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오독 분석을 활용하여 한국 EFL 중등학습자의 읽기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수준별 학습자의 읽기 전략을 파악하여 우리나라 영어학습자들의 초기 읽기 발달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읽기가 언어입력으로 주로 작용하며 다양한 수준의 학습자로 이루어진 한국 EFL 상황에서는 학습자들의 읽기과정을 들여다보고 읽기 시 사용하는 전략들과 과정을 자세히 밝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그동안의 읽기 전략 연구는 주로 학습자가 자신의 생각을 언어화하는 Think-aloud 기법을 통해 이루어져 왔으며 언어습득의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문자와 소리와의 결합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학습자가 영어 읽기 활동 중 생각나는 인지 과정을 발화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는 활동 자체를 연구자가 관찰하고 이를 토대로 학습자조차 인지하지 못한 읽기 양상을 밝히고자 하였다.
본 연구를 위해 충청북도 청주 소재 중학교 2학년 학습자 중 임의로 한 학급을 선정하여 23명을 대상으로 오독 분석을 실시하였다. 오독 목록의 수집은 Goodman(2005)의 RMI(Reading Miscue Inventory)에 따라 연구 대상자가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도록 하여 이를 전사하는 한편 녹음하고 인터뷰를 통해 오류의 생산 배경과 텍스트 이해 전반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수준별 중학교 학습자들의 읽기 전략과 양상을 살펴본 결과 나타난 양적인, 질적인 차이와 이에 따른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오류의 빈도는 중위 그룹에서 가장 높게, 오류의 수정은 상위그룹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중위 그룹의 학습자가 하위 그룹에 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컸고 상위그룹은 통사론적, 의미론적, 음철적 단서 외에도 배경지식을 활용해 자기수정을 하는 비율이 다른 그룹에 비해 높았다. 이는 영어 읽기 지도 시 학습자의 정의적 영역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위 그룹의 경우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오류를 수정하려는 시도가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는 오류를 틀린 것으로 여기고 정답만을 찾도록 하기보다는 오류를 통해 읽기 과정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학습자의 내적 동기를 제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영어 읽기과정에 대한 메타인지를 높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기 과정에서 중·하위 학습자는 물론이고 상위 학습자 조차 오류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학습자는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고 오류의 생산 배경과 텍스트의 이해 여부에 대해 교사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메타인지를 높일 수 있다.
둘째, 덜 유창한 학습자일수록 오류의 유형이 다양하고 일관성이 떨어졌다. 상위그룹에서는 텍스트의 의미 파악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시제, 수와 관련된 오류가 가장 많았다. 반면, 중위, 하위 학습자일수록 시제, 수 오류와 더불어 생략, 무의미 단어대치, 어근 변화와 같이 오류 유형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는 영어 읽기 교수 시 학습자의 읽기 전략을 기반으로 한 수준별 교수를 제공해야 함을 의미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습자들은 다양한 오류를 생산하며 그에 적합한 읽기 교수를 제공 받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교사는 오독 목록과 그에 대한 분석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 진정한 의미의 영어 읽기 교수는 물론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상위그룹일수록 텍스트의 의미 단서, 통사론적 단서를 활용하였고 하위그룹일수록 음철적 단서에 기반하여 읽었다. 이는 중학교 과정에서도 지속적인 문자와 음성 언어의 결합 교육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문자 언어와 음성 언어의 연계는 초등학교 영어에 해당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중학생을 대상으로 소리 내어 읽도록 한 결과 문자 언어와 음성 언어의 연관성 즉 음철적 단서에 주로 기반하여 읽느라 그 외 의미 단서나 통사론적 단서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자·음성의 연계는 언어습득의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능력이며 이는 곧 성공적인 언어습득으로 이어지므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