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까지의 존재란 ‘영원하고 자기동일적인 실재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주체에 의해 명확하게 인식하여 표상할 수 있는 대상을 존재로 정의해왔다. 그러나 19세기 말부터 대두된 철학, 물리학, 수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는 동일성을 통한 세계 인식 방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특히 20세기 초에 제시된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이 세계를 동일성으로 파악하려는 사유체계에 결정타를 날렸다. 현실의 모든 사건은 완벽히 계산하여 예측 될 수 없으며, 실재를 포착하려는 행위가 이미 실재의 본성을 변화시킨다는 것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이 세계를 동일성을 통한 무언가로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인식되었으며, 인문학과 철학은 새로운 사유방법인 비표상주의가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현대 철학의 흐름에 있어서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철학자가 베르그송이다. 그는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적 관계 안에서 객체를 허구적 표상아래 대상화시켜 사유하던 방식과는 다르게 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지속하는 가운데 ‘주관적 주체’에 의해 인식되는 시간속의 변화를 사유한다. 나아가 인간의 인식과정을 체계적으로 연구함에 따라 우리가 그동안 정의해왔던 실재와 표상의 관계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며, 그 사유를 존재론적인 관점까지 확장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미지의 근원과 발생을 규명하고 이미지의 존재론적 의의와 기능을 성찰함으로서, 자신만의 새로운 존재론인 ‘이미지론’(image ontology)을 확립한다. 이는 우리의 인식에 따라 실재가 변화될 수 있음을, 그리고 실재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실재와 주체가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이해할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건축에서도 지난 수세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상을 인식하는 방법론이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다. 특히 최근 일부 건축가들에 의해 존재론적 관점으로 대상을 인식하고자 하는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면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방법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건축의 존재방식의 변화를 야기했으며, 건축은 더이상 오브제로 사용자에게 동일한 의미로 인식되는 존재가 아닌, 사용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발생시킬 수 있는 새로운 존재로 인식될 필요가 있음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이미지론’의 관점으로 건축 존재방식의 특성을 연구하고자 하는데, 이에 대한 측면에 대해 다루고 있는 작가로서는 ‘형태가 없는 건축’, ‘부분의 건축’, ‘사이의 건축’ 등의 키워드로 현대건축의 존재방식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후지모토 소우가 대표적이다. 후지모토 소우는 저작 ‘건축이 태어나는 순간’에서 ‘새로운 좌표계’에 대해 언급하며, 대상을 인식하는 방법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그에게 있어서 건축의 존재란 사용자와 건축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사용자가 대상을 인식하는 방법이 중요하며, 인식하는 방법에 따라 건축은 그 존재방식을 달리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인식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존재의 생성을 얘기하는 베르그송의 ‘이미지론’과 유사한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이미지론에서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미지의 다양한 존재방식과 의미에 대해서 연구하여, 이미지와 건축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이해하고자 한다. 이러한 이미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후지모토 소우 건축 존재방식의 특성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에 앞서서 먼저 베르그송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하였다. 베르그송의 이미지론은 주체의 경험에 근거하여 대상을 인식하는 방법의 체계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인식론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그것은 하나의 존재론으로서도 작용하는 특이한 사유체계를 지니고 있다. 베르그송은 영원하고 고정불변하는 실재를 전복시켜 운동하고 변화하는 상태 그 자체를 실재로 정의하며, 유일한 실재로서 ‘지속’(duration)을 상정한다. 또한 이미지를 단지 실재의 복사물 혹은 반영물이 아닌 지속이라는 운동을 내재한 채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지속의 현실태로서, 실재와 이미지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여, 이미지의 존재론적 지위의 회복을 시도 하였다. 이러한 개념은 현대철학의 큰 울타리 안에서 생기론의 관점으로 해석되어 현대건축에서 다양하게 적용되지만, 베르그송의 이미지론은 특히 그 사유의 중심이 인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 있어서 사용자와 건축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되는 장소의 의미를 포착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활용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베르그송의 이미지론에서 나타나는 실재와 주체의 관계에서 포착되는 이미지들의 관계를 이해한다면 후지모토 소우가 말하는 ‘거처’로서의 건축의 의미와 나아가 인식됨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건축의 존재방식에 대해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전제조건을 바탕으로 건축에서의 이미지적 특성을 찾아낸다면, 그러한 특성들을 추출하고 재조합하여 후지모토 소우가 이야기하는 새로운 건축의 존재방식인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건축’, ‘구체적 실체감으로서의 건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선 이론적 고찰을 통해 건축으로 바라본 이미지의 관점을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하나의 체계를 이루는 구성적 전체이다. 이것은 주체의 인식과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이미지이며, 주체와 관계맺음에 따라 다양하게 그 양태를 달리하며 주체에게 포착되는 이미지로서, 인식의 기초를 제공해준다. 이것은 사용자와의 관계없이 존재하며 사용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다양하게 해석 가능한 존재로서, 장소를 구성함에 있어서 근본적인 구성요소를 제공해준다. 둘째, 가능적 행동의 공간이다. 이것은 신체 행동의 중심에 따라 외부에 존재하는 이미지들이 다양하게 나타나며, 서로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지각 체계를 구성하는 이미지이다. 사용자가 자신의 행위를 중심으로 순간적으로 인식하는 공간으로서 어느 정도 물리적인 관계 속에 한정되어 형성되는 듯 보이지만, 신체와 건축의 관계를 통해 구성된 공간으로 그 중요한 의미가 있다. 셋째, 기억과 감각을 통한 네트워크화이다. 앞서 말한 공간화 된 이미지를 기억과 감각으로 뒤덮어 완전한 현재적 지각이 된 상태의 이미지이다. 사용자는 이미 체험된공간에 기억과 감각을 통해 새롭게 해석된 재-구성된 장소로서 물리적인 공간의 해석을 넘어 구체적인 감각과 기억이 가미된 지각을 통해 ‘비 물리적인 네트워크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이러한 ‘재-구성된 이미지’를 통해 개별적이고 고유한 장소를 스스로 생성할 수 있다.
이러한 이론적 고찰을 바탕으로 후지모토 소우의 작품분석을 진행하였다. 각각의 이미지는 후지모토 소우의 저서에서 ‘하나의 소재, 하나의 방식’, ‘네트워크 바이 워크’, ‘떨어짐과 이어짐, 그 사이의 무수한 조화’등의 키워드로 은유적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또한 후지모토는 각각의 이미지를 구성함에 있어 건축이 어떠한 역할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며, 몇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소재, 하나의 방식’의 이미지는 잃어버린 스케일, 존재와 비존재 사이, 가능성의 지형, 요소의 융합, 탈중심성등의 키워드로 다양하게 표현되며, 구체적인 존재방식을 이야기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관점의 사례분석을 통해 후지모토 소우의 건축의 존재방식을 역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용자와의 관계를 통해 다양한 의미를 생성시키며, 그 의미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 즉 사용자와 건축이 관계맺는 방법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미지론의 관점으로 본 건축의 존재방식은 사용자의 관점에서 불확정적, 다의적, 능동적, 다층적으로 작동하며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인간이 인식한 하나의 이미지, 즉 비실체적 네트워크로서의 영역 또한 그 가치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그 동안 건축물이라는 대상에 국한되어 그 본질을 탐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간과 건축이라는 큰 울타리에서 건축을 사유할 것을 제안한 부분은 본 논문에서 가장 의의가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용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현대 건축의 존재방식인 것이다.

The existence to the modern times has been defined as the existence that can be clearly recognized and expressed by the subject in response to the question "what is the self-identical and eternal reality?" However, in the various fields of philosophy, physics, mathematics, etc, which emerged from the end of the 19th century, we find that the method of world recognition through identity is no longer valid. The quantum mechanics and the theory of relativity, especially presented at the beginning of the 20th century, set the stage for a system of thinking that sees the world as an identity. All events of reality can not be completely calculated and predicted, and it has been revealed that the act of capturing reality already alters the nature of reality. As a result, it was recognized that it was impossible to define this world as something through identity, and the humanities and philosophy became a new way of thinking. In this modern philosophical trend, Bergson is a philosopher who presents a new way of understanding the world. He considers the change in time that is perceived by the ''subjective subject'' while continuing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subject and the object, unlike the way of objectifying the object under the fictional representation in the dichotomy of the subject and object. Furthermore, as we systematically study human cognitive processes, we point out that there is a problem with the relationship between reality and representation that we have defined in the past, and extend the reason to the ontological point of view. In this process, we identify the origins and occurrences of images and examine the ontological significance and functions of images to establish their own new ontology, image ontology. This is to say that reality can be changed according to our perception, and that we understand the interaction of reality and subject, not understanding the reality itself. There have been various methods of recognizing objects from architecture to the present through the centuries. Especially, some architects have tried to recognize objects from an ontological point of view. This change in the recognition method naturally caused a change in the way of existence of architecture. Architecture is no longer recognized as an object by the observer but as a new entity capable of generating various meanings in interaction with the user It needs to be recognized. Based on this background, I would like to study the characteristics of architectural existence in terms of ''image theory''. As writers dealing with this aspect, there are ''architect without form'', ''architecture of part'' And Fujimoto Sou who is talking about the way of presenting modern architecture with keywords such as. Fujimoto Sou refers to the ''new coordinate system'' in his book ''The moment when architecture is born'', and shows that he is paying attention to how to recognize objects. In other words, for him, the way of recognizing the object is important in the relation between the user and the building, and architecture can be different according to the method of recognition. This can be seen as a similar aspect to Bergson''s "image theory," which refers to the creation of beings with various meanings according to their perceptions.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understand the various ways of existence and meaning of images in the process of recognizing objects in image theory, and to understand the relationship between image and architecture. Based on the understanding of these images, we aim to find out the characteristics of Fujimoto Sou architecture existence method.
Prior to that, he first examined the theoretical aspects of Bergson. Bergson''s image theory can be understood as epistemology, which refers to a system of methods of recognizing objects based on subjective experience, but it also has a peculiar thought system that also functions as an ontology. Bergson defines reality itself as a moving and changing state by overturning the eternal and immutable reality, and assumes ''duration'' as the only reality. In addition, we attempted to restore the ontological status of images by redefining the relationship between reality and image as the present condition of continuity that appears superficially with the motion of persistence, not merely actual copy or reflection. Although this concept is interpreted in the view of bioengineering in the big hedge of modern philosophy and applied to modern architecture in various ways, Bergson ''s image theory is based on human experience in particular, It can be used as a methodology to capture the meaning of the place generated through. Then, if we understand the relationship between images captured in the relationship between reality and subject in Bergson''s image theory, we can talk about the meaning of architecture as a ''residence'' by Fujimoto Sou and the way in which architecture creates a new meaning as it is recognized Would not it be? Based on these preconditions, if we can find the image characteristics in architecture, we can extract and recombine those characteristics to understand ''new architecture'', ''architecture as imperfect existence'', ''architecture as concrete sense of reality'' It will be possible.
Through the preceding theoretical review, we have hypothesized three possible characteristics of the image in architecture. First, it is a constitutive whole that constitutes one system. This is an image that exists regardless of the perception of the subject, and it provides the basis of perception as an image captured by the subject in various ways depending on the relationship with the subject. It exists without relation to the user and can be interpreted variously through the relationship with the user, and it provides a fundamental component in constructing the place. Second, it is a space of possible action. This is an image that constitutes a single perception system that is related to the images that exist in the outside according to the center of body action, and which are related to each other. The space that the user perceives instantly around his or her actions seems to be formed in a limited physical relation, but it has an important meaning as a space formed through the relationship between body and architecture. Third, networking through memory and sense. It is an image in which the above-mentioned spatialized image is filled with memories and senses and becomes a complete present perception. A user is a re-constructed place that is newly interpreted through memories and senses in an already experienced space, forming a ''non-physical networking'' through the perception of concrete sense and memory, beyond the interpretation of physical space. Users can create their own unique place through this ''re-configured image''.
Based on these theoretical considerations, we analyzed the works of Fujimoto Sou. Each image was metaphorically represented in Fujimoto Sou''s book as "one material, one way", "network biwalk", "falling and continuing, innumerable harmony between them". In addition, Fujimoto is concerned with the role that architecture can play in constructing each image, and it can be confirmed that it presents some specific methods. For example, the image of ''one material, one way'' is expressed in various ways by keywords such as lost scale, existence and non-existence, possibility topography, fusion of elements, decentralization, .
Through the case study of this viewpoint, we could confirm the existence way of architecture of Fujimoto Sou in reverse. Through the relationship with the user, it is verified that various meanings are generated and various ways of generating the meaning, that is,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user and architecture, are expressed.
From the viewpoint of image theory, it is confirmed that the existing way of architecture viewed from the viewpoint of the user operates indefinitely, versatile, active, multi - layered and presents various interpretation possibilities. Furthermore, one image recognized by human beings, that is, an area as a non-existent network, is also worthy of it. Especially, it is the most meaningful part of this paper that suggests to think about architecture in the big fence of man and architecture, deviating from the method of exploring its essence limited to the object of architecture. In other words, encouraging the active participation of users is the way of modern architec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