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초록

본 연구는 이혼남성이 자녀를 양육하는 경험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자 하는 연구이다. 이를 통하여 이혼남성과 그 자녀들이 한국사회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심리적 자원을 확충해주고 상담학적 개입의 근거를 마련 하고자 한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혼 후 자녀를 홀로 양육하는 남성 8명을 심층면담 하였다. 이 연구에서 사용한 연구방법은 참여자의 경험 세계를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Colaizzi의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의미 있는 진술로부터 132개의 구성적 의미를 도출하고 그것을 토대로 40개의 주제와 11개의 주제 군을 도출하였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남성이 이혼 이후 자녀양육을 하면서 ‘이혼의 당혹감’, ‘이혼현실의 참담함’, ‘자녀양육의 고통과 버거움’, ‘자녀에 대한 죄책감’등의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참여자들은 이혼 경험 후 배우자에 대한 분노뿐만 아니라 자녀를 양육하는 현실의 참담함을 견디지 못하고 자녀를 폭행하거나 자녀와 동반자살을 감행하는 경우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둘째, 이혼 남성들은 자녀들을 양육하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그때마다 자녀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특히 자녀의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거나 자녀가 모성의 부재로 괴로워 할 때 자신의 부족함으로 가정이 해체되었다는 회한에 빠지게 된다. 이것은 이혼초기에 극력한 배신감으로 배우자를 원망하는 자세에서 보다 성숙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셋째, 이혼 남성 중에 일부는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기초수급자가 되더라도 자녀양육에만 몰두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기초수급 지원을 이용하려고 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남성들이 감당해야 할 부양의 의무를 어떠한 방법으로든 해결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넷째, 이혼 남성들은 자녀양육에 자신의 인생을 모두 바쳐 노력한다. 한국에 만연한 체면문화의 압박을 이겨내고 자녀의 양육을 위해 자존심을 굽히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자녀에게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음식 하는 방법을 배우고 주위사람을 통해 자녀의 생리문제를 해결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또, 복지기관의 부모 프로그램에 참석하여 자신의 처지를 공개하고 도움을 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다섯째, 이혼 남성들은 자신의 결혼 실패 경험에서 자녀들이 평범하고 안정된 결혼생활을 하는 것을 소망한다. 또한 자녀들이 원하는 진로를 선택하고 개척할 수 있도록 수용적이고 적극적으로 돕고자 한다. 부자가정의 자녀들도 자신들의 아버지가 홀로 양육하면서 고생한 것에 감사해하며 아버지가 새로운 인연을 만나서 안정된 생활을 하기를 원한다. 이렇게 성장한 자녀들을 대견해하면서 자신들이 자녀를 위해 고생할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가지게 된다.
여섯째, 이혼 남성들은 자녀를 양육하면서 알지 못했던 부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되고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하여 자신이 지녔던 성격이 변화하고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통하여 새로운 삶을 기대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혼 후에 홀로 자녀를 양육하는 남성들은 배우자에 대한 분노, 양육의 버거움과 고통 그리고 삶의 좌절감을 극복하고 자녀를 양육하면서 아버지로서의 자부심을 갖는 성숙한 자신을 발견해나간다.
본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부자가정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이혼남성의 자녀양육 경험을 현상학적으로 밝혔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혼 이후 자녀양육은 여성의 입장의 연구가 많았으나 본 연구는 이혼남성의 입장에서 자녀를 양육한 경험을 생생하고 명확하게 밝혀냄으로써 그들을 공감하여 사회에서의 약자인 부자가정의 아버지와 자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학적 개입의 근거 자료가 마련되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