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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학회 서양미술사학회논문집 서양미술사학회 논문집 제31집
발행연도
2009.8
수록면
165 - 189 (25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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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역사에 대한 분석이 아닌 역사 기술에 대한 비평의 렌즈를 통해서 내셔널리즘과 미술사를 다룬다. 이 연구는 15세기와 16세기 네덜란드 미술을 연구함에 있어서, 북부 르네상스 미술의 역사적 전개에 미친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의 중대한 역할에 대한 최근의 관점들을 토대로 한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연구는 학자들로 하여금 자연주의, 국가성, 근대성 간의 관계를 강조하는 논의들을 통해 도출된 판단들을 연구의 기초로 삼게 만드는 특정 이데올로기적 입장에 의해서 형성되었다. 본고에서는 연구의 관점을 양식의 평가가 아니라 사회적 기능의 조건을 고찰하는 것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이러한 비평의 방식을 확장해보고자 한다. 특별히 본 논문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15세기 네덜란드 미술에 대한 근대 미술사적 분석이 패널 회화에서 이끌어진 미학적 경험의 모델에 중점을 두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매체가 당대의 엘리트 사회에 의해 소비된 시각적 매체의 위계 속에서 주변적 위치만을 점유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부조화에 따른 역사적 결과는 15세기 북부 귀족 계층의 시각적 소유물에 대한 역사적인 재고를 통해서, 또한 이 분야에 대한 초기 연구의 토대였던 국가주의적 아젠다 안에 역사를 재맥락화함으로써 규명될 수 있다.
15세기 네덜란드 회화 연구는 대부분 양식과 내용의 평가를 통해 이루어져왔다. 이 두 가지 모두 작품의 미학적 경험에 있어서 상상의 역할을 강조하고 대상의 비물질화를 독려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 회화 작품들은 오브제라기보다 이미지로 간주되어왔다. 그러나 15세기 귀족정치가 비천한 재료로 가공된 회화와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의 미학적 가치 체계보다도 더 우선순위를 두었던 것이 바로 물질이었다. 당대 엘리트의 시각적 매체였던 타피스트리는 금, 은, 비단, 양털과 같은 엄청난 양의 값비싼 재료로 직조되었다. 그러나 그것들이 활용된 환경은 회화의 경우와 매우 달랐다. 타피스트리는 호화로운 궁전 공간을 완전하게 뒤덮는 기념비적인 형상의 장이었다. 타피스트리의 도상학적인 프로그램은 종종 제후의 권위를 정당화하는 주제적인 내러티브로 나타났고, 궁전안 귀족들의 옷은 종종 그들을 둘러싼 타피스트리와 같은 천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회화 자체에만 한정된 전형적인 시각적 분석을 넘어서, 귀족의 특권으로서의 퍼포먼스, 즉 신체의 참여 가능성이 제기된다. 귀족들의 몸은 그들을 둘러싼 타피스트리 속의 내러티브로 재현되었고, 이는 귀족계층이 누릴 수 있었던 사회적 특권을 반영한다. 이처럼 배경의 이미지에 신체 행위가 개입되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측면은 피터 브뤼겔(Pieter Bruegel the Elder)의 작품과 비교해서 논의될 수 있다. 최근의 연구들은 수많은 피터 브뤼겔의 농민 회화작품 소장가들이 하객들에게 농민복장을 입도록 하는 사치스러운 디너 유흥을 주관해왔음을 주장해왔다. 이러한 점은 15세기 귀족정치와 귀족들의 궁을 장식했던 타피스트리 사이에 나타나는 신체적 관계와 대응된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신체 행위적 개입은 19세기 미학을 이끌었던 명백하게 국가주의적이고 반(反)연극적인 전제를 교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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