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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15-16세기의 전단후장형 치마에 주목하여 그 유형과 구성에 대해 고찰하고자 하였다. 연구 범위는 조선 초 15세기 전단후장형 치마가 등장한 시기부터 유행처럼 활발하게 착용되었던 16세기까지로 설정하였다. 다만 전단후장형 치마가 쇠퇴되어가는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17세기의 자료도 참고하였다. 또한 선행연구와 고문헌 및 사료, 회화, 출토복식 자료들을 연구자료로 활용하였다.
구체적인 자료 분석에 앞서 전단후장형(前短後長形) 치마의 유형을 구성법에 따라 3가지로 분류하였다. 각각의 유형을 정리하면, 첫째, 앞 중심 폭 접어 올린 형이다. 이는 접어 올린 주름의 형태에 따라 일자형과 입술모양형으로 나뉜다. 입술모양형 중에는 앞 중심 폭 뿐만 아니라 2-3개의 덧주름을 잡아 장식미를 높이거나 접음단 장식이 함께 나타나는 유형도 살펴 볼 수 있었다. 둘째, 중심 폭 짧게 재단 형이다. 이 형태는 삼각다트 시접을 겉으로 잡아 늘어뜨리거나 안으로 숨긴 형태로 나타났다. 또 다른 유형으로는 앞 중심을 짧게 재단하여 다트를 넣지 않고 그 분량을 허리부분에서 처리한 형태도 있었다. 셋째, 양측 가로 다트 접음형이다. 치마 양쪽 부분에 다트를 잡아 앞 중심이 U자로 늘어지고 다트를 잡은 양쪽 부분의 길이가 줄어든 형태이다. 이는 착용하였을 때 앞보다 뒷부분의 길이가 짧은 형태이지만 전단 후장형의 구성법과 부합하여 포함시켰다.
한편 조선시대 출토복식 중 치마는 약 79건의 309점으로 확인하였다. 15-17세기까지 일반치마, 스란치마, 접음단 치마, 전단후장형 치마, 장치마가 나타났다. 소재는 문양이 있는 견직물의 사용 비중이 높으며, 주, 초, 사, 단, 금선단 등이 쓰였다. 장치마는 홑치마가 많으며, 17세기에 많이 나타났다. 겹치마인 접음단 치마는 16세기에 등장하여 유행했던 것으로 파악하였다. 본 연구의 주제인 전단후장형 치마는 총 17건의 48점이다. 출토복식 보고서와 박물관 소장 유물의 실측과 실견을 통해 살펴본 전단후장형 치마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전단후장형 치마는 주로 사회적으로 권세 있는 상류층의 여성들이 착용하였으며, 대부분 경기도 지역에서 출토되었다. 전단후장형 치마는 그 조형적 특징을 파악해 본 결과 대부분 의례용으로 착용했으며, 홑으로 된 것이 많았다. 소재는 주, 초, 사, 단을 주로 사용하였고, 특히 금선단의 치마가 특징적이다. 색채는 아청색과 자주색 등의 붉은색 계열, 갈색 계열이 많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였다. 치마에 나타난 문양은 운문, 연화문, 운보문, 연화보문, 화문 등이다. 또한 각 시기별 전단후장형 치마의 유형을 살펴보면, 15세기에는 앞중심 접어 올린 형만 나타나다가 16세기에 들어서서 다양한 유형의 치마가 착용된 것으로 고찰하였다.
이와 같이 고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유형별 전단후장형 치마를 재현하는 작업을 시도하였다. 각각의 유형에 따른 조형적인 특징에서 나타나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해보고자 하였다. 그 결과 각각의 구성법에 따라 전체적인 형태, 즉 착용시에 연출되는 실루엣과 소재의 사용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앞서 분류한 3가지 유형의 전단후장형 치마에서 모두 다른 실루엣이 연출되었으며, 이 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착용자의 신체조건과 어떠한 속옷을 착용하느냐에 대한 부분이었다. 또한 소재의 경우 시각적?촉각적으로 유사한 직물을 선정하여 제작에 사용하였으나 동일한 직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광택, 무게감, 드레이프 성등의 차이로 정확한 분석이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지금까지 작업을 토대로 전단후장형 치마의 착용양상을 고찰하였다. 15세기 조선 초기의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출토복식에서 나타나는 여성들의 단령과 직령 등에서 추정할 수 있으며, 전단후장형 치마도 이를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어떠한 접촉이나 관련이 없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형식의 복식이 발생한다는 ‘복식의 무연유동(無緣類同)의 법칙’에 의해 서양의 르네상스 시기 로브(Robe)와 유사한 전단후장형 치마가 나타났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16세기에 들어와 상류층에서 주로 착용했던 전단후장형 치마의 사용 소재는 대부분 주. 초, 문단, 문사, 문라뿐만 아니라 금선단, 금직단과 같은 고급직물이었다. 당시의 치마폭은 전체 500~600cm로 상당히 넓었으며, 앞뒤길이의 차이도 20~30cm였다. 이러한 전단후장형 치마는 패션유행의 하향전파이론에 의거하여 기녀나 서민과 같은 조선 여성들이 착용하고자 하는 아이템이 되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17세기에는 명확한 전단후장형 치마 자료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안동권씨 묘의 장치마에서 덧주름의 바느질 흔적을 찾아볼 수 있어 그 연관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또한 안동김씨의 앞중심 접어 올린 형태와 접음단 장식이 더해진 치마는 두 가지 요소가 공존한 형태로 입혀지다가 편의성과 미적요소의 결합으로 접음단 치마의 형태로 변형했을 것으로 추론하였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를 통하여 당시 조선시대 여성의 생활상을 이해하고 전단후장형치마의 유형과 구성 및 착용 양상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앞으로 전단후장형 치
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치마 및 접음단 치마와의 상관성에 대한 연구, 전단후장형 치마의 착용양상에 영향을 준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