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9세기 중엽 상해에서 활약했던 任熊(1823-1857)이 후원자 姚燮의『復莊詩問』의 시를 圖解한 《姚大梅詩意圖冊》을 연구하면서 예술가와 후원자의 관계, 당시 문인들의 후원의 형태, 문학과 회화의 관계, 회화와 판화의 활발한 교류 등을 살펴보았다. 임웅은 청 말기 활동한 예술가로 상당히 기괴한 모습의 인물을 즐겨 그렸으며, 繪畵史뿐 아니라 版畵史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그는 제1차 阿片戰爭(1840-1842)과 太平天國運\動(1851-1864)으로 불안정한 정치적배경하에 정신적 가치를 숭상하던 시대에서 점차 물질적 가치로 변해 가던 근대 초기 무렵에 활약하였다.
임웅은 근대 초기에 활약한 해상화파가 형성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대표작 <自畵像>을 제외한 나머지 회화 세계에 대한 분석적이고 종합적인 고찰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임웅이 『復莊詩問』을 바탕으로 그린 《姚大梅詩意圖冊》을 살펴보면서 후원자와 예술가의 관계 속에서 제작된 詩意圖를 심층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姚大梅詩意圖冊》은 권당 12엽씩, 총 10권으로 구성된 총 120엽의 규모로 종래 중국에서 그려진 화첩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후원자 요섭의 『復莊詩問』의 시를 선택하여 임웅이 그것을 圖解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화첩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그림의 소재가 후원자의 기호에 영향을 받은 것은 기존의 楊州畵派를 후원한 18세기 강남 지역의 후원과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그러나 《姚大梅詩意圖冊》에 실린 그림 중에 시를 그대로 도해한 것도 있지만,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서 환상적인 화면을 구성한 것도 적지 않다는 점은주지할 만한 사실이다. 예술가가 소재 선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후원자와예술가 사이에 피할 수 없는 일인데, 그것을 자신의 시각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예술가의 역량에 달린 것이다.
또한 《姚大梅詩意圖冊》은 하나의 주제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인기가 많았던 花鳥畵, 仕女畵, 山水畵, 人物畵를 비롯하여 淸供圖와 西洋畵法의 영향을 받은 그림까지 실려 있어 상당히 다양한 주제를 망라했음을 알 수 있다. 본고에서는 《姚大梅詩意圖冊》의 다양한 畵題}를 도교적 주제, 신화적 주제, 역사적 인물을 다룬 주제, 현실 비판적 주제, 기타로 분류하여 후원자와 예술가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문학과 회화의 관계에 대하여 고찰하겠다. 《姚大梅詩意圖冊》에 속한 그림은 대부분 도교적 성격이 강한 그림이 많은데, 이는 당시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 속에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도석인물화를 즐겨 그리던풍조와 동일한 맥락에서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姚大梅詩意圖冊》에서 보이는 도교의 성격은 민간신앙과 결합하여 기복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역시 당시 정치 상황과 관련이 깊다.
신화적 주제를 다룬 그림은 『山海經』과 같은 지리서에 등장하는 내용을 도해한 것과 목공과 같은 창조 신화에 등장하는 신을 회화화한 것 등이 있다. 또한 역사적 인물을 다룬 주제에서는 복잡한 현세를 떠나 운둔을 하거나 현실 세계에서 좌절하여 자연으로 귀이한 인물이 많은데, 이것은 후원자 요섭의 굴곡이 많았던 인생과 관련지어 볼 수 있다. 현실 비판적 주제에서는 부패한 과거제도 때문에 관리가 되어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였던 요섭의 안타까운 심정이 잘표현되어 있고, 탐관오리와 외세를 풍자하는 성격이 강한 그림들을 망라하고 있다.
《姚大梅詩意圖冊》의 회화사적 의의에서는 임웅이 시각적인 효과를 위하여 차용한 당시 유통되던 화보와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당시 회화와 판화의 교류가 활발하였음을 다루고, 《姚大梅詩意圖冊》이 해상화파의 다른 화가들의 작품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폈다.
《姚大梅詩意圖冊》에서는 종래 중국에서 그려지지 않았던 소재를 창의적으로 시각화하였는데, 괴이한 얼굴을 띠고 있는 요괴부터 당대 평민들의 일상 풍경까지 다양한 화법으로 그려내었다. 《姚大梅詩意圖冊》은 후원자를 위하여 그린 단순한 회화작품이 아니라 19세기 중엽 강남 지역 문인들의 사상, 그들이 즐겨 접하던 문학, 혼란스러운 정치적 배경 속에 기복적 성격이 가미되어 전승되던 고사 등이 다방면에서 반영된 전통문화의 복합체와 같은 성격을 보여 준다.
《姚大梅詩意圖冊》은 급격히 변화하는 세태 속에서 전통화단과 근대화단을 연결하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해상화파가 태동할 수 있었던 배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This research studies on The Album after Poems by Yao Xie 姚大梅詩意圖冊, which was an illustration of the poems contain in Fu Zhuang Shi Wen 復莊詩問 compiled by Yao Xie 姚燮, an active patron of Ren Xiong 任熊(1823-1857) based in Shanghai in the mid of the 19th century. Research topics include relationship between Yao Xie and Ren Xiong, form of sponsorship amongst the literati of the era, relationship between literature and painting as well as the active exchange between painting and wood print, etc. Ren Xiong as an artist of the late Qing dynasty has left a large footprint in not only the history of painting but also that of wood print for his enthusiastic portrait of human figures in a rather bizarre style. Ren Xiong became increasingly active in the early modern time during which the previously preferred metaphysical, spiritual values gave way to materialistic values against the unstable political backdrop that was brought into motion by the First Opium War(1840- 1842) and the Taiping Movement(1851-1864).
Despite the fact that Ren Xiong played an important role in the development of the Shanghai school in the early modern period, his works have not been subject to analytical and comprehensive study except his masterpiece Self-portrait within Korea. Henceforth, this research bases on Fu Zhuang Shi Wen to study on The Album after Poems by Yao Xie, shedding light on Poetry-based paintings 詩意? that was made under the background of patron and artists in an in-depth level.
The Album after Poems by Yao Xie consists of 12 pieces of works per section and
makes up of 10 volumes in total that sums up to 120 pieces of painting. It is the
largest picture album ever found in China and singles out from other existing, conventional picture albums through the graphical illustration based on selected poems contained in Fu Zhuang Shi Wen by Ren Xiong on his patron Yao Xie. The fact that the theme of the pictures came under the influence of his sponsor’s preference exhibited similarity with the structure found in Yang Zhou region in the 18th century.
Nevertheless, although The Album after Poems by Yao Xie includes pictures that appear as direct illustration of the poems, it is worth-noting that imaginative scenes
based upon the creativity of the author were not uncommon among the pictures in the Album. It is inevitable that an artist cannot be given complete free hand in terms of the choice of theme under a relationship of an sponsor with that of an artist. Having said that, however, the interpretation of themes through one’s visual language depends very much on the artist’s capabilities.
Furthermore, The Album after Poems by Yao Xie does not only cover merely on one subject but also encompasses a rather great variety of popular themes in that era including flower-bird, court lady, landscape, figure paintings and even paintings that came under the influence of utensils and antiquities as well as western painting techniques. In this research, The Album after Poems by Yao Xie is categorized into a great variety of themes including Taoism, mythological, historical figures, contemporary critics and others whereupon the relationship between literature and painting will be subject to further analysis upon the premise of sponsor and artist. A great variety of pictures contained in The Album after Poems by Yao Xie have a strong Taoism element. This can be explained by the background of the political turmoil in that era where
Taoism and Buddhism Figure Paintings gained momentum as a way to overcome thedifficulties in the real world. Moreover, the prevalence of Taoism elements in The Album after Poems by Yao Xie can be explained through a combination with folk religions and shamanism, and this again has a lot to do with the political landscape of that 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