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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2017년 고령화율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들어섰으며 2025년에는 20%에 이르러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농촌인구의 고령화율은 이미 2018년에 44.7%를 돌파했으며 앞으로 그 상승속도가 더욱 빨라질 기세이다.
젊은층이 사라진 농촌마을은 공동체 약화로 주민 상호 간의 돌봄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노인들의 경우, 신체적 쇠약, 수발자 부재, 주택 노후화 등 일상생활 장애요소로 인해 ‘삶의 질(QOL)’이 저하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특히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며 다양한 행위의 거점이 되는 주택에 있어서는 나이가 들고 건강상태가 나빠짐에 따라, 전에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가지 생활 불편사항들이 새롭게 대두된다. 일반적인 농촌주택은 건축연대가 오래되고 노후화된 경우가 많으며, 생활공간의 배치, 바닥의 단차, 출입문의 구조와 설비 등으로 인해 안전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점 규명과 적절한 개선방안이 마련되어야, 노인들이 오랫동안 살아왔던 자기 ‘집’을 떠나지 않고, 안정된 ‘노년의 삶’을 유지시킬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게 된다.
위와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본 연구는 전라남도 광양시 옥룡면의 고령화율이 높은 4개 마을을 대상으로, 노인들이 거주하는 농촌주택을 직접 방문하여 관찰 및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건축구조 및 단위공간에서 발생하는 주생활 곤란성을 밀도 있게 규명한 후, 고령기 농촌주택의 바람직한 개선방안에 대한 건축계획적 기초자료를 제시하려는 목적에서 수행된 것이다.
본 연구의 구성 및 흐름을 정리하면 총 6장으로 나누어지며, 각 장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제1장에서는 연구의 배경 및 목적, 범위 및 방법 등을 제시하고, 선행연구의 분석을 통해 연구수행의 당위성과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제2장에서는 본 연구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고령화 현상과 농촌노인 특성, 그리고 노인 거주실태에 관한 기본지식들을 서술하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와 관련해 발생되는 문제점들에 대해 고찰하였다.
제3장에서는 조사대상 지역의 지리적·산업적·인문적·사회적 특성들과 가구분포 현황 등을 살펴보고, 설문조사 대상 노인의 특성 및 생활여건 등을 면밀하게 파악해 기술하였다.
제4장에서는 조사대상 농촌주택의 현황 및 기본특성들을 파악하고, 주생활 공간을 외부 및 실내 공간으로 나누어 각 영역별로 관찰 및 실측 조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놓았다.
제5장에서는 조사대상 노인주택에서 발생했던 안전사고 내용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요인분석과 개선방안을 외부공간과 실내공간으로 나누어 제안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해외 선진사례 및 국내 주택설계 적용사례를 제시하였다.
제6장에서는 지금까지의 연구내용을 총괄하는 의미에서, 주생활 곤란성의 발생경위 및 개선방안을 종합적으로 고찰한 후, 연구수행 단계에서 발생했던 한계점과 앞으로의 추가 연구과제를 밝혀 놓았다.
마지막으로 연구결과를 간단하게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대상 노인의 특성으로서, 여성과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가 많았으며, 표면적인 건강상태는 양호하나 관절계통의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례가 다수였다. 그리고 절반 이상이 다양한 보행보조 기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주택 내 생활공간 및 편의설비 정비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둘째, 노인 단신 및 부부만의 가구가 80%를 초과하나, 인근에 별다른 수발자가 없는 경우가 많아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곤란을 겪기 쉬운 실정에 처해 있다. 또한 전체 가구의 3/4이 아직까지 기본적인 가사를 직접 처리하고 있으며, 이후 나이가 더 들면 틀림없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긴급상황 대비 및 가사도움을 위한 공적 수발시스템 확보를 서두룰 필요가 있다.
셋째, 조사대상 주택에 있어 노후화 정도는 그리 심하지 않았으나 냉난방에 문제를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내부 단위공간과 관련해서 가장 뚜렷한 문제점은 바닥 단차로서, 특히 마당에서 기단과 현관을 거쳐 마루나 거실로 오르는 공간에서 높이 차이가 제일 심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각종 생활공간의 출입문(대문, 현관문, 방문 등)에 턱이 생긴 경우와 움켜쥐기 어려운 손잡이가 설치된 경우, 거실과 침실의 바닥이 미끄러운 비닐계 재질로 마감되어 낙상발생 우려가 큰 경우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위생공간(욕실, 화장실, 세면대, 세탁실)은 여러 공간을 거쳐서 진입해야 하는 경우와, 벽체 및 위생기구 주변에 손잡이가 설치되지 않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나, 전체적으로는 넓이가 협소한 점이 가장 큰 생활 장애요소라 판단된다. 그리고 실내에 화장실이 없는 문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상으로 살펴본 노인거주 농촌주택은 고령기 생활을 지속하기에 적지 않은 곤란성들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문헌에서 언급하듯 노인들은 자기가 오랫동안 살아 익숙해진 마을과 집을 떠나지 않으려는 경향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의 주택이나 복지시설로 거처를 옮길 경우, 생활의 질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치매발병 같은 극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주택환경을 개선해 지역과의 관계성을 유지하며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 수리 및 개량에 대한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수립과 지역의 적극적인 지원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