 빚어낸다. 대지모신(大地母神)과 대지의 여성성에 대한 숭배는, 황토고원에 뿌리를 둔 농경민족인 화하(華夏)족의 오랜 신앙이다. 하(夏)나라의 시조 우(禹)의 탄생설화는 ‘달의 정기[月精]’ 혹은 땅의 정기를 상징하는 ‘돌’ 혹은 ‘곡물’의 모티브를 수반한다. 이런 신화는 우주적 생명력의 근원에 대한 관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여기서 ‘하늘-빛-해-불-양(陽)’을 근원으로 보는 사유와 ‘대지-어둠-달-물(水)-음(바)’을 근원으로 보는 사유가 갈리게 된다. 고조선 이래 한국적 사유의 원형이 전자에 있다면, 화하(華夏)적 사유의 원형은 후자에 있다. 이런 사유패턴의 차이는 우주관과 영웅의 탄생담에서도 드러나지만, 대우주에 상응하는 소우주인 신체에 대한 사유에서도 나타난다. 한 예로, 생명의 근원인 생식기를 가리키는 한글의 ‘불(?)알’과 한문의 ‘음낭(바囊)’ 표현에서 그 차이가 직관적으로 대별된다. 그런데 중국 도교에서 중시하는 단(丹)은 곧 ‘순양의 기운’으로, 몸 안에서 자라는 또 하나의 ‘?알’이다. 다시 말해, ‘단’은 대우주의 ?에 상응하는 소우주인 몸의 ?알이다. 그것은 단지 양생수련의 근거이기 전에 광명을 숭배하는 세계관의 산물이며, 빛으로 가득한 우주를 전제로 하는 ‘우주의 신체화’ 문맥에 서있다. 도교의 모태인 한대(漢代)의 황로도(黃老道)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이런 사유는 도가의 영향이라기보다, 전국중엽부터 발해 연안에서 성행한 신선방술(方僊道)의 영향이다. 본문에서는 『태평경』을 중심으로 황로도의 순양 중심의 사유패턴을 분석하고, 그것이 화하문화의 전통적인 우주관 및 신체관념과 거리가 있으며, 오히려 ‘조선의 빛’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고대 한국의 정신(종교)적 전통에 근접해 있음을 규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