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30-40대 기혼여성의 생애경험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하고자 생애사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실시하였다. 본 연구참여자는 부모의 이혼을 경험했으며, 결혼을 하여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8명의 여성이다. 자료수집은 심층면접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자료분석은 Wolcott가 제시한 기술(description)-분석(analysis)-해석(interpretation) 과정에 따라 나선형으로 진행되었다.

연구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참여자들은 두려움, 분노, 애정결핍과 같은 정서경험을 하였다. 지속된 부모의 부부갈등으로 인해 형성된 부모에 대한 두려움, 충분한 애정을 받고 자라지 못해 초래된 자기존재에 대한 두려움, 부모의 부정적인 부부관계 노출로 인한 미래 가정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적절한 양육을 해주지 않았던 부모에 대한 분노가 있었으며,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해 애정이 결핍되었다고 생각했다.

둘째, 부모의 양육태도와 부모이혼이 참여자들의 청소년기 자아개념 형성 및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이로 인해 대인관계에서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위축되기도 하였다. 또한 불안한 가정환경으로 인한 심리적인 어려움으로 학업에 집중할 수 없었으며, 부모의 무관심과 부모에 대한 반항의 의미로 학업에 소홀하기도 하였다.

셋째, 참여자들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으나 이성에 대한 두려움과 비현실적인 기대로 관계형성에 어려움을 경험하였으며, 원가족에서 도피하고자 혹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자 결혼했지만, 초기결혼생활은 쉽지 않았음을 고백하였다. 이는 부모를 통해 바람직한 부부관계를 학습한 경험이 없으며, 부모에 대한 분노가 배우자에게 표현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참여자들은 자녀를 매우 귀하게 여기나, 올바른 자녀양육방식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본인이 부모로서 자녀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할까봐 두려움이 앞섰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하지만 자녀양육에서만큼은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넷째, 부모이혼의 경험은 자녀의 삶에 평생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성인이 된 후, 이성교제·배우자선택·결혼·자녀양육 등 삶의 중요한 전이과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발견되었다.

다섯째, 참여자들은 자신을 보호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결혼생활을 실패하지 않겠다 혹은 이혼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리하자면, 부모이혼은 일시적이며 단편적인 사건이 아니라 평생 영향을 받은 자녀의 삶의 일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성장과정 속에서 두려움과 불안을 경험하며, 애정결핍으로 인해 대인관계에서 신뢰감 형성의 어려움과 위축을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해져 자신을 스스로 강하게 성장시키고 보호하려는 경향도 보였다. 또한 성인이 된 후에는 이성교제, 배우자 선택, 결혼을 결정함에 있어서 개인적인 요인과 사회적인 요인보다 가족요인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식가족을 형성한 뒤에도 부부관계에서 어려움을 경험하거나, 자녀양육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또한 부모와 같은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의 의의는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기혼여성의 삶을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전생애를 살펴봄으로써 이혼을 준비하는 사람과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자녀의 교육과 상담을 위한 제언을 했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지 않았던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기혼여성에 대한 연구를 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