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서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피폐해진 미술계의 회복을 꾀하고 있었다. 1950년대 말부터 서독에서는 당대 미술계를 주도했던 유럽과 미국의 추상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가 기획되었으며, 서독 예술가들은 앵포르멜과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명성을 좇으려 했다. 서독이 유럽과 미국의 미술을 수입하는 가운데 1960년대에 이르러 미국의 팝 아트가 부흥하자 서독에서도 미국의 팝 아트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서독의 예술가들은 팝 아트를 받아들여, 자신들의 작품에 자본주의 사회의 상품을 포함시키고, 화려한 대중문화의 이미지들을 결합시키기 시작했다. 본 논문은 이렇게 만들어진 독일의 팝 아트가 자본주의 사회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밝힘으로써, 독일의 맥락에서 팝 아트가 전개된 방식에 대하여 확인하고자 한다.
I장에서는 서독에서 팝 아트가 발전하기 이전, 1950년대부터 미국 미술이 독일에서 받아들여진 배경을 미국의 입장과 독일의 입장에서 각각 탐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냉전 시기에 미국이 독일에 자신들의 문화를 수출하고자 했던 노력을 살펴볼 것이며, 나치 통치 기간 동안 미술계의 성장이 억제되었던 독일에서 유럽과 미국의 미술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했던 문화적 상황을 확인할 것이다. 냉전 시대 미국 추상의 전파는 미국과 독일 모두에 이념적으로 중요했는데, 독일은 미국 미술을 열렬히 참조하여 나치 시기 모더니즘에 대한 탄압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미국 미술의 적극적 수용이 60년대에도 이어져 독일에 팝 아트가 전파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음을 규명할 것이다.
II장에서는 1960년대 미국의 팝 아트 전개 과정을 확인하고, 당시 서독에서 팝 아트의 수용이 일어난 경위를 파악하고자 한다. 오늘날 독일은 미국 바깥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팝 아트 콜렉션을 소장한 국가로, 이러한 콜렉션은 서독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미국에서 팝 아트는 대중문화 속의 이미지를 예술로 통합하여 고급 미술과 상업의 경계를 흐림으로써 예술의 경계를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팝 아트의 성격은 독일에서도 동일하게 재생산되었는가? 본 논문에서는 서독에 전파된 미국 팝 아트의 특징을 개괄하고, 그 특징이 1960년대 서독에서 수용되었을 때 서독에 어떤 지적 토대가 있었는지 추적하고자 한다. 서독 예술가들이 미국 팝 아트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규명함으로써, 독일의 팝 아트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준거가 마련될 것이다.
III장에서는 미국 팝 아트에 영향을 받아 등장한 독일 팝 아트의 전개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1960년대 초 자본주의 리얼리즘(Capitalist Realism)이라는 용어를 만든 독일 뒤셀도르프의 젊은 예술가들이 연 두 차례의 전시를 통해 전후 서독에서 전개된 팝 아트의 주요한 움직임을 확인하고, 이로부터 확인할 수 있는 독일 팝 아트의 특징을 규명할 것이다. 독일 팝 아트에는 ‘경제 기적’이라 불리는 급격한 경제 성장 시기를 지나고 독일인들이 누리게 된 상품 사회에 대한 반응과, 이 상품 사회의 화려함이 전쟁 범죄라는 독일의 과거사를 감추어 버린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드러난다. 이러한 특징들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자본주의 리얼리즘에 관여한 예술가들을 비롯해 당대 미국 팝 아트에 영향을 받은 다른 예술가들의 대표적인 작품을 분석할 것이다.
본 논문은 독일 팝 아트에 대한 개괄적인 연구이다. 기존 독일 팝 아트 연구에서는 두 가지 한계가 존재하였는데, 한 가지는 영미권 이외의 팝 아트로서 독일 팝 아트 연구가 지엽적이고 부차적인 것으로 다루어져 독일 팝 아트가 주변부에 머무르게 된 것이며, 다른 한 가지는 자본주의 리얼리즘을 독일 팝 아트의 전부로 미루어 보고 팝 아트에 영향을 받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최근 10년간 독일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1960년대 미국 팝 아트에 영향을 받은 독일 팝 아트를 주제로 한 전시가 이루어졌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시도들을 참조하여 독일의 팝 아트 연구가 영미권 밖의 팝 아트 연구가 확장되는 데 핵심적임을 인식하고, 독일 팝 아트가 무엇인지 규명함으로써 그 물꼬를 트고자 한다.

West Germany in the 1960s was seeking cultural restoration following rapid economic growth post World War II. Exhibitions introducing abstract art from Europe and America which led the contemporary art world from the late 1950s were held in West Germany, and West German artists were greatly influenced by Informel and American Abstract Expressionism. While West Germany was importing European and American art, American pop art began to boom in the 1960s, marking its presence in West Germany as well. West German artists started to incorporate products of capitalist society and images of gaudy popular culture into their artworks. This thesis attempts to analyze how pop art unfolded in the context of German society by revealing how German pop art expressed the critical recognition of capitalist society.
Chapter I attempts to investigate the reasons why American art could have made its way into German society in the 1950s before pop art became popular in West Germany, from the perspective of the United States and West Germany, respectively. To this end, I would like to look into the efforts that Americans made to import their culture during the Cold War, and the cultural situation in which it was important for West Germany to embrace European and American art, where modernist art was strictly oppressed under the Nazi regime. The spread of American abstract art during the Cold War was ideologically significant for both the United States and West Germany, with West Germany eagerly referring to American art to overcome the suppression of modernist art during the Nazi period. This active reception of American art continued in the 1960s, laying the foundation for the spread of pop art in Germany.
Chapter II examines the development of pop art in the United States in the 1960s and attempts to find out how pop art was accepted in contemporary West Germany. Today, Germany houses the largest American pop art collection in the world outside the United States, and this collection dates back to the 1960s’ West Germany. American pop art is known to have expanded the boundaries of art by integrating images of popular culture into art and blurring the border between high art and consumerism. Was this true for German pop art as well? This thesis outlines the characteristics of American pop art that was shown in West Germany and traces back what intellectual foundation West Germany had when American pop art was accepted in West Germany. By identifying how West German artists accepted American pop art, the characteristics of German pop art will be demonstrated.
Chapter III inspects the development of German pop art influenced by American pop art. First, the major movement of West German pop art will be outlined by examining two exhibitions held by young artists from Dusseldorf, who coined the term ‘Capitalist Realism’ in the early 1960s, and then characteristics of German pop art will be derived. German pop art displays a reaction to the commodity society that was brought to Germans after rapid economic growth called Wirtschaftswunder and reveals a critical consciousness of the reality that the splendour of the commodity society concealed Germany’s past war crimes. To spell out such characteristics, I would like to analyze the artworks of capitalist realists and other artists who were influenced by contemporary American pop art.
This thesis is a comprehensive research on German pop art. There existed two limitations in existing German pop art research: one is that German pop art remains in a marginal research field since it is treated peripheral and secondary to Anglo-American pop art; the other is that activities of the capitalist realists are regarded as the sole art movement that is relevant to pop art in West Germany, and thus other artists’ works influenced by American pop art were not highlighted. Recognizing such limitations, art exhibitions under the theme of German pop art have been held in Germany in the past decade, trying to incorporate a wide range of German pop artists who were influenced by American pop art. In this thesis, I intend to refer to such attempts and present an example of an investigation of pop art in German context, thereby demonstrating that German pop art research holds great significance in enlarging the subject matters of pop art research outside the Anglo-American pop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