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는 1920년대부터 문학, 예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일어났던 예술 양식으로 기존의 이성적 관념이나 예술형식으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내면과 무의식을 탐구한 양식이다. 초현실주의는 모든 것을 부정하면서도 모든 것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점에서 모호하고 역설적인 현대사회의 예술코드와 부합되어 현재까지 다양한 기법으로 패션 디자인에 끊임없이 응용되고 있다.
본 연구는 초현실주의의 개념과 표현기법을 고찰하고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및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 등 대표적인 예술가들과 엘자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 1890-1973)로 대표되는 초현실주의 패션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표현기법 분석을 바탕으로 이를 활용한 창의적이고 예술적 감각의 여성용 코트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목적이 있다. 본 연구의 방법은 문헌연구와 디자인 및 실물 제작을 병행하였다. 문헌연구를 위한 자료는 미술과 패션 관련 선행연구 및 문헌, 단행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여 수집하였다. 이론적 배경은 초현실주의 개념과 초현실주의 회화 및 패션 디자인 기법을 고찰하고 1930년대 스키아파렐리의 작품을 시작으로 2000년 이전 작품까지를 다루었다. 그리고 현대 초현실주의 패션 디자인 사례 분석은 21세기가 시작되는 2000년 이후 작품으로 한정하였다. 실물 제작은 앞서의 이론적 고찰 및 초현실주의 패션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초현실주의 표현기법을 적용한 5점의 코트 디자인 개발 및 실물을 제작하였다.
초현실주의 미술의 표현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초기의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1891-1987), 앙드레 마송(Andre Masson, 1896-1987), 호안 미로(Joan Miro, 1893-1983), 로베르토 마타(Roberto Matta, 1911-2002) 등이 추구한 추상적 초현실주의는 생동적인 분위기로 형상의 재현을 거부하고 본질을 추구하는 경향이었다. 이들은 오토마티즘(Automatism), 콜라주(Collage), 프로타주(Frottage), 그로타주(Grottage), 데칼코마니(Decalcomanie) 등의 기법을 주로 사용하였다. 반면 후기의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프리다 칼로(Prida Kahlo, 1907-1954) 등이 추구한 사실적 초현실주의는 사진과 같은 정밀한 표현으로 환상과 꿈의 세계를 표현하였다. 이들은 데페이즈망(Depaysement), 이중 이미지(Double-image), 트롱프뢰유(Trompe-?œil), 오브제(Objet) 등의 기법을 주로 사용하였다. 패션 디자인에 있어서는 사실적 초현실주의 기법이 주로 활용되었다.
초현실주의는 1930년대 스키아파렐리에 의해 패션에 응용된 후 현대 패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쳐 많은 패션 디자이너에 의해 응용되었다. 패션에 활용된 사례는 신체 부위의 형상화, 자연물의 형상화, 사물의 은유와 변형, 위치 변형과 착시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주요 패션 디자이너는 티에리 뮈글러(Thierry Mugler, 1948- ), 알렉산더 맥퀸(Lee Alexander Macqueen, 1969-2010), 빅터&롤프(Viktor Horsting, 1969- & Rolf Snoeren, 1969- ), 후세인 샬라얀(Hussein Chalayan, 1970- ), 제레미 스캇(Jeremy Scott, 1975- )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고찰을 바탕으로 초현실주의 화가들 중에서 현대 패션에서 패션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은 영감을 얻는 작가인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 블라디미르 쿠쉬(Vladimir Kush, 1965- ), 라팔 올빈스키(Rafal Olbinski, 1943- )등의 회화 작품에서 모티브를 추출하였다. 그리고 초현실주의 회화 및 패션 디자인 표현기법을 활용하여 20-30대를 대상으로 한 창의적이고 예술적 감각의 여성 코트 5점을 디자인하여 실물 제작하였다.
디자인의 전체적인 방향은 첫째, 코트 디자인에 응용할 수 있는 신체 및 자연물의 형상화, 사물의 은유와 변형, 위치 변형과 착시 및 데페이즈망, 이중 이미지, 트롱프뢰유, 오브제 기법을 적용하였다. 둘째, 실루엣은 A자형 혹은 H자형으로 우아하면서도 체형을 커버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셋째, 보온성을 높이기 위하여 모직물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고 기능성을 높이기 위하여 일부 혼방 소재도 사용하였다. 넷째, 컬러는 2017 S/S와 F/W 트렌드 컬러인 블루, 그레이에 기본 컬러인 블랙을 추가하였다.
작품 Ⅰ은 ‘시간여행’이라는 주제로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과 게나디 프리베덴트셰브(Gennady Privedentsev, 1955- )의 ‘시간의 발자국’을 모티브로 하여 바쁜 현대인들에게 시간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삶의 의미를 찾으며 살자는 메시지를 내포하였다. 이중 이미지 기법 및 사물의 은유와 변형을 활용하였으며, H라인 실루엣에 블루계열의 방모 소재를 사용하였다.
작품 Ⅱ는 ‘제 3의 눈’이라는 주제로 르네 마그리트의 ‘잘못된 거울’과 라팔 올빈스키의 ‘백조와 거울’, 미하이 크리스테(Mihai Criste, 1975- )의 ‘반사된 눈동자’를 모티브로 하여 발전된 현대 문명의 이면인 지구온난화로 고통 받는 지구를 표현하였다. 데페이즈망 기법 및 신체 부위의 형상화를 활용하였다. A라인 실루엣에 모직물과 앙고라 혼방 소재를 사용하였고 채도가 낮은 블루 계열을 주요 컬러로 디자인하였다.
작품 Ⅲ은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라는 주제로 달리의 ‘메 웨스트의 얼굴’과 블라디미르 쿠쉬의 ‘작별 키스’를 모티브로 단절된 이웃과 세대 간의 화합을 위트 있게 대화로 풀어나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데페이즈망 기법 및 신체 부위의 형상화를 활용하였다. A라인 실루엣에 100% 모직물 소재로 불규칙한 햄 라인과 앞여밈을 사용하여 리듬감을 주었으며, 블랙 컬러를 사용하였다.
작품 Ⅳ는 ‘추억’이라는 주제로, 스키아파렐리의 서랍 코트에도 영감을 준 달리의 ‘유인원의 장’과 게나디 프리베덴트셰브의 ‘환경’, 레메디오스 바로(Remedios Varo, 1908?1963)의 ‘우연한 만남’이라는 작품을 모티브로 하였으며, 데페이즈망, 오브제, 트롱프뢰유 기법 및 사물의 은유와 변형, 위치 변형과 착시를 활용하였다. 이 작품에서 서랍은 추억의 저장 공간을 의미하며, A라인 실루엣의 롱 블랙 코트에 입체적으로 정교하게 그린 서랍을 포켓으로 응용하고 서랍의 손잡이를 단추로 처리하였다. 소재는 항균 처리된 대나무 소재의 혼방 직물을 사용하였다.
작품 Ⅴ는 ‘새벽, 생명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달리의 ‘나르키소스의 변형’과 토르 린덴네그(Thor Lindeneg, 1941- )의 ‘변화’, 블라디미르 쿠쉬의 ‘바다의 일출’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며, 데페이즈망, 오브제, 이중 이미지 기법 및 위치 변형과 착시, 신체 부위와 자연물의 형상화를 활용하였다. 전체적으로 오벌 실루엣으로 달걀 형태를 형상화하였고, 손가락과 손톱의 형태를 코트의 소매에 응용하였다. 회색의 네오플랜 소재를 사용하여 암울한 시대상을 표현하였고, 뒷면은 알에서 꽃이 부화하는 모습을 자수 처리하여 어둠의 끝에 새벽이 온다는 이중 이미지를 응용하였다.
이와 같이 초현실주의 작품을 모티브로 활용하여 개성 있고 예술적이며 대중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여성 코트 디자인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를 통하여 초현실주의 조형성 및 표현기법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패션 디자인의 표현기법 및 영역을 확대하였다는 점에 본 연구의 의의가 있으며, 더 나아가 향후 다양한 예술 양식의 표현기법과 패션의 접목을 통한 다양한 디자인을 제시한다면 패션 디자인의 발전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