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하여 에너지 소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에너지 수요 조절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와 함께 도시에서 소비되는 총 에너지 중 건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건물에너지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고, 건물에너지 정책의 실효성을 평가하는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지만, 자료 부족 등의 한계로 종합적으로 실증분석한 연구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그러므로 이 연구는 건물에너지 저감을 위하여 시행 중인 주요 정책을 평가하고, 정책 이외의 건물에너지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요인을 도출하였다.
가정부문에서 건물에너지 저감을 위해 시행 중인 정책은 제도적 성격에 따라 명령강제적인 성격의 건축물 에너지절약설계기준, 경제유인적인 성격의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인증제도 등이 대표적이며, 가격 정책도 에너지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다른 성격의 세 가지 정책이 가정부문 에너지 저감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였다. 또한 선행연구를 토대로 도출된 사회·경제요인과 기상요인, 아파트 속성 등을 함께 고려하여 에너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이 연구는 서울시에 소재하고 있는 공동주택 중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기간은 2011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60개월 대상으로 하였으며, 아파트 단지별 전력과 도시가스 소비 자료와 아파트별 속성 자료, 기상 자료 등을 포함하는 패널 자료를 구축하였다. 구축된 자료를 활용하여 연구목적에 맞게 FGLS 분석과 PLS-구조방정식 분석을 하였다.
FGLS 분석 결과 각각의 정책이 전력 소비와 도시가스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게 나타났다. 명령강제적인 성격을 지닌 단열기준은 전력소비를 줄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최근에 준공된 아파트 일수록 준공시점부터 빌트인 전자제품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전자제품 용량도 대형화 되면서 나타나는 결과로 추론된다. 경제유인적인 성격을 지닌 건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제도는 전력과 도시가스 소비 모두 저감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직 전체 가정부문 중 인증받은 아파트는 적은 실정으로 확인되었다. 가격 정책의 강화는 전력과 도시가스 소비 저감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경제 변수인 소득이 에너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고소득일수록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기상 변수가 에너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전력은 난방도일과 냉방도일이 증가할수록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도시가스는 동절기동안 난방도일이 증가하면 소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하절기동안 냉방도일의 증가는 도시가스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속성 변수인 세대별 전용면적은 면적이 커질수록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래된 건물일수록 도시가스 소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중앙난방이 개별난방에 비해 도시가스 소비를 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LS-구조방정식을 통해 가정부문 건물에너지 소비구조를 분석한 결과 세 가지 정책 중 가격정책이 에너지 소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단열기준, 에너지효율등급인증제도 순으로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명령강제적인 성격의 정책이 에너지 소비 저감에 더 큰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영향요인에 따라 에너지 소비에 미치는 효과크기를 에너지원별로 비교하면 물리적 요인을 제외하고 전력은 사회·경제요인이 상대적으로 소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도시가스는 정책요인이 소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도출된 정책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에너지원에 따라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르므로 이를 고려하여 정책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가정부문 건물 에너지 저감을 위한 정책은 기술적 효율성을 개선하는 정책뿐만 아니라 전체 에너지 수요를 줄일 수 있는 성과기준의 명령강제적 규제정책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