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생애초기부터 평생을 함께 해온 가장 친밀한 애착대상이다. 그러므로 비록 성인이라 하더라도 부모를 사별하는 것은 가장 고통스러운 외상사건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노환으로 사망한 부모의 죽음을 ‘호상’이라고 표현하며 지나치게 슬퍼하는 것에 대해 금기시한다. 이러한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부모를 사별한 성인기 자녀들은 상실의 슬픔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고 더구나 애도를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본 연구는 성인기에 부모상실을 경험한 내담자들이 경험하는 정서와 사고는 매우 복합적이며 다양할 것으로 보고 일반적인 언어 상담으로는 접근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내담자의 다양한 심상에 개방적으로 접근하고 심상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재구성하는 심상재각본 처치를 적용하여 언어적 처치와의 효과차이를 비교하고자 무작위 통제 실험연구를 수행하였다.
본 연구는 2개의 연구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상실로 인한 복합적인 정서를 측정하기 위해 연구 1에서 복합비탄척도를 번안하고 타당화하였다. 연구 2에서는 복합비탄척도(K-ICG)를 활용하여 성인기에 부모를 사별하였고 이로 인한 상실감을 경험하는 105명을 선정하여 실험을 실시하였다. 실험집단, 비교집단, 통제집단에 무작위로 35명씩 할당하여 부모사별경험을 회상하는 동영상을 시청한 후 실험집단에는 심상재각본 처치를, 비교집단에는 언어적 처치를, 통제집단에는 무처치를 실시하였다. 반복개입과 반복측정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처치는 1주일 간격으로 3회 실시하였고 연구자와 참여자가 1대 1 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심상재각본 처치의 구성요소는 Smucker 등(1995)이 개발한 4단계 구성내용과 Arntz 등(1999)의 3단계 구성내용에 기반하되 한국인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여 상실한 부모와의 애착관계를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내용을 보완하였다. 첫 단계 심상노출 단계에서는 어린 시절 부모와 연관된 긍정적ㆍ부정적 기억을 심상으로 활성화시켜 재경험하고, 두 번째 주도심상화 단계에서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원하는 것을 확인하고 교정하고 싶은 내용을 삽입하며 세 번째는 심상재구성 단계로 상징화된 애착대상을 내면화하기 위해 부모와의 관계를 재구성하고 안전기지를 확보하며 마지막 단계는 정서적-언어적 처리를 위해 정서와 사고를 서사적(narrative) 언어로 변형시켜 왜곡된 인지구조를 수정하는 과정으로 구성하였다. 심상재각본 처치집단에서는 심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눈을 감은 채 모든 자극을 청각으로 제시하였고 언어적 처치집단에서는 동일한 내용을 글자로 제시하고 쓰고 읽도록 하였으며 무처치 집단은 동일한 시간동안 가치중립적인 내용의 신문사설을 읽도록 하였다. 집단별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기저선, 상실기억 활성화 후, 처치 후, 종료 1주일 후에 복합비탄정서와 인지적 전략, 정적ㆍ부적정서를 측정하여 분석하였다. 중도탈락자와 불성실한 자료를 제외하고 총 86명의 데이터에 대해 기술통계와 공분산분석(ANCOVA)을 실시하였고, 정서와 인지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험집단은 비교집단과 통제집단에 비해 복합비탄정서가 더 많이 감소하였고 1주일 후에도 효과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비교집단의 경우에도 실험집단에 비해 작은 효과였으나 처치 후 복합비탄정서가 낮아졌으며 1주일 후까지 효과가 지속되었다. 둘째, 긍정적 인지적 전략의 경우 실험집단은 비교집단에 비해 더 많이 증가하였고 1주일 후에도 효과가 유지되었다. 비교집단에서도 사전 값에 비해 사후 값과 추수 값이 증가하였으나 아무 처치를 제공하지 않은 통제집단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셋째, 부정적 인지적 전략의 경우 사전 값 대비 사후 값은 집단 간 유의한 관계가 있었으나 추수 값에서는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다. 이는 실험집단과 비교집단 모두 부정적 인지적 전략의 감소에 유의한 효과가 있었고 1주일 후까지 효과가 지속되었다고 볼 수 있다. 넷째, 실험집단과 비교집단 모두 활성화 직후인 1회기에 큰 정서변화를 보였는데 이는 정서가 활성화되었을 때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실험집단은 회기가 진행될수록 변화폭이 커진데 비해 비교집단은 회기 간 큰 차이 없이 유지되었다. 결론적으로 실험집단과 비교집단 모두 정서와 인지의 변화에 효과를 보였으며 실험집단에서 더 많이 변화하였고 실험 종료 1주일 후까지 효과가 더 많이 유지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심상재각본 처치와 언어적 처치의 효과 비교, 치료적 관계의 영향 등 연구 및 상담 실제에 대한 시사점을 논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