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관련전위(ERP)를 통한 청소년 자살 고위험군의 인지기능에 대한 연구

김 지 훈

울산대학교 교육대학원 체육교육전공
(지도교수 우 민 정)

한국의 자살률은 1990년대 외환위기를 전후로 가파르게 치솟고 있으며 이와 비례하여 청소년 자살률 역시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자살의 근본적 원인은 우울증이며 우울증에 관한 선행 연구들에 의하면, 우울증 환자들은 인지기능의 결함이 관찰되고 특히 뇌과학과 뉴로이미징 기술을 통해 우울증 환자들의 인지기능 결함이 뇌의 전두엽 구조적 기능적 이상과 연관이 있음이 발표되었다. 본 연구는 청소년 자살 고위험군의 인지기능 과제수행시의 정보처리과정와 뇌 활성화 패턴에 대한 연구를 위해 청소년 자살 고위험군과 일반군 간 인지과제 수행 시 나타나는 대뇌피질반응에 대한 차이를 조사하였다. 이를 위해 울산광역시에 소재한 U고등학교 남학생 980명을 대상으로 자살고위험군 14명과 일반군 14명을 연구대상자로 선정하고, 집단 간 AMHI 정신건강검사, 자살위험성 예측척도의 차이를 비교해 연구대상자 선정의 적합여부를 검증하였다. 그 후 집단 간 스트룹 과제의 하위요인의 점수, 오드볼과 고-노고과제의 정확률과 반응시간에 대한 행동학적 데이터의 차이를 분석하였고, 마지막으로 집단 간 오드볼, 고-노고과제의 목표자극, 표준자극에 대한 N200, P300의 진폭과 잠재기에 대한 차이를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 자살 고 위험군과 일반군 간 인지기능에 대한 분석결과 스트룹 색상-단어검사(단어, 색상, 색상-단어, 간섭 t-점수)에서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주의집중 과제인 오드볼 과제에 대한 반응시간에서는 자살 고위험군의 반응시간이 일반군보다 유의하게 짧게 나타났다. 정확률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일반군의 정확률이 자살 고 위험군보다 더 높아 문제해결을 위한 자살 고 위험군의 신중함 부족에 의한 결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여기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둘째, 목표자극에 대한 ERP 분석결과, 후두엽을 제외한 모든 뇌 영역에서 N200의 잠재기에서 집단 간 주효과가 나타났다. 즉 자살 고 위험군의 N200 잠재기가 일반군보다 유의하게 길다는 결과로, 자살 고 위험군이 일반군보다 자극을 확인하고 비교하는데 걸리는 인지적 처리시간이 일반군보다 더 오래 소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P4, O1, O2 영역의 N200 잠재기에서 집단과 과제 간 유의한 상호작용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자극에 대한 주의집중력을 검사하는 오드볼 과제보다 전두엽 집행기능을 검사하는 고-노고 과제에서 자살 고위험군이 청각 자극을 지각, 인지하는데 일반인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살 고위험군의 자극 인지와 비교과정에 소요되는 정보처리속도의 저하가 주의집중과제보다는 집행기능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P300 진폭과 잠재기에 대한 분석결과, F3, C4, T4 영역의 P300 진폭과 P4 영역의 P300 잠재기에서 유의한 과제의 주효과가 나타났다. 오드볼 과제의 P300 진폭이 고-노고 과제의 진폭보다 컸고, 오드볼 과제의 P300 잠재기가 고-노고 과제보다 유의하게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극의 변별과 반응에 대한 두 가지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오드볼 과제의 정보처리 시간이 자극의 변별에 관여하는 의사결정만 단독으로 요구되는 고-노고 과제의 정보처리 시간보다 긴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비록 스트룹 과제나 오드볼, 고노고 과제의 정확률과 반응시간과 같은 행동학적 데이터에서는 자살 고위험군과 일반군 간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자살 고위험군의 인지적 저하는 특히 자극의 지각과정에 관여하며 지각에 관여하는 정보처리시간을 연장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집단 간 차이는 주의집중 과제보다는 고차원적인 인지기능인 집행기능 과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는 자살 고위험군의 인지적 저하는 실행기능에서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