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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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화하는 문학
오시노 다케시
번역 : 강지연
「플랫화하는 문학」은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문학의 종언’ 선언 이후 일본 문학계에 등장한 다양한 영역의 문학 작품에 대해, ‘플랫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한 논문이다.
현대 정보화 사회가 낳은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의해 빠른 속도로 지식과 정보가 공유되고, 동등한 조건에서의 경쟁이 이루어진다는 ‘플랫화’ 현상은 세계 경제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지적 세계인 문학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1980년대에 유행한 포스트 모던 사상을 배경으로 ‘근대문학의 종언’을 선언한 가라타니 고진은 나카가미 겐지의 죽음을 그 기점으로 보는데, ‘기슈 사가’로 대표되는 나카가미 만년의 문학적 전환에서 소설의 종언과 서브컬처의 대두를 발견한다.
이후 문학의 영역에서는 ‘묘사의 감소에 의한 이야기 구조의 단순화’라는 특징을 통해 고도 정보화 사회에 유연하게 대응해 온 서브컬처가 컬처를 참칭하며 문학 영역의 플랫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예로 무라카미 류가 제창한 ‘슈퍼플랫’이라는 개념, 오타쿠 문화 옹호론의 대두, ‘세카이계’ 작품군의 등장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미스터리 장르에 대해서는 이미 세계대전 중의 탐정소설, 그리고 전후 탐정소설이 인간을 현실의 문맥에서 추상화·기호화하는 ‘래디컬한 형식주의’를 추구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며, 애초에 본격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21세기적 특성을 내포한 ‘플랫 문학’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메피스트상’을 통해 데뷔한 일련의 작가군 또한 문학의 ‘플랫화’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오타쿠계 문화 및 서브컬처와의 혼합, 세카이계적 세계인식, 과장된 명명, 일그러진 캐릭터성 등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러한 양상을 통해 일그러진 논리나 병렬의 폭력성까지도 병존하는 진정한 플랫 문학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 소개
이 논문의 저자인 홋카이도 대학 문학부의 오시노 다케시 교수는 나쓰메 소세키, 미야자와 겐지, 사카구치 안고를 중심으로 동시대 언설과의 관련성에 입각한 텍스트의 미적 기능과 이데올로기 분석,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재편을 둘러싼 사적 연구, 소년·소녀상의 변용에 관한 도상적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횡단적·포괄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서브컬처 문화와 관련하여 활발한 연구 성과를 보이고 있다. 「플랫화하는 문학」은 이러한 그의 최근 연구 분야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정리한 논문으로, 미스터리나 서브컬처 등과 같은 대중적 장르의 문학 연구가 가지는 의의 및 필요성을 논의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일본 미스터리 문학이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 사이에서 아직도 ‘미스터리 = 대중문학’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미스터리 장르가 문학 연구의 대상으로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시노 다케시 교수의 논문을 번역, 소개할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할 따름이다. 아무쪼록 이 논문의 번역이 한국의 일본 미스터리 문학 연구자들에게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원한다.
첨부파일 : 플랫화하는 문학_강지연.pdf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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