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체홉(Anton Chekhov, 1860-1904)의 작품은 당대의 리얼리즘 작품들과 차별점을 가지는데 이는 체홉극 고유의 일상성(Everyday Life)에서 기인한다. 체홉의 일상성은 표피적인 차원의 재현적 일상성이 아니라 일상적인 모습 속에 비일상적인 인간 삶의 속성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관극경험을 환기시킨다. 때문에 체홉극은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사랑받았으며 다양한 형태로 활발히 무대화되고 있다. 윤성호 작가의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은 체홉의 <바냐 아저씨>를 2018년 서울을 배경으로 재창작한 작품으로 소통의 부재와 개인의 결핍이라는 주제를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체홉극의 일상성을 한국의 동시대적 일상으로 녹여내어 원작의 현지화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술에서의 관점은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연극에서의 일상성 역시 예술과 현실의 관계에 관한 예술가들의 사유의 변화에 따라 그 관점과 양상이 다양하게 변화하였다. 전통적인 재현적 연극에서의 일상성은 현실을 무대 위에 ‘재현’하는 것이며 현실과의 유사성에 가치 판단의 기준을 두었다. 하지만 포스트드라마 시대의 도래 이후 오늘날의 일상성은 현실의 재현이 아닌 시뮬라크르이며 이러한 맥락에서 동시대 연극에서 다루는 일상성 역시 작가와 연출에 의해 선택되고 확장되어 반복적으로 그 차이를 드러내는 시뮬라크르적 일상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동시대적 일상성을 다룬 작품을 무대 형상화하기 위해선 시뮬라크르적 일상성의 개념의 이해와 또 이를 가시화할 수 있는 새로운 연출 접근 방법이 동시에 요구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시뮬라크르적 일상성을 다룬 선행연구들이 주로 이론과 비평 위주의 연구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체홉이 그 당시 ‘새로운’ 일상성을 통해 관객에게 진실한 삶의 단면을 제시하려 했던 점을 고려할 때, 시뮬라크르적 일상성을 다룬 공연 중심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동시대의 일상성을 무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연구의 목적을 바탕으로 본고는 연구자가 연출한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프로덕션 (2020년 7월 1일~5일,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을 바탕으로 시뮬라크르적 일상성을 강화할 수 있는 연출 접근방법을 도출하고자 한다.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의 창작 과정은 사전준비단계(Pre-Production), 작품제작단계(Production)로 진행되었다.
사전준비단계(Pre-Production)에서는 제1절 작품 분석을 통해 1. 첫인상 및 줄거리, 2. 연구조사 : 안톤 체홉과 윤성호, 3. 극 구조 분석, 4. 초목표, 제2절 인물 분석을 통해 무대 형상화에 필요한 작품 속 핵심 개념들을 도출하였다. 그리고 제3절 시뮬라크르적 일상성의 이론적 배경에서 1. 체홉의 일상성, 2. 시뮬라크르적 일상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끝으로 무대 형상화 과정인 작품제작단계(Production)를 통해 제1절 시뮬라크르적 일상성의 강화에서는 1. 배우와 인물의 공존, 2. 동시 발화 기법을 통한 관극방식의 전환을 논의하였고 제2절 시뮬라크르적 캐릭터 창조에서는 1. 인물 특성 및 허구성 강화, 2. 신체적 공동 현존을 통한 수행적 특성 강화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제3절 분위기 창출을 위한 수행적 시노그래피에서는 1. 무대 : 공간의 물질성 극대화 2. 음악 : 과거로의 회귀, 3. 조명 : 이중적 공간 구현, 4. 영상 : 몽타주와 콜라주를 중심으로 시뮬라크르적 일상성에 기반 한 연출 접근 방법을 연구하여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의 시뮬라크르적 일상성의 특성 강화 및 수행적 전환의 가능성을 확인해보고자 한다.

Anton Chekhov(1860-1904)’s plays are different from other 19th century realism pieces due to unique daily life of the Chekhov play. The Daily life of Chekhov is not a reproducible routine on a superficial level. This evokes a new experience of theatre by presenting an unusual nature of human life in everyday life. Therefore, Chekhov''s plays have been loved by many artists and are actively staged in various forms. A playwright, Yoon Sung-ho''s <The Lonely, The Tired, The Sad>(2018) in Seoul which will be dealt in this paper is a re-creation of <Dyadya Vanya> by Anton Chekhov. This captures the theme from lack of communication and individual deprivation. It is also known as faithful example of localization of the original Chekhovian play by incorporating the daily life of Chekhov into contemporary daily life of modern Korean society.
A view of art is bound to depend on how oneself view reality. Thus, the view and aspect on the everyday life in the play also varied as artists changed their reasons for the relationship between art and reality. In traditional reproducible plays, the everyday life was to "re-enact" reality on stage and to set the standard of value judgment on similarities with reality. However, after the advent of the post-drama era, everyday life is at a completely different starting point from that of the past. As Jean Baudrillard (1929-2007) said, this is the age of Simulacre. In other words, contemporary everyday life should be viewed as a simulacratic everyday life, not as a reproducible one like the past. In this context, it is also necessary to understand that the everyday life dealt within contemporary plays is a simulacratic everyday life that is selected and expanded by writers and directors to reveal the difference repeatedly. In order to stage such works, understanding the concept of simulacratic everyday life and a new directional approach to visualize them are required at the same time.
This paper aims to create directorial approaches that strengthen the simulacratic everyday life, which is revealed in <The Lonely, The Tired, The Sad>. To this end, the creation process of <he Lonely, The Tired, The Sad> went through pre-production and production phase.
The pre-production phase is consisted of 3 sections. The first section was analysing the play to figure out the followings: 1. The first impression and synopsis 2. Research : Anton Chekhob and Yun Sung-ho, 3. Play structures, 4. Super-Objective. The character analysis in Section 2, derived the core concepts of the work needed for stage creation from the play. On the section 3, the theoretical background of the Simulacratic everyday life covered the followings: 1. Chekhov''s everyday life, 2. Simulacratic everyday life.
Through the production process, the stage creation process, I examined section 1 as strengthening the Simulacratic everyday life, section 2 as creating the simulacratic characters, section 3 as the performative scenography for creating atmosphere in terms of scenic, sound, lighting, and media design.
Through the research, I confirmed the possibility of strengthening the characteristics of the simulacratic everyday life and performative transitions of <The Lonely, The Tired, The 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