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장기복무 장교의 퇴직 후 역할적응을 통한 자아정체성 변화 정을 내러티브 탐구를 통해 이해하고자 하였다. 연구자는 자전적인 삶의 험에서 출발하여 장기복무 장교들이 퇴직 후 역할적응 과정에서 경험하는 이야기는 어떻게 구성하며, 자아정체성에 부여된 의미를 깊이 탐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자가 설정한 연구퍼즐은 첫째, 장기복무 교는 퇴직 후 가정생활에서 어떠한 역할적응을 경험하였는가, 둘째, 장기복무 장교는 퇴직 후 사회생활에서 어떠한 역할적응을 경험하였는가, 셋째, 장기복무 장교의 퇴직 후 역할적응 경험이 자아정체성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이다. 본 연구의 참여자는 군에서 30년 이상 장기복무 후 계급정년으로 퇴직한 장교로서 퇴직 후 5년 미만인자로 선정하였다. 자료수집 기간은 201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진행하였다. 자료의 분석은 Clandinin과 Connelly(2007)가 제시한 내러티브 탐구절차에 따라 수행하였으며, 연구 텍스트는 3차원적 내러티브 탐구지점에 위치하여 작성하였다. 본 연구의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김진수(가명)는 퇴직 후 가정에서 자기방식대로 가족을 돌보기도 하고 가족의 어려움을 외면하기도 하는데 이는 자신이 언젠가는 모든 가족문제를 책임질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김진수는 지역공동체로부터 이방인 취급을 받으면서 소외되고 외로웠다. 그렇지만 목조건축을 배우고 자신의 집을 짓는 과정에서 건축가가 되고 싶 은 어릴 적 꿈과 주체적인 사람으로서 열정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군에서 익힌 기술들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재능기부 하였다. 김진수는 가족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인정을 받으며, 하면 된다는 군인정신과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사람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었다. 이재근(가명)은 퇴직 후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대부분의 일을 혼자 알아서 하려고 하고 심지어 자녀들의 미래에 대한 준비까지도 자신의 방식대로 하면서 스스로 설정한 가장의 역할에 적응하려고 함으로써 가족들과 갈등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이재근은 퇴직 후 군이라는 안전한 직업 보호망이 없어지면서 움츠리고 두려웠다. 그렇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타인과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이재근은 퇴직 초기에 모든 것을 혼자 외롭게 노력해야 했던 모습으로부터 벗어나 점차 나눔의 여유로움을 가진 사람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었다. 박건우(가명)은 퇴직 후 퇴직 휴가를 반납하고 재취업을 통하여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데 경제적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가장으로서 든든한 아버지로 살아가고 있었다. 박건우는 퇴직 후 새로운 직장에서 군 관련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원했지만 그들만의 리그에서 무시당하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작은 역할이라도 거부하지 않고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수행하고자 하였다. 박건우는 퇴직 초기에 누구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아서 서럽고 억울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욕심내지 않아도 충분히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으로 변화되어가고 있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퇴직 후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직업군인으로서 기존에 알고 있던 자기의 모습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면서 혼란을 경험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군복무 기간 중 자긍심을 주었던 군인정신을 심리적 자원으로 활용하였다. 또한 새롭게 자기다움을 추구하며, 다양한 도전을 통하여 새로운 가치를 추고하는 새로운 ‘나’를 형성해 나가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연구 참여자들은 관심의 초점이 외부로부터 자신을 확인받고자 했던 것에서 자기 내부로부터 자신을 확인하는 것으로 변화되었다. 본 연구 결과는 장기복무 장교들이 특수한 근무조건으로 인하여 퇴직 후 가족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새롭게 역할 적응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어려움과 자아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그들에게 필요한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위해 기초자료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