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다차원 성장혼합모형(Multidimensional Growth Mixture Modeling)을 적용하여 비동시적 온라인 수업 중 나타나는 초등학생들의 세 기본심리욕구 충족 수준 변화를 유형화하고자 하였다. 일반적인 성장혼합모형은 특정 변수의 변화를 토대로 유형화를 시도하고 유형별 변화 양상을 파악한다. 하지만 다차원 성장혼합모형은 일차 성장혼합모형 내 하위 영역들의 변화 궤적이 나타내는 이질성을 동시에 파악하여 유형화한다. 따라서 다차원 성장혼합모형은 세 기본심리욕구인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 욕구 충족 수준 변화를 각각, 동시에 고려하여 유형화할 수 있다. 이렇게 확인된 잠재계층에 대한 예측 변인으로는 성별, 학년, 수학 과목의 사전성취를 검증했으며, 잠재계층에 따른 결과 변인으로는 참여, 즐거움, 불안, 수학과목의 사후성취의 차이를 검증했다. 연구는 6주 동안 수집된 초등학생 260명의 개인별 응답 10회를 토대로 했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학생들의 세 기본심리욕구 충족 수준 변화는 3개 집단으로 유형 구분이 가능했다. 특히 자율성 및 유능성 욕구 충족 수준 변화 양상의 차이가 뚜렷했다. 관계성 측면은 세 집단 모두에서 초기값(절편) 차이 및 변화(기울기)가 관찰되지 않았다. Class 1은 보통 수준의 자율성 욕구 충족 수준 초기값과 낮은 수준의 유능성 욕구 충족 수준 초기값을 나타냈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이 진행될수록 자율성과 유능성 욕구 충족 수준이 점차 감소해 갔다. Class 2는 가장 높은 자율성, 유능성 욕구 충족 수준의 초기값을 가지고 있었으며 온라인 수업이 진행될수록 자율성 욕구가 더욱 충족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유능성 욕구 충족 수준에는 변화가 없었다. Class 3에 속하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자율성 욕구 충족 수준 초기값과 Class 1과 같은 수준의 낮은 유능성 욕구 충족 수준의 초기값을 나타냈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 기간 내내 자율성, 유능성 욕구 충족 수준 모두 변화가 없었다.
잠재계층의 구분이 결과변인들에 주는 영향을 확인하기 전에, 먼저 세 잠재계층 구분에 대한 예측 변인들로 학생 성별, 비동시적 온라인 수업 실시 전 측정된 사전 성취, 학년을 분석했다. 이중에서는 학년만이 유의했다. 학년이 높을수록 Class 1(자율성 중수준/감소, 유능성 저수준/ 감소), Class 2(자율성 고수준/증가, 유능성 고수준/유지)보다는 Class 3(자율성 저수준/유지, 유능성 저수준/유지)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 결과는 비동시적 온라인 학습 장면과 일반적인 대면 학습 장면이 기본심리욕구 충족 수준과 관련 변인 간 관계에 있어 공통점과 함께 일부 차이점을 갖는다는 점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각 잠재계층에 따른 결과 변인 간 차이를 검증했을 때 불안, 즐거움, 행동적·정서적·주도적 참여에서 일관된 차이가 나타났다. 인지적 참여, 비동시적 온라인 수업 실시 후 측정된 사후 성취 측면에서는 세 잠재계층 간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Class 2(자율성 고수준/증가, 유능성 고수준/유지)의 학생들은 행동적·정서적·주도적 참여, 즐거움 같은 긍정적 측면에서 세 잠재계층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는 한편 불안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Class 1(자율성 중수준/감소, 유능성 저수준/감소)과 Class 3(자율성 저수준/유지, 유능성 저수준/유지)간에도 차이가 있었다. 행동적·정서적 참여와 즐거움에 있어서는 Class 3이 Class 1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불안과 주도적 참여에 있어서는 두 잠재계층 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Class 3(자율성 저수준/유지, 유능성 저수준/유지)이 Class 1(자율성 중수준/감소, 유능성 저수준/ 감소)보다 더 높은 참여 및 즐거움과 관련된다는 점이다. 초기값은 Class 1이 Class 3보다 오히려 높거나 서로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후의 변화 양상에 있어 Class 1은 감소, Class 3은 유지되었다는 점이 결과 변인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불안에 있어 Class 3과 Class 1 간 차이가 없다는 점도 같은 이유로 주목할 만하다. 이 결과들은 특정 시점의 자율성, 유능성 욕구 충족 수준보다 시간이 흐르며 확인되는 부정적 변화가 결과변인에 더욱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와 같다.
연구자가 확인한 바로는 본 연구와 같이 세 기본심리욕구 충족 수준 변화를 동시에 고려하여 유형화를 시도한 연구는 매우 찾기 어려웠다. 이를 통해 초등학생 기본심리욕구 충족 수준과 사회적 맥락 간의 상호작용 규명에 기여했다는 점이 본 연구의 첫 번째 의의다. 두 번째 의의는 어느 한 시점의 기본심리욕구 충족 수준 보다는 그 부정적인 변화 양상이 결과변인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데 있다. 세 번째 의의는 전면 비동시적 온라인 학습 장면에서 초등학생들의 기본심리욕구 충족 수준 변화를 살핌으로써, 기존의 온라인 학습 관련 연구들이 배제하기 어려웠던 대면학습 상황을 어느 정도 통제한 상황에서 결과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교육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초등학생들의 세 기본심리욕구 충족 수준은 각 욕구별로, 시시각각 변화하며 특징적인 유형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교사 및 학부모는 학생들의 기본심리욕구 충족 수준에 대해 높다, 혹은 낮다고 단편적인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학생별, 기본심리욕구별 변화 과정에 주목한 세심한 교육적 지도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특정 시점의 기본심리욕구 충족 수준보다는 부정적인 변화 양상이 결과변인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매 학습 시간마다 학생들의 기본심리욕구 충족 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내용과 방법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셋째, 비동시적 온라인 학습 장면에서는 기본심리욕구 충족을 경험하는 학생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많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를 감안하여 비동시적 온라인 학습 장면을 구성하거나 기본심리욕구 충족을 지지할 수 있는 교사 및 학부모의 추가적인 역할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