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명백하게 일어나고 있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며, 여러 분야에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많은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과거에는 기후변화의 진행을 저지하고자 하는 완화(mitigation)에 관련된 연구에 치중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적응(adaptation)에 관련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연구가 갖는 대표적인 어려움으로는 기후변화의 깊은 불확실성(deep uncertainty)이 있으며 이는 미래 사상에 대한 가능성(likelihood) 조차 알려지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이러한 깊은 불확실성 하에서 의사결정을 수행할 때에는 기존의 의사결정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의사결정은 어떠한 상황이 펼쳐질지 예측하고, 실현될 확률이 가장 높은 단일 미래상황에 대한 최적의 대응책을 세우는 predict-then-act 방식이었다. 하지만, 깊은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인해 미래 상황의 발생확률 추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최적의 결과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미래 불확실성에 대해 둔감하며 안정적인 결과를 추구하는 의사결정 기준이 요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에서는 로버스트 의사결정(Robust Decision Making; RDM) 방법을 채택하여 미래 불확실성에 대해 안정적인 대안을 선별하였다. RDM은 Lempert et al. (2003)에 의해 제시 되었으며, 미래 불확실성에 대해 둔감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준수한 대안을 선별하기 위한 의사결정 분석방법이다.
본 연구에서 RDM은 영산강유역종합치수계획(국토해양부, 2005)에서 홍수방어를 위해 제시한 4가지 종합대안(Alt 1~Alt 4)을 불확실한 미래 상황에 대하여 평가하는데 활용되었다. 기후변화 불확실성을 반영한 홍수를 고려하기 위해, 홍수 발생에 있어 가장 중점적인 요소(key contributing factor)라 판단한 세 가지 불확실성 요소를 고려하여 216개의 홍수 시나리오를 생성하였다. 여기서 고려한 불확실성 요소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동일빈도 확률강우량의 변화, 강우의 시간적 분포, 그리고 강우의 공간적 분포이다. 생성된 시나리오 하에서 대안들을 모의해본 결과 불확실성 요소에 가장 영향을 적게 받으면서 준수한 결과를 보이는 대안은 Alt 1이었고 이는 국토해양부(2005)에서 선정한 최적 대안과 동일했다. 대안들의 수행능력에 가장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 요소는 공간적 분포인 것으로 나타났다. Alt 1은 대부분 상황에서 가장 우수한 대안이었지만 강우가 황룡강 중유역에 집중되며, 시간분포가 2, 3분위에 집중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 우선순위가 현저히 떨어졌고, 이 경우 Alt 3과 Alt 4가 더 우수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Alt 1은 유역 내 존재하는 4개 댐의 높이를 증고하여 홍수조절능력을 확보하는 대안이고, Alt 3와 Alt 4는 홍수조절지와 천변저류지들을 새로 건설하는 대안이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기존 연구에서 선정한 최적 대안이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전반적으로 준수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미래 불확실성 요소 중 대안들의 수행능력에 가장 지배적인 요소를 파악하였으며, 그 요소가 어떤 값을 가질 때 대안이 비교적 좋지 못한 결과(poor performance)를 창출하는지를 확인하였다. 이러한 정보는 이후 선정된 대안의 안정성을 증대시키는데 있어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다. 본 논문은 RDM 이론을 치수분야에 적용한 연구로써, 이후 기후변화를 고려한 치수분야에서의 의사결정 연구에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