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2년 군현지도』는 조선 말기 전국 군현의 모습을 그린 회화식(繪畵式) 지도이다. 각각 낱장으로 된 비교적 큰 지면에 지역의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져 있고 지도의 크기와 표현 양식 등이 군현마다 다르게 제작되어 있어 주목하였다. 이 지도들은 기존의 군현지도 제작 기법을 총체적으로 반영하고 있어 19세기 말 전국의 지도 제작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회화식 군현지도로서의 가치가 높다.
각기 다른 실정의 군현(郡縣)에서 제작된 지도가 원본 그대로 모여 합쳐졌기 때문에 전국 군현지도집(全國郡縣地圖集)으로서의 통일성은 부족하다. 하지만 제작 당시 지방사회의 모습과 역사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사료(史料)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동시에 회화성이 강조된 지도라는 점에서 회화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조선시대 정부 주도로 편찬한 군현지도집의 마지막 성과물인 『1872년 군현지도』는 1872년(고종 9) 3월에서 6월에 걸쳐 전국에서 수합된 지도가 총 459장에 이른다. 이 지도들은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되어 있으며, 경기도 40장, 충청도 52장, 전라도 84장, 경상도 104장, 강원도 28장, 황해도 42장, 평안도 85장, 함경도 2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872년 군현지도』의 제작은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 집권:1863～1873)이 중앙집권적 통치 체제를 확립하고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각 지방의 정보를 수집한 것과 관련이 있다. 전 국토의 실정과 군사력에 대한 현황 파악은 이미 1871년부터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그 내용은 『강원감영관첩(江原監營關牒)』을 통해서 확인되었다. 『1872년 군현지도』에는 흥선대원군이 새롭게 시행했던 정책들이 반영되었으며, 군현을 그린 지도와 함께 별도로 관방(關防) 지역을 확대해서 그린 지도가 포함되어 있다. 『1872년 군현지도』는 대부분 1871년 읍지(邑誌)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다만 각 고을에 대한 상세하고 풍부한 정보를 기록하기 위해 대형의 지도로 제작하면서 그 형태는 이전의 지도를 보완할 수 있도록 첩(帖)으로 분책하였다. 이러한 형태는 전체 지도의 크기가 커졌어도 필요한 지역의 지도만을 휴대하고 이동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각 군현지도첩을 모아 포갑(包匣)에 넣으면 전국지도집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개별 지도의 크기와는 별개로 첩의 크기는 동일하게 만들어졌다.
『1872년 군현지도』는 회화적 기법을 위주로 하여 도별로 특징적인 화풍과 제작자의 주관성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었다. 『1872년 군현지도』 중 전라도 지도와 충청도 지도는 이전의 군현지도를 참고하지 않고 새롭게 제작되었으며 구도와 형식에서 통일성을 갖추었다. 특히 전라도 지도는 청록산수화풍(靑綠山水畵風)의 화려한 색채와 경물의 구체적인 묘사 방식에서 회화적 예술성이 뛰어나다. 준법과 채색 등 회화적 기법의 표현, 도곽(圖廓) 안에 지도를 그리고 주변에 건치연혁(建置沿革)을 기록하여 대상 지역을 설명하는 지도의 제작 방식은 다른 지방의 지도와 구별된다.
『1872년 군현지도』 중 전라도 지도의 제작은 전라감영(全羅監營)의 지휘 아래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하는 과정이 분업으로 진행되었다. 제주도 지도를 제외하고 총 80점의 전라도 지도는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작업에 참여한 인원이 각각 4∼5명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42점의 지도를 함께 필사(筆寫)하였다. 나머지 38점의 지도는 각 지역에서 21명의 화가가 참여하였으며 화가의 회화적 수준에 따라 제작 방식에 차이가 나타났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전라도 지도의 산형 표현과 채색기법의 유형을 분류하여 지도의 제작 방식과 참여 인원을 추정하였다.
『1872년 군현지도』 중 전라도 지도는 기본적으로 지역의 지형지세를 설명하는데 풍수지리관이 강하게 반영되었으며 실재하는 비경(?境)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산수화적 표현은 실경산수화(實景山水畵)와 같은 맥락에서 발전하였다. 전라도 지도 외에도 『1872년 군현지도』에서 확인되는 다양한 회화적 기법은 18, 19세기에 형성된 화풍과 19세기 말 지역적으로 형성된 새로운 화풍이 결합하여 조선 말기 회화식 지도 제작에 하나의 표현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같이 『1872년 군현지도』는 도별 다양한 제작 방식의 회화식 지도로 140여 년 전,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인문 요소와 군현의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방대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1872년 군현지도』에 대한 연구가 단독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본 논문에서는 제작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1872년 군현지도』의 제작과 관련하여 선행된 읍지 편찬사업을 통해서 제작 배경을 고찰하였다. 특히 장황(粧?) 형태를 통한 지도의 이용 방법을 추정하여 이용 목적에서 이전의 군현지도와 차별되는 명확한 제작 의도가 있었음을 파악하였다. 또한 『1872년 군현지도』 중 가장 회화성이 돋보이는 전라도 지도의 표현 방식에 초점을 맞추어 회화적 특징을 살펴보고 제작자와 제작 방식을 구체적으로 연구하여 회화사적 의의를 모색하였다.

The county and prefectural maps of 1872 are late-Joseon pictorial maps depicting all counties and prefectures in the country. They are notable for the way each region is painted on a separate sheet of paper, each of a different size and in a different style. The collection is therefore valuable as a comprehensive overview of map painting techniques in late Joseon.
This collection lacks unity and consistency because it is compiled from works produced in the country''s separate administrative divisions, each with its own different circumstances. It is valuable, however, as a comprehensive historical resource that illustrates various characteristics and situations of provincial Joseon at the time. The maps also occupy a significant place in art history because of their emphasis on pictorial elements.
The prefectural and county maps of 1872 are the last product of Joseon government-led efforts to compile maps of all the country''s regions. The collection comprises 459 maps, produced between March and June of 1872 (the ninth year of the reign of King Gojong), and is currently housed at Kyujanggak Institute for Korean Studies. By province, it contains 40 maps of Gyeonggi-do, 52 of Chungcheong-do, 84 of Jeolla-do, 104 of Gyeongsang-do, 28 of Gangwon-do, 42 of Hwanghae-do, 85 of Pyeongan-do and 24 of Hamgyeong-do.
The production of these maps in 1872 came as part of efforts to collect information on each region of the country in order to centralize power and lay political foundations for the rule of regent Heungseon Daewongun (r. 1863 ? 1873).
Work to determine the country''s circumstances and military capacity had been underway since 1871, as demonstrated by Gangwon gamyeonggwancheop, a compilation of official documents sent to and by government offices in Gangwon-doProvince. The 1872 map collection reflects policies introduced by the Daewongun and includes maps with expanded views of border areas. Most of the maps in the collection are based on eupji(countychorographicrecords) from 1871. These were made into large maps in order to record detailed information about each county, then divided into separate album-style volumes in order to complement existing maps. This format made it easy to transport albums depicting specific areas when necessary, despite the overall large size of the map. Though the size of each map was different, the dimensions of these albums were uniform in order that the entire map could be fitted into a bookcase and function as an atlas.
The various maps of the 1872 collection show distinct regional styles and subjective views of the artists that painted them, especially in terms of painting technique. The maps of areas in Jeolla-do and Chungcheong-do provinces were produced without reference to previous such maps, and show unity in terms of structure and form. The Jeolla-do maps, in particular, show outstanding artistic talent in terms of their bright colors in the blue-green sanshui(landscape)-style and their concrete depictions of scenery. Their elements of real-view landscape painting, with specific depictions of actual geographical features, their use of techniques such as cunfa(shadingandtexturing) and color, and their method of placing maps within a border and adding notes on the history of the county outside the border, distinguish them from maps of other regions in the collection.
The Jeolla-do maps were produced through a process of sketching followed by coloring. 42 of the 80 Jeolla-do maps (with the exception of maps of Jeju Island) are presumed to have been created by the same team of four or five sketching and coloring artists, while the remaining 38 were painted by 21 artists and show differences in technique according to the levels of their respective painters. This study therefore attempts to surmise the production technique and artists involved in the creation of the Jeolla-do maps by categorizing them according to how they depict mountains and the coloring methods they use.
The Jeolla-do maps essentially reflect a strong belief in pungsujiri, a topographical theory of divination, in their portrayal of local terrain. Their concrete depiction of actual landscape features developed in the same context as so-called “real-view” landscape painting. The 1872 maps contain a combination of 18th and 19th century painting techniques and new techniques that formed in specific regions of Korea in the late-19th century; this combination then became established as a mode of expression in late-Joseon pictorial maps.
As such, the 1872 maps and the various painting techniques and styles they show according to province are hugely significant as historical sources, thanks to the reflections they offer of elements of the humanities 140 years ago, and the visual information they provide on the counties and prefectures of Joseon. Despite this, no previous study of these maps alone exists.
This study examined the background to the production of the 1872 maps, which is not known, via that of earlier eupji. The use of a bookbinding technique, in particular, suggests that the works were produced for a purpose clearly different to that of earlier county and prefectural maps. The study has focused particularly on the artistic depiction techniques used in the Jeolla-do maps, meanwhile, attempting to determine their characteristics and research in depth the methods of the artists who painted th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