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을지로 일대 제조업 밀집지역이 본래 산업적 기능을 유지하면서 관람의 대상이 되는 현상에서 착안한다. 을지로 제조업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한 ‘을지유람’은 을지로 일대 여러 종류의 제조업체와 관련 도·소매 사업체, 지역의 유명한 맛집들 그리고 새로 유입된 예술가 공방을 하나의 루트로 엮어 만든 도보관광이다. 이는 그 동안 도심부에서 ‘부적격’ 시설로 분류되던 제조업 지역을 관람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급격한 변화이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제조업 밀집지역이 관람의 대상이 되는 것을 ‘관람대상화 현상’으로 일반적인 명소가 관광 상품화되는 것과 구분한다. 이 현상을 한 지역에 대한 관광 상품화로만 인식하는 것을 넘어 도심부에서 유지되고 있는 제조업이라는 특수성과 을지로 제조업 밀집지역이 갖는 공간적인 환경이라는 특별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연구의 방법으로 을지로 제조업 밀집지역이 관람의 대상이 되는 현상을 공간적인 차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을지로 제조업 밀집지역은 여러 다양한 종류의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밀집하여 있다. 소규모 제조업체의 제약적인 공간적 특성으로 인하여 이 지역은 각 제조업체 마다 단일 특화된 공정을 갖는다. 단일 공정 제조업체들이 집합되어 마치 지역 전체가 큰 공장과 같은 ‘산업생태계’를 이루고 연관지어진다. 이처럼 산업적인 특성과 공간적인 특성은 연관관계를 갖는다. 미시적인 차원에서는 제조업체가 사용하는 단일 공간은 그 제조업체가 행하는 공정에 맞는 공간 구성을 갖는다. 이 산업적인 특성과 공간적인 특성의 관계를 확대하면, 유사한 속성을 갖는 제조업체들이 밀집하여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산업 클러스터의 차원에서 형성되는 산업과 공간간의 관계가 있다. 더 나아가서, 블록의 단위의 제조업과 관련 업종의 분포를 보면, 좀 더 도시 공간적인 차원에서 각 블록별로 형성되는 산업의 체계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성을 갖고, 본 논문은 을지로 제조업 밀집지역의 관람대상화 현상을 세 개의 층위로 나눠서 분석한다.
첫 번째 층위(Macro Scale)는 ‘을지유람’의 동선에 해당되는 수표동, 입정동 그리고 산림동 세 개의 블록이다. 세 개의 블록의 업종 분포를 분석함으로써 각 블록마다 갖는 고유의 산업적 특성을 도시공간적인 범위에서 도출하고자 한다. 또한, 1980년대부터 2017년까지의 (1998, 2003, 2010, 2017년도) 블록내에서 일어나는 업종분포 변화를 분석하여 시대적 상황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해온 제조업 지역의 ‘산업생태계’의 변화양상을 분석한다.
두 번째 층위(Meso Scale)는 수표동, 입정동, 산림동 세 개의 블록에서 ‘을지유람’이 관통하는 동선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을지유람’ 지나가는 가로와 접하고 있는 건축물을 산업구성요소와 공간구성요소로 구분하여, 산업특성과 공간특성의 접점을 분석하였다. 동선 가로를 방향이 전환되는 구간을 단위 가로로 설정하여, ‘을지유람’의 시작지점부터 종료지점까지 총 40구간의 단위 가로로 나눠 각 단위가로의 산업구성요소와 공간구성요소를 분석하였다. 공간구성요소와 산업구성요소를 종합하여 지역의 형태적 특성을 기능적 특성과 연결하여 공간적 질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도시구성요소와 산업구성요소를 바탕으로 관람공간의 특성을 고찰하였는데, 이는 첫째, 업종 특성별로 유사업종이 특정한 가로에 밀집하였고, 이렇게 만들어진 산업클러스터는 고유한 관람공간 특성을 만들어 낸다. 둘째, 산업의 밀집과 공간적 특성이 단위가로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단위가로별로 전환적인 관람공간 특성을 가진다.
세 번째 층위(Micro Scale)는 ‘을지유람’의 동선상에서 각 단위 제조업체들의 공간에 대한 분석이다. 을지로 지역에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세장한 필지조직의 특성상 제조업체들과 가로(골목길)은 강한 공간적인 상관관계를 갖는다. 또한, 소규모의 제조업체의 공간적 제한 때문에 가로를 마치 작업 공간의 연장선으로 점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