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지배민족의 집요한 동화정책과 강력한 탄압에 저항하여 민족운동과 분리독립운동을 전개한 쿠르드의 대표적 정치집단인 KDP와 PKK를 3가지 독립변수를 통해서 그들의 정치적 선택이 초래하였던 민족운동과 분리독립운동의 과정과 결과를 상호 비교분석한 것이다. 이러한 비교분석의 목적은 터키내에서 쿠르드 분리독립운동이 정체된 원인과 이라크 쿠르드가 연방 민족정부인 KRG를 설립할 수 있었던 원인을 탐색하고 그 원인이 가지는 함의를 알아보는 것이다.
연구자는 이들의 민족운동과 분리독립운동을 비교분석하기 위하여 2개의 내부변수와 1개의 외부변수를 선정하였다. 내부변수는 두 정치집단의 정치이념, 조직과 동원이며 외부변수는 이들 정치집단과 외부 국가들과의 관계인 국제적 연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변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독립변수인 정치이념은 민족분쟁 및 분리독립운동의 목적을 나타내며 두 정치집단들의 모든 정치적 행위들을 규정짓는다. 내부적으로는 지배민족에 저항하는 자신들의 정치공동체를 규정하고 통합하는 방식을 제시하며 그 정치집단의 가치체계, 목표, 동원과 행동의 방향, 구성원의 조직과 훈련, 외부적으로는 국제적 연대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정치이념에 있어서 KDP는 부족주의에 기반하여 민족주의, 이슬람주의, 맑스-레닌주의를 수용하였는데 이는 부족주의의 정치현실주의적인 맥락과 상통한다. 즉 국가와 국제정치는 권력투쟁에서 생존과 이익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KDP는 생존과 이익 즉 쿠르드 민족을 위한 쿠르드 민족국가설립이라는 목표를 위하여 모든 자원을 동원하였다.
반면 PKK는 미국과 터키에 대항하기 위하여 맑스-레닌주의에 기반하여 모든 민족이 공존하는 맑스-레닌주의 공산체제를 목표로 탈민족주의, 탈이슬람주의, 탈부족주의를 추구하였다. 그들에게 쿠르드 민족해방은 공산주의 체제로 도달하기 위한 첫 단계였다. 따라서 쿠르드 민족도 공산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이론적 함정에 매몰되었다. 즉 양측은 쿠르드 민족을 목적과 수단으로 보는 중대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두 번째, 동원과 조직은 정치이념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의 역할을 하는데 목표달성을 위한 조직과 동원의 총체적인 분석을 연구자의 주어진 한계 상황 내에서 시도하였다. 조직의 역량은 조직과 동원능력으로 나뉘는데 조직부분은 다양한 변수들 즉 국내외 조직, 구성원, 조직의 목표, 리더십 등을 비교분석하였으며 조직의 결과가 나타나는 동원의 측면에서는 동원능력과 방법, 구체적인 동원의 숫자, 시기별 동원의 원인분석, 초기 무장민중봉기에 대한 선호, 이념적 동원에 대한 대중의 인식, 동원의 문제점 등을 상호비교하여 그 특징과 차이점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KDP와 물라 무스타파는 과거부터 이어져온 전통적인 부족적 충성심과 기존 부족의 생존적 전투조직을 중심으로 민족국가건설이라는 목표를 쿠르드인들에게 제시하며 대중과 밀착된 상태에서 쿠르드 민족동원과 민족운동을 주도하였다. 반면에 PKK와 압둘라 외잘란은 기존 부족적인 기반이 전무한 상태에서 맑스-레닌주의 이념을 공유한 도시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반 터키, 반식민지 무장투쟁을 전개하였다. 외잘란은 맑스-레닌주의와 프로레타리아 계급에 기반 한 조직의 구성과 동원을 통해 민족해방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므로 KDP는 부족적 동원형, PKK는 이념적 동원형으로 분류하여 비교분석하였다. KDP의 동원력은 객관적으로 PKK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국제적 연대 부분은 중요한 외부변수로서 두 정치집단과 쿠르드 민족운동과 민족분쟁에 개입하는 강대국, 지역국가들과의 관계 분석을 통하여 두 정치 집단의 민족운동과 분리독립운동에 미친 정치적인 영향력과 차이점을 비교하였다. KDP는 쿠르드 민족의 생존과 민족국가건설이라는 이익을 위해서 다양한 전략적 연대를 추구하여 민족운동의 생존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반면에 PKK는 맑스-레닌주의의 공산체제를 목표로 이념적 연대를 추구하여 분리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므로 PKK는 국제적인 연대 측면에서 국제적 연대의 유연성은 KDP에 비해서 낮은편이다.
이러한 결과 현재까지 KDP는 이라크내 연방정부인 KRG를 획득하게 되었으며 PKK는 2014년 현재 터키내의 분리독립운동은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강력한 미국이 버티고 있는 터키 보다는 시리아에 그들의 1단계 자치정부를 수립할 수 있다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수면 아래에 잠재해 있는 터키 쿠르드의 민족운동 역량은 이라크 쿠르드의 국가 설립, 시리아에서의 자치확보, PKK의 이념과 조직의 유연성 확보, 강한 대체(代替)적 민족세력이 부상한다면 민족운동이 크게 활성화 될 잠재력 또한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 연구는 이러한 민족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국제정치학적인 방안에 대해서 국제정치의 무정부성을 극복하는 글로벌연방제(Global Confederalism)와 반구성주의(Non-Constructivism)을 대안으로 제시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