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내면적으로 느끼는 감정에 기초한 표현의 욕구가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이를 시각적 표현이나 유희적 표현, 내적 심상의 표현 등 내적 필요성에 의해 표출되는 행위라고 하는 것처럼, 공간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 영역은 본능에 의한 새로운 개념과 조형적 자유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술은 표현이다.“ 라는 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말은 과거 예술가의 자유로운 표현보다는 고전적 전통에서 비롯된 사실적 모방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예술사상에 대한 반발의 형태로 해석될 수 있다.

현대 회화와 건축에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비정형성, 유기성, 역동성 등 다양한 형태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활력을 주고 긴장감을 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이러한 여러 가지 형태 특성들의 근원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이 연구는 출발한다. 이 의문은 현재에서 거슬러 올라가 20세기 초 근대에 이르러 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생겨나게 된 철학과 예술에서의 전통성을 파괴하려는 움직임에서 시작점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를 뒷받침한 니체의 생성과 긍정의 철학, 그리고 개인의 주관적인 감성과 자유로운 표현체계를 다양한 조형적 특징 속에 나타내고 있는 표현주의 이론의 고찰에서 그 뿌리를 찾아 연구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의 전개는 첫째, 표현주의의 개념과 시기적 상황에 따른 성립배경, 이를 뒷받침한 철학 · 사상적 배경과 예술 · 건축에서 나타나게 되는 현상들에 대한 고찰을 통해 연구의 기초를 확립한다. 둘째, 표현주의 이론과 조형적 특성에 대한 선행 연구 이론 분석을 통해 대표 키워드를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표현주의 관점에 의한 조형적 특성의 분석 관점과 분석틀을 도출한다. 셋째, 분석 대상으로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사례를 적용하여 현대 건축 흐름에서 보여지는 표현주의적 특성을 분석함으로서 연구의 결론을 도출한다.

선행 연구 이론 분석에 따르면 표현주의는 기념비적인 조소적 조형성, 현실도피적인 이상향을 열망하는 매개체인 수정체 이미지의 조형성, 자율과 직관에 의한 유기적 조형성의 특성을 공통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는 상징적 표현, 공감각적 표현, 비구상적 표현으로 구분지을 수 있으며, 각 특성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특성으로 나타난 상징적 표현유형은 작품 전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오브제적 형태와 작가의 심상이 내포된 상상적 은유, 니체의 예술철학에 근거한 창조성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접근과 변화를 통한 창조적 생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유형은 공감각적 표현으로, 자연과 인체에서 추출한 유기적인 선과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역동적인 성격이 형태적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내적표현을 시각화함으로써 풍부한 조형적 자유의 흐름을 통한 공감각적 조형성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또한 이를 바라보는 이의 시점은 하나가 아닌 여러 요소들의 겹침과 흐르는 듯한 표현으로 인한 다시점적 유동성으로 나타난다. 세 번째 유형으로 비구상적 표현은 기하학적 요소의 겹침으로써 나타나는 중첩의 특징, 점·선·면의 형태적 강조와 단순화를 통한 추상적 대비, 예술가의 ‘내적인 시선’에 의해 변형되고 왜곡되어 표현됨으로써 나타나는 비재현적 변형의 형태로 대상의 본질을 그들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해석하여 감성을 전달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표현의 개념을 바탕으로 근대 표현주의의 조형적 특성을 도출하였다. 이를 현대건축의 자유로운 실험의 장이라 할 수 있는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공간에 대입함으로써 20세기 초 형성되어 현재까지 그 흐름을 이어오고 있는 표현주의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모더니즘 이후 건축에 대한 사고나 표현 방법적 측면에서 비정형, 비물질, 해체 등 많은 다양성이 혼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근본 시점으로서 표현주의는 재현의 미학에서 표현의 미학으로 전개되는 과정상 전환점으로서의 역할을 담아내고 있다.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을 디자인한 작가들 또한 내면적인 철학을 기초로 동일한 장소에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표출하였다. 현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자신만의 고유한 조형언어보다는 근대 표현주의의 조형적 특징에서 도출한 형태언어적 범주에서 각 작품을 분석하였음을 밝혀둔다.

현재 자유로운 표현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 자유가 억제되었던 시대에 성립된 내면적 표현에의 강렬한 욕구에서 비롯된 철학과 조형체계를 연구하고 그 내적 자유의 근본을 정리해 보는 것은 자신의 예술적 표현의 본질적 측면을 정립한다는 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도구의 발달과 표현 매체의 다양화, 각자의 사고체계의 다변화로 인해 그 결과적 양상은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하지만, 인간 정신에 내재되어 있는 기본적인 표현 욕구에 기초한 예술적 표현의 정신은 다양한 장르와의 융합과 소통의 형식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