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공간은 다른 공간에 비하여 성격이 확실한 장소로 그 목적에만 치우쳐 사용자의 시선으로만 설계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공간에 주어진 환경, 작품 그리고 사용자가 함께 고려되어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현대 건축가 중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자신의 건축언어를 표현해냄과 동시에 공간의 목적에 따라 적절하게 설계한 결과로 나타나며, 이는 그의 전시공간에서도 뚜렷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의 건축물들은 노출 콘크리트와 자연이라는 확고한 특징과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 왔다. 또한 설계에 있어 건축의 목적으로부터 시작하도록 노력하는 안도 다다오의 설계 방식은 전시공간에 있어 전시되는 작품의 성격과 특징에 맞추어 공간의 구성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계기로 작용된다. 이렇게 자신의 건축언어를 유지하면서도 전시공간의 특색을 다양하게 표현해내는 그의 독창적인 설계 방식은 그가 수많은 전시공간을 설계하면서도 그것을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해내는 이유이며, 그의 전시공간이 갖는 의미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는 그의 전시공간의 특성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기존 문헌을 바탕으로 그의 건축언어를 이해하였고, 전시공간에서는 1) 장소성, 2) 재료와 빛, 3) 중정과 자연, 4) 기하학의 요소가 특히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건축적 배경과 언어에 의해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는 그의 전시공간을 외부, 진입, 내부, 전시로 구분하여 더욱 세부적으로 분석하였다.
이러한 관점을 통해 본 논문에 제시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안도 다다오는 각 전시공간의 요구와 함께 자신의 건축언어와 조화를 이루도록 하여 결과적으로 자신만의 전시공간이 가진 특성들이 나타났다. 분석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안도 다다오의 전시공간은 동양의 미와 서양의 미를 조화롭게 구성해내고 있다. 일본의 자연관과 철학과 함께 체득을 통해 마주하였던 서구의 기하학적 요소와 현대 미술의 모던함 등이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된다. 그는 장소를 계승하고자 하는 일본의 정신과 그들의 정원에서 나타나는 자연의 건축화를 표현하고 있다. 더불어 일본의 철학에서 말하였던 상호관계(間)의 의미를 중시하였고, 공간과 전시, 관객의 조화를 통해 근본적인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시도하였다. 그리고 기하학을 동시에 공간에 표현하며 자연 그대로를 존중하면서도 각자로 불가능했던 것들을 전시공간에 이루어내고 이들을 조화롭게 만들어내며 그의 전시공간만의 특성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 그의 전시공간은 외부에서 진입부터 내부와 전시까지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져 있다. 주변의 환경을 바라보도록 하는 외부의 산책을 시작으로, 긴 진입로를 통해 자연스럽게 건축물에 다가서도록 한다. 좁은 입구홀은 외부의 산책에서 내부의 산책으로의 전환점으로 작용하며, 이곳을 지나 마주하는 공간 넓게 배치하며 극적인 공간 연출을 시도한다. 전시공간 또한 주제에 따라 하나의 이야기처럼 흐르도록 하여 체험적인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그의 전시공간은 외부에서 시작하여 내부로 진입하고, 전시를 관람한 후 진입하였던 것과 같은 동선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 동선에서 각 전시공간이 가진 주제에 따라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면서 의미를 각인시키고 관람객의 감각을 통해 체험하는 건축물로 탄생시키고 있다.
셋째, 복잡한 동선 속에 자연을 유입하며 자연과 인공의 조화 속에서 체험적인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의도적인 동선을 통해 관람객에게 직접적인 공간 경험을 선사하고, 비워진 공간을 배치하여 공간을 더욱 체험적으로 만들고, 내면의 사색을 유도하며 전시공간을 단순히 공동의 공간이라 규정짓지 않고 개인의 정신적 경험 또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수공간의 요소가 더해지면서 이러한 공간의 의미가 고조되고 있다.
넷째, 공간이 가진 환경의 총체적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결과로 전시를 구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도 다다오의 전시공간은 시대별 구성과 작품별 구성에 의해 특성이 나뉘며, 역사전시와 관련한 전시를 통해 역사를 알리고 지역 문화의 문화적인 공간으로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도모한다. 따라서 이 공간은 전시에 의한 관람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의도하며 지역적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 또한 작품의 성격에 맞추어 전시를 다르게 구성하면서 그 공간에서만 표현해낼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작품의 나열보다는 공간에서 작품의 해석을 이루어내며 공간과 예술의 일체화를 시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의 전시공간은 자신의 건축언어를 바탕으로 설계하면서도 각 전시공간의 조건에 따라 변화시키며 안도다운 전시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공간은 그 자체로서의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에 상업적인 모습으로 관람객들에게 다가가서는 안 되며, 공간의 의미를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본 논문에서 이루어진 안도 다다오의 전시공간에서 나타난 공간의 특성 분석을 통해 현대 전시공간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가치에 대한 후속 연구의 기초로 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