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본인보다 앞서 살아가고 있는 말을 더듬는 사람들의 “말더듬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말더듬이 그들의 삶에서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자의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말을 더듬는 중ㆍ장년기 성인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의 경험을 탐구함으로써 이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있다. 본 연구는 말을 더듬는 중ㆍ장년기 성인의 삶의 경험과 이들의 경험 속에서 말더듬이 갖는 서로 다른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내러티브 탐구를 연구방법으로 설정하여 탐구하였다. 내러티브 탐구는 개별 인간이 살아온 경험을 중요한 지식과 이해의 근저로 존중하면서 인간 삶의 경험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방법이다(Clandinin, 2013).
본 연구 수행을 위해 목적표집을 실시하였고 말을 더듬는 중ㆍ장년기 성인 3명이 연구 참여자로 참여하였다. 2023년 3월 4일부터 2023년 3월 31일 사이에 연구 참여자별로 각 두 차례씩 조용한 장소에서 심층면담을 진행하였다. 연구자는 연구 참여자들에게 익명성 및 비밀 보장, 연구 참여 중단의 권리, 면담에 대한 녹음 및 녹화 사항, 추후 면담 가능성, 연구 종료 후 자료 처리, 참여에 대한 보상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후 동의를 얻었다. 자료 분석결과는 삼각검증(triangulation)과 참여자점검과정(member check)을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연구 참여자와의 심층면담을 전사한 자료와 면담녹화영상, 연구자 노트, 연구 참여자의 인생그래프가 본 연구의 질적 자료로 활용되었으며, 주된 자료는 심층면담자료였다. 수집된 질적 자료는 내러티브 탐구방법인 ‘내러티브의 3차원적 탐구 공간’과 ‘4가지 방향성’에 따라 연구 참여자의 삶의 경험이 가지는 의미를 살피고 이해하고자 하는 데 활용하였다. 연구자는 심층면담자료를 반복하여 읽으면서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 속에서 살아낸 이야기를 살피고자 노력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 참여자 개개인의 삶의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내어 살펴보고, 이들의 말더듬 경험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엮어내어 재구성하였다. 연구 참여자 3명의 개인 내 분석과 개인 간 분석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연구 참여자 개개인의 삶의 이야기를 살피고 말더듬과 관련된 경험을 풀어내어 주제를 구성한 결과, [기은희]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 ‘나를 가장 몰라준 건 내가 아니었을까?’로, [나영규]는 ‘또 다른 소수자’, ‘여의치 않았던 시기와 조건’, ‘나는 시원하지 않았다’로, [김장우]는 ‘있는 그대로: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방식’, ‘괜찮은 줄 알았어, 앞으로도 괜찮다고 여기고 싶어’로 이야기의 의미주제가 도출되었다.
연구 참여자의 말더듬 경험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이야기를 엮어내어 주제를 구성한 결과, ‘지금 나는 이러해’, ‘살아가기 위한 선택’. ‘부모로서의 나’,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너희는 그러했으면 해’로 이야기의 의미주제가 도출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오랜 세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말더듬에 대처하며 말을 더듬는 삶에 익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이들이 살아가는 데 말더듬이 아무렇지 않거나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말을 더듬는 삶에 무디어진 것이다. 익숙해진 말더듬이 더 이상 이들의 삶에 큰 불편으로 느껴지지 않아 현재의 삶에 있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막상 말더듬이 나타나는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면 이전의 반복된 부정적인 경험에서부터 오는 감정과 인식이 떠올라서 말더듬을 되풀이하거나 그 상황을 회피하였다. 이들은 일생동안 반복되는 말더듬이라는 굴레 속에서 말더듬으로 인한 부정적 경험을 감수하며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이 말더듬으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아왔기에 말을 더듬는 청년들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며 다음 세대를 살아갈 청년들을 응원한다.
본 연구의 수행 과정은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가 함께 연구 참여자의 경험을 탐색하고, 경험을 삶의 맥락 속에 놓고 그 의미를 반추하며 성찰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 속에서 연구 참여자들은 평소 드러내어 고민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터놓고 자신의 말더듬을 조금 더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이는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 모두에게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임상현장에서 언어치료사는 말을 더듬는 중ㆍ장년기 성인이 살아온 삶에 귀 기울여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치료동맹으로 견고한 신뢰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내담자가 말더듬에 대한 스트레스에 긍정적으로 대처하여 안정적인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충분한 상담과 정보를 제공해야 함을 논의에서 밝혔다. 또한 본 연구는 말더듬을 변화가 필요한 문제로 인식할 것이 아닌 다양한 의사소통의 한 형태로써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개선 운동에 일행하는 데 의의가 있다. 후속연구를 위한 제언으로는 말을 더듬는 중ㆍ장년기 성인은 격동의 시대적 변화를 겪으며 살아왔기에 이들이 겪은 사회문화적 특성이 말더듬과 연관되어 이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가를 알아볼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노년기 성인의 말더듬과 관련된 경험까지 살펴보며 인생의 전체생애주기에서 말더듬이 가지는 의미를 더하여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