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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프랑스에서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전공’혹은 순수한 ‘언어습득’만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과 프랑스인들과의 실제 대화를 자료군으로 수집하여 이들의 의사소통과정에서의 코드화(encodage)와 코드풀이(decodage)상태를 언어학적,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것으로(참고: Sun, H-S 2001, 1994), 연구의 대상은 서로 모르는 두 話者간에 앙케이트형식의 전화통화 방식의 대화를 택하였다. 즉, 送信者(enqueteur)인 프랑스인이, 受信者(enquete)인 한국인에게 전화를 거는 앙케이트 형식의 대화가 일대일로 진행되어가는 과정을 관찰한 것이다.
‘ 母國語를 달리하는 두 話者간의 전화앙케이트형식의 대화’는 앙케이트 대화인 만큼, 크게 대화의 시작과, 앙케이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진행되는 과정, 대화를 종료하는 과정으로 나눌 수 있겠다. 본 연구자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이를 ‘ 대화를 시작하는 앙케이트 열기’ 와 ‘ 대화를 종료하는 앙케이트 마감하기’에 관련된 發話행위부분과 ‘ 앙케이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진행되는 과정’의 發話행위의 두 부분으로 분류하고, 우선 본 연구에서는 ‘ 대화 개시/ 앙케이트 열기’와 ‘ 앙케이트 마감하기/ 대화 종료하기’에 관련된 發話행위 부분을 다루었다.
의사 소통을 목적으로 두 話者는 상대편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매우 다양한 언어행위?담화 조작을 하고 있는데, 이를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는 두 화자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언어와 사회?문화 관습이 다른 두 화자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언어행위는 보다 다양하다는 것을 엿 볼 수 있다.
우선, ‘전화앙케이트 형식의 대화’이고,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하는 프랑스인이 ‘送信者/조사자’이며 프랑스어를 외국어로 사용하는 한국인이 ‘受信者/응답자’라는 상황에서, 한국인들은 사회?심리학적차원에서는 上位性(superiorite)을 보여주고 있으며, 언어학적차원에서는 下位性(inferiorite)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자의 이러한 우위적 태도는 ‘앙케이트/대화 개시’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응답자’로서 ‘조사자’에게 나름대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상황을 자주 엿 볼 수 있었다. 이는, 프랑스어를 배우는 학습자의 상황보다는 앙케이트에 임하는 응답자의 위치를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후자의 경우는 ‘응답자’로서 앙케이트에 응하는 과정에서, ‘조사자’인 프랑스인의 표현을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한다든지, 長文의 표현보다는 短文이나 상대방 의견에 동의하는 단순한 ‘oui’로 답한다든지, 다소는 과장된 듯한 ‘c'est ca’, ‘voila’ 등의 표현들을 만날 수 있는 데, 이러한 상황의 반복은 두 화자의 관계가 어느 순간에 ‘조사자’와 ‘응답자’ 사이에서 ‘가르치는 자’(enseignant)와 ‘배우는 자’(apprenant)사이의 관계로 변형되어가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語源, 언어의 구조, 언어관습 등이 다른 프랑스어에 대한 한국 학생들의 불충분한 지식의 습득으로 볼 수 있겠다.
다른 한편으로, 대다수의 응답자들은 프랑스인이 자신들의 의견을 묻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만족감을 표현하는 긍정적인 면(특히, ‘앙케이트 마감하기/대화 닫기’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과 일부 응답자 중 ‘부정’이나 ‘거부’의 의사를 밝힌 경우가 있었으나, 대답에 응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그다지 소극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프랑스어로 표현해야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대답에 제대로 응할 수 없어 오히려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응답자도 만날 수 있었다. 이는, 무엇보다도 ‘본인이 상대방에게 친절하게 대함으로써 호감을 주면, 상대방도 본인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jeu mimetique)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침묵’(silence)의 상황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 긍정적’인 의미의 침묵과 ‘ 부정적’인 뜻이 내포된 침묵의 두 종류로 해석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프랑스어 표현의 어려움으로 인해 응답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서 나타나고 있는 침묵이며, 후자의 경우는 어떤 원인으로 인해 ‘앙케이트’ 자체에 응할 수 없으므로 거절?거부의 표현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도 직접 서로 마주보고하는 대화가 아니라 거리를 두고 전화로 하는 대화인 만큼, 최소한의 “hem” 혹은 “oui”, 아니면 “non”의 구두표현(expression verbal)이 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침묵은 경우에 따라서 ‘조사자’인 프랑스인이 ‘응답자’인 한국인의 의사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을 할 여지가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대화 자체가 기능을 상실(dysfonctionnement communicatif)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마주 보고하는 대화에서는 손짓?몸짓?태도에 의한 무언의 표현, 제스처 자체(non-verbal)도 의사 소통 과정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요소이지만, 앙케이트 형식으로 거리를 두고 전화를 통해 상대방과 나누는 대화인 데다 더욱이 母國語를 달리하는 서로 모르는 두 話者간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분석 결과들이 프랑스어를 외국어로 배우고/배우려고 하는 학습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어떤 한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언어의 어휘나 문법을 습득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언어를 가지고 주어진 상황에 실질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는 것으로 그 언어의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 지’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언어가 ‘어떻게 실제로 사용되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하였으며, 이와 함께, 한 외국어로의 의사소통능력은 그 언어를 나름대로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능력에다 그 언어를 주어진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문화능력(competence culturelle)의 중요함을 확인하는 데 일조를 기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