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가운데 전통적으로 차이보다 동질성에 보다 큰 가치를 부여해온 한국의 조직문화는 다양성의 확대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리더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다양성이 증가하는 상황을 함께 고찰해야 하며, 특히 한국적 상황에 맞는 리더십 이론과 실무적 적용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연구의 목적은 한국의 전통적인 철학과 사상 속에서 한국기업들의 조직적 성과를 제고할 수 있는 리더십 요소들을 찾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신라의 승려인 원효가 불교사상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모으고 그 가운데 궁극적인 해석을 제시하고자 사용했던 화쟁사상에 주목하였다.
화쟁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전후의 7세기에 살았던 원효(617∼686)의 대표적인 사상으로서, 한국의 전통사상 가운데 아주 뚜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화쟁사상의 내용은 쟁론을 화해시키는 것, 즉 서로 다른 생각과 관점이 성립하는 맥락과 입장을 중시하면서 이들을 조화롭게 합치시키는 것으로서 차이 자체가 지니는 가능성을 최대한 발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양성에 대한 관리와 연관되어 잘 활용될 수 있고, 조직의 갈등 해소를 위한 대안적 방안을 화쟁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또 다양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조직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가 상충되고 소통이 어려워져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주주뿐 아니라 여러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두루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윤리경영에 부합한다고 보면 화쟁은 윤리경영을 구현할 실천적 방법을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구성원들의 심리적, 행동적 상태는 경영성과와 관련성이 높으며, 이에 영향을 미치는 리더의 태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들을 종합하여 화쟁이 제시하는 내용을 리더의 태도에 적용하면 리더의 화쟁적 태도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의 구성요소를 가지게 된다고 보았다. 첫째,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무조건적 추종이나 거부가 아니라 변별적 수용이 있어야 한다(‘변별수용’). 둘째, 자기 자신의 주장에 대해서는 무조건적 정당화가 아니라 오류가 있거나 불완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오류인정’). 셋째, 소통의 도구인 언어가 완벽하게 실체적 진실을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이해하고, 가능한 한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한계인식’). 넷째, 언어 이면에 숨은 배경원인과 맥락조건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맥락파악’). 다섯째, 궁극적으로 통합적인 공동의 이익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과 사람들을 이롭게 하려는 동기 및 이롭게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연결되어야 한다(‘통합추구’).
이와 같은 화쟁의 내용은 다른 사람의 입장과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경영이론으로서의 타당성과 실천적 경영도구로서의 유용성을 검증받은 건설적 토론(constructive controversy)과 유사한 면이 있다. 둘 사이의 개념적, 실천적 비교를 통해 각자의 내용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서로를 보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았고, 본 연구는 그러한 노력을 위한 첫 시도라는 의미를 가진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리더의 화쟁적 태도가 구성원들의 정서적 몰입과 이직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또 구성원이 지각한 조직의 다양성 풍토와 구성원 개인의 다양성 가치가 직무성과와 정서적 요인에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를 기반으로 위의 영향관계에서 조절적 요인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이를 실증적으로 규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인터넷 조사전문기관의 등록 패널 가운데 제조, 금융, 서비스업에 속하는 국내기업에 근무하는 회사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하여 총 494명의 응답내용을 확보하였으며, SPSS 23.0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통계적 분석을 실시하였다.
결과적으로 리더의 화쟁적 태도가 구성원의 정서적 몰입에 정적인 영향력을, 이직의도에 부적인 영향을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화쟁적 태도의 하위요인 중에서는 오류인정을 제외한 변별수용, 통합추구, 한계인식, 맥락파악이 모두 구성원의 정서적 몰입에 정적인 영향력을, 이직의도에 부적인 영향을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리더의 화쟁적 태도가 구성원들의 정서적 몰입에 미치는 정적인 영향력과 이직의도에 미치는 부적인 영향력이 구성원이 지각한 조직의 다양성 풍토가 높을수록 강화되는 조절효과도 확인되었다. 그러나 구성원 개인의 다양성 가치가 갖는 조절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상의 결과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사상에 기반한 리더의 화쟁적 태도가 조직에서 실질적 의미를 가진 리더십 요소로서 인적자원과 조직관리에서 연구되고 논의된 다른 개념들과의 비교를 통해 기업경영에 유의미한 통찰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특히 갈등을 관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다양성과 관련된 상황에서 언어 사용의 중요성을 제기하였으며, 조직의 다양성 풍토와 리더의 화쟁적 태도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서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확인하였다.
이와 같은 의미 있는 결과와 시사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인터넷 패널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하여 구체적인 맥락이 결여된 점 등 몇 가지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화쟁에 대한 측정도구를 더욱 간명하게 할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측정할 수 있게 개선하고, 리더의 태도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리더로서의 자질과 행동양식을 포함하여 더욱 포괄적인 범위의 리더십 유형을 규명하는 등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한다면 특히 다양성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한국기업의 상황에서 더욱 많은 유용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