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은 1940년대 군사적 목적이 강한 양용성(dual use) 기술로 시작하여 1970년대 이후 전 세계의 ICT산업을 이끌어 온 핵심 산업이다. 또한 반도체산업은 ICT산업의 질적·양적 발전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맥락에서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핵심 부품산업이다. 세계 반도체산업은 여전히 미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미·중 패권 경쟁의 맥락에서 중국의 공세적인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이른바 중국의 반도체 굴기(?起)가 시작된 것이다. 중국은 ICT산업의 핵심 소재인 반도체의 자급률을 높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반도체 굴기에 나섰다. 이 논문의 목적은 중국 반도체 굴기에서 나타나는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도적 변수를 거시적 수준의 정부규범과 정책사고, 중범위 수준(meso-level)의 제도적 틀, 미시적 수준의 행위자와 정책수단으로 층위를 구분하였다. 거시적 수준의 제도적 변수로는 정부규범과 정책사고를 다루었는데 이러한 이념은 중국 최고 지도부의 정책 발언과 연설문에서 드러난다. 정부규범은 정체성, 지향성, 세계관을 포함하는 이념적 토대로 중국은 민족주의·중상주의적 정부규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정책사고는 정책 목표와 정책수단을 연결하는 인과적 이념으로 중국은 반도체를 국가 핵심 기술로 간주하고 자주창신·자주혁신·토착혁신·급진혁신 지향의 정책사고를 형성했다. 중범위 수준의 제도적 변수는 최고 지도부의 이념이 구체적으로 문서화된 발전계획과 이러한 발전계획의 추진 주체인 영도소조를 포함하다. 미시적 수준의 제도적 변수는 행위자들의 국가개입주의적, 시장 형성적, 직접적인 정책수단으로 나타난다. 반도체산업은 경제적·기술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안보적·군사적 함의도 매우 큰 국가 차원의 전략산업이다. 중국의 반도체산업 경쟁력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진흥 정책에 의해 강화되고 있다. 중국이 이렇게 경제안보, 군사안보, 산업경쟁력을 중시하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 맥락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서 반도체산업은 특정한 부분이지만, 반도체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국제적 차원의 환경 맥락이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중국의 반도체 산업정책에까지 영향을 준다. 또한 반도체의 산업구조적 특징인 글로벌생산네트워크(Global Production Network)는 중국의 중앙정부·지방정부·기업 간의 상호 작용을 중심으로 국가의 역할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중국은 1950년대 군사적 목적으로 국가 주도의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개혁개방 이후 시장 지향적 요소를 적용하면서 국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초기 개혁개방 시기에 점진적으로 차용되던 시장 요소들은 WTO와 ITA 가입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논문은 2012년 시진핑 집권이 시작되고 2014년 국가반도체산업발전추진요강 및 2015년 중국제조 2025가 발표되면서 국가의 역할이 재강화되고 있음에 주목하였다. 또한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정당화되었음을 강조하였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라는 적극적 산업 육성 정책에서의 국가의 역할을 제도적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논문은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시장 지향적 전략을 표방하고 있지만 반도체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는 국가의 역할이 제도적 차원에서 다시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반도체 굴기에서 나타나는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은 최고 지도부의 정책 발언, 문서화된 발전 계획, 반도체기금의 운용, 정책조정기제의 운영, 그리고 직접적인 정책수단 동원 등에서 그 제도적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 둘째, 이에 이 논문은 기존 동아시아 발전국가들이 시장 지향적 기제를 선택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한 성장 방식과는 달리, 중국의 반도체 산업정책은 국가 주도적 혁신경로에 의존한 신발전주의 시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신발전주의적인 요소에는 외국인 직접투자 수용성, 집중화된 집단지도 체제, 글로벌하게 엮인 생산네트워크에서의 역할 변화 등이 포함된다. 셋째, 중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정책 의도와 해석의 간극이 존재해 왔다. 이러한 의도와 해석의 차이는 정책 실행 단계에서 정책효과 측면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킨다. 중앙정부는 국가 개입의 여지를 만들기 위해 정책 목표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설정하기도 하고, 지방정부와 기업은 정책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의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중국 중앙정부 수준에서의 토착 기술 확보를 중시하는 급진혁신 지향적인 정책기조와 지방정부와 기업 수준에서의 외국 기술 수입을 고려하는 점증혁신 지향적인 정책 실행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불확실성(structured uncertainty)이 반도체산업의 진흥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plain the role of the state in China’s rise in the semiconductor industry. In the face of the fierce competition with the United States for leadership in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China has initiated an ambitious plan, Made in China 2025, to enhance self-sufficiency of semiconductor chips that serve as a key driver of the ICT industry. This study analyzes China’s rise in the semiconductor industry from a new institutionalism perspective, which includes government norms and policy ideas at the macro-level, institutional mechanism at the meso-level, actors and policy measures at the micro-level. This study revealed several meaningful findings, as follows. First, although China has introduced market-oriented innovation policies since Chinese Open Reform, the state has been still deeply involved with policy design and implementation in such strategic industries as the semiconductor. Second, this study suggests that it is a reasonable way to look at China from a ‘neo-developmentalist’ approach ? a state-centric explanation of economic development, not a market-oriented explanation. Third, ‘structured uncertainty’ is found where the radical policy innovation designed by the central government is not congruent with the incremental policy implementation by local governments and indigenous firms. Finally, this study shows that the context of U.S.-China competition justifies the enhanced role of the state in China, and the global production network plays a pivotal role in government-business relations in China’s semiconductor industry.
목차
I. 서 론 11. 연구 배경과 문제의식 12. 연구 목적과 연구 문제 2II. 이론적 배경과 분석 틀 61. 이론적 배경 61) 신제도주의 62) 발전국가 이론의 변화 132. 선행연구 분석 191) 신제도주의적 산업정책 연구 192) 중국의 반도체 산업정책 연구 223. 분석 틀 261) 연구 가설 262) 분석 틀과 제도적 변수 273) 연구 방법과 문헌 30III. 세계 반도체산업의 특성과 동태성 321. 4차 산업혁명 시대 반도체산업의 특성 321) 반도체산업의 기술 혁신적·산업구조적 특성 322) 인공지능과 반도체 기술 382. 미·중 패권 경쟁 배경과 세계 반도체시장 441) 미·중 무역전쟁 개관 442) 미국과의 반도체 무역분쟁 523) 세계 반도체시장의 동향과 중국의 반도체산업 경쟁력 623. 반도체 공정과 글로벌생산네트워크의 이해 671) 반도체 생산 공정과 주요 국가별 반도체산업의 특징 672) 반도체산업 글로벌생산네트워크의 이해 70IV. 중국 반도체 산업정책 분석 741. 중국 반도체산업의 발전 과정 742. 거시적 수준의 제도적 변수: 정부규범 및 정책사고 801) 정부규범과 발전국가의 변동 802) 자주혁신 지향적 정책사고 853. 중범위 수준의 제도적 변수: 제도적 틀 911) 국제적 차원의 환경 맥락과 미국의 반도체 산업전략 912) 국내적 차원의 제도적 변수 1084. 미시적 수준의 제도적 변수: 행위자 및 정책수단 1241) 글로벌생산네트워크의 맥락 1252) 행위자와 혁신 방식 1293) 공정별 시장행위자 1374) 정책수단 148V. 결론과 시사점 1561. 논문 내용 요약 1562. 이론적 함의 1603. 정책적 시사점 1624. 연구의 한계점 166참고문헌 167영문초록(Abstract) 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