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사회복지사들이 아동학대행위자로부터 겪은 폭력 경험의 다양한 양상과 그 영향력을 탐색하여 그들의 일과 삶에서 폭력경험이 어떠한 본질적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이를 통해 아동보호현장에서 사회복지사들이 경험하는 아동학대행위자로부터의 폭력 경험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확장시켜 다양한 클라이언트로부터의 폭력 문제를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정책적·실천적 대안을 모색하였다.
본 연구의 연구질문은 ‘아동학대행위자의 폭력에 노출된 사회복지사의 경험은 어떠한가?’ 이고 연구참여자들이 경험한 폭력의 양태를 비롯해 각각의 참여자들이 어떤 인지적·감정적 과정을 통해 수용했는지, 그리고 일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하였다. 자료수집 기간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이며 연구참여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사회복지사들 중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는 이들로 유의 표집과 눈덩이 표집을 혼용해서 선정하였다. 심층인터뷰 이전에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본 연구의 주제와 목적에 대해 미리 설명한 후 참여자들이 근무하는 기관의 상담실 또는 별도로 마련한 조용한 장소에서 평균 1-2시간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지자체에서 아동학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총 6명으로, 아동학대 현장조사 및 사례관리 분야의 근무 경력이 최소 5년 이상인 자들이다. 참여자들은 모두 정규 대학 혹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기혼의 사회복지사로써 이들의 연령은 30대 초반에서 40대 후반 이었다. 본 연구는 Creswell(2015)이 제시한 복합적 사례연구방식을 연구방법으로 주로 활용하였고 아동학대행위자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사회복지사를 연구단위로 내용분석을 하였다. 각 참여자들이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 아동학대행위자로부터 폭력을 경험했는가를 사례별로 내용을 분석하였고, 사례들 사이에서 유사성 및 특이성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차원의 분석을 시도하여 통합적인 주제 및 폭력경험의 본질적 의미를 도출하였다.
연구참여자 6명에 대한 사례간 분석 결과, 3개 영역과 12개의 공통주제를 구분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영역은 아동학대행위자에 의해 참여자들에게 가해지는 폭력 경험의 양상으로써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었다. 하나는 언어폭력과 악성민원에 응대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감정받이’로 버티고 있는 양상이었고, 다른 하나는 다양한 현장에서 학대행위자로부터 직접적인 신체적 폭력을 당하거나 혹은 잠재적 폭행피해상황에 노출되는 반복되는 현실이었다. 두 번째 영역은 연구참여자가 아동학대행위자로부터의 폭력을 경험하고 느낀 심리정서적인 반응에 관한 것이다. 연구참여자들은 다양한 폭력을 경험하면서 가장 먼저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꼈으며, 현실적 한계로 인해 학대행위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보다 억울하고 답답함을 더 크게 느꼈다. 세 번째 영역은 폭력경험의 영향과 그에 대한 대처로써 세부적으로 ‘전문가적 지위에 대한 혼란’, ‘삶의 균열’, 그리고 ‘각자도생’ 이라는 세 가지 주제들로 구분할 수 있었다. 학대행위자의 무시와 폭력적 언행에 기인하는 불안감과 수치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사회복지사라는 전문가로서의 역할과 지위에 대한 심각한 혼란을 겪었다. 또한 학대행위자의 폭력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는 현실과 과중한 업무로 소진을 겪으면서 결과적으로 사직을 고려하는 등 사적인 삶까지 균열을 겪고 있었다. 더불어 폭력에 관한 교육훈련이나 사후 지원제도가 충분하지 못해 결국 홀로 스스로 맞서야 하는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왔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참여자들이 겪은 폭력경험에 내재된 본질적 의미를 불안, 자부, 소외, 지지라는 네 가지 요소로 정리하고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으로 구분하여 상호 영향관계를 살펴보았다. 연구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아동학대행위자들로부터의 폭력을 경험하고 견뎌내는 과정에서 사회복지사로서의 초창기에 가지고 있던 자부심과 동료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로서의 역할에 대한 심각한 회의와 책임, 그리고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인해 불안과 소외를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더불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과 개인적 삶 사이의 균형을 잡고자 살얼음판 위를 홀로 걷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연구결과에 근거해 사회복지적 차원의 정책적·실천적 제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대행위자들의 폭력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며, 악성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세부적인 업무지침도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아동학대행위자에 의한 폭력 예방과 사후 대처가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퍼비전 체계를 내실화하고 피해를 입은 실무자들에 대한 사후 외상치료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해야 한다. 셋째, 아동보호전문기관 사회복지사에 대한 안전교육과 훈련이 실제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신변보호를 위한 추가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기관 간 협조 체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경찰 간 공동 업무수행지침을 마련하고 전산시스템 통합도 고려해야 한다. 다섯째,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교육 및 관리가 충실히 이행되도록 사례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본 연구는 개인적인 폭력경험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참여자를 임의표집 하다 보니 근무기관의 규모나 관할 지역의 특성, 그리고 참여자들의 개인적 특성을 안배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이에 추후에는 다양한 집단 혹은 개인별로 폭력경험의 영향력 차이를 비교하여 탐색하거나 폭력경험을 극복하고 신뢰적 관계회복에 성공한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차원의 질적 연구가 시도되기를 바란다.


주제어 : 아동학대행위자, 폭력경험, 아동보호전문기관, 사회복지사, 질적사례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