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한 초등학교의 교육연극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과정을 참여관찰하고 발생한 사건들이 주는 의미를 바탕으로, 가나초등학교(가명)의 사례가 초등학교 현장에서의 교육연극 실천에 기여하는 시사점을 알아보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연구 목적을 위하여 설정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가. 가나초등학교의 교육연극 프로그램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실행되는가?
나. 가나초등학교의 교육연극 프로그램에서 발견되는 특징은 무엇인가?
다. 가나초등학교의 사례는 초등학교의 하향식 교육연극 실천에 어떠한 시사점을 제공하는가?
본 연구를 위해 연구자는 근무학교인 가나초등학교(가명)에서 5년째 실시하는 교육연극 프로그램에 교사이자 연구자의 신분으로 1년 동안 참여관찰하였다. 가나초등학교의 교육연극 프로그램은 2018년 3월에서 11월까지 실행되었으며, 10월에 실시하는 ‘교육연극 발표회’를 위한 실행 과정을 포함한다.
본 연구는 문화기술적 사례 연구로 진행되었다. 연구 기간 동안 연구자는 심층면담, 자기성찰일지, 수업관찰, 기록자료 수집 등 문화기술지의 수집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하였다. 자료분석은 개방코딩으로 이루어졌으며, 참여자와 정보제공자의 행동 양식을 분석하고 학교 현장에서 교육연극이 어떠한 실현 양상을 보이는가를 유형화하였다.
결과 분석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향식 교육연극 실행 구조는 교육연극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자발성과 자율성을 제한하였다. ‘전교생이 배우로서 무대에 올라가 한 마디 이상 말하는’ 전제조건은 관리자로부터 내려온 지침이었다. 교육연극 발표회는 관리자의 의도가 담당자와 담임교사를 거쳐 학생들에게 반영되는 하향식 구조로 실행되었다. 학생들은 배우로서 기능하였으며,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배움의 과정을 조력하는 사람이 아닌, 업무 이행자로 받아들여졌다. 이 과정에서 과정보다는 성과가 강조되었으며, 예산과 강사 채용 등의 제도적 뒷받침은 ‘교육연극적’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둘째, 가나초등학교 교육연극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각기 교육연극의 개념과 원리를 달리 이해하였다. 교육연극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시행된 교육연극 프로그램은 ‘교육연극적’이지 못한 ‘교육연극 발표회’라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원인이 되었다. 가나초등학교의 구성원들은 ‘교육연극’을 자신의 경험의 틀에서 해석하였고, ‘희곡’과 유사하게 받아들였다. 희곡이라는 인식은 대본의 중요성으로 이어졌다. 교육연극 발표회의 참여자들은 ‘공통의 관객’, 학부모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교육연극 발표회가 교육연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는가를 판단하기보다는 관객의 입장에서 교육연극 발표회를 해석하고 실행하였다.
앞서 제시한 사례는 연구대상 프로그램이 ‘교육적’ 혹은 ‘교육연극적’으로 실행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근본 원인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연극 프로그램의 구성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균등하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였다. 하향식 업무 구조는 참여자들이 교육연극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구성할 수 없는 구조였다. 결국 타 업무와 동일한 하향식 처리 과정에서 전 기간에 걸친 교육연극 발표회의 과정을 업무로서 받아들여졌다.
둘째, 교육연극에 대한 학교 차원의 사전 연수가 미비하였다. 사전연수의 미비로 학교 구성원들은 개념을 혼용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전 학교 단위의 고민 대신, 주어진 틀과 제한 속에서 교사들 각자의 개인적 고민만 이루어졌다.
셋째, 교육연극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 간 ‘자발적 연구’가 일어나지 않았다. 학교 차원에서 ‘교사들의 자발적 탐구’와 그것이 가능한 ‘시작점’이 마련되지 못한 점은 참여자들 간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본 사례연구는 학교 현장에서 교육연극의 실행이 ‘교육연극적’ 혹은 ‘교육적’ 의미를 충분히 획득하지 못하는 사례를 보여준다. 교육연극의 실천이 학교 현장에서 효과적이고 유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본 연구는 실행 주체의 ‘다차원적 합의’를 제안한다.
먼저, 학교 차원에서 교육연극의 ‘개념 합의’를 위한 사전 연수가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연극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교육연극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참여자들의 동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전 구성원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가나초등학교의 사례에서, 개념의 이해가 선행되었더라면 ‘교육연극 발표회’라는 명칭이 교육연극 프로그램에 적절한 용어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다음으로, 교육연극 참여자들 간 ‘교육과정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술교육전문가 집단과 교사 집단은 학생 참여자들이 교육 현장에서 ‘교육연극’할 수 있도록 공동의 목표를 사전에 설정해야 한다. 교육연극에 대한 구성원들의 개념적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연극 참여자들은 모두 교육과정 재구성 과정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객’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의 교육연극을 구성하여야 한다. 교육연극의 교육적 목적은 학생이 의사소통과정과 의미협상 과정을 통해 정서적 만족과 미적 체험, 총체적 사고를 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의 업무나 대표 프로그램으로서 성과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참여자들이 교육적인 의미를 성취할 수 있도록 교육연극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가나초등학교의 교육연극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교육연극을 실행할 때 ‘참여자들의 자발적 탐구’와 이를 위한 ‘학교의 상향식 실행구조’가 마련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교육연극의 실행 시 참여자, 학교, 외부기관의 다차원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본 연구는 체계적인 예술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지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