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이주의 흐름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용국에서 외국인 이주민들은 안정적인 정착을 위하여 동일 인종이나 같은 문화권 사람들과 근거리에 모여 사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통해 해당지역 안에서 서로 가치를 공유하고 사회 관계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거치며 외국인 밀집지역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이주민들에게 사회적 안정감을 주고 일자리 및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이점이 있지만, 수용국의 사회적 측면에서는 하나의 영토 안에 성질이 다른 두 개 이상의 사회가 대립하며 존재하는 ‘사회적 분절’ 현상을 야기한다. 또한 분절된 사회로 인하여 한국사회로부터 외국인 밀집지역이 고립되는 현상이나 우범지역화, 슬럼화 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으나, 현 다문화 및 사회통합 정책에서는 관련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이나 예방보다는 마케팅 차원에서 다문화 정책을 전개하거나 상대적으로 소수인 외국인 이주민들을 무조건적인 약자로 보며 피동적 지원을 제공하는 정책이 대부분인 실정이다.
본 연구에서는 외국인 밀집지역의 사례를 선정하여 외국인 이주민 사회와 주류사회 간 발생하는 사회적 분절 현상을 확인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실증분석을 진행하였다. 특별히 외국인 이주민들에게서 나타나는 사회적 분절의 실태· 원인·효과를 사회심리적 분석틀을 도입하여 분석함으로써, 외국인 밀집지역의 사회적 통합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사례지역은 외국인 이주민들이 밀집하여 거주하고 내·외국인 간 사회적 분절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대표적 지역으로서, 연구목적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과 그 주변지역으로 설정하였다. 사회심리적 분석의 대상은 사례지역에 거주하거나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외국인 이주민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과 조선족으로 선정하였다.
사례지역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각종 보고서 및 논문 등 문헌자료와 통계자료에 의존하여 수집하였고,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사회심리 자료는 설문조사를 통해 구득하였다. 설문조사에서는 사회적 분절의 정도, 이와 관련된 사회심리적 요인(인지요소, 정서요소, 행동요소), 지역사회와 삶에 대한 만족도, 지방정부의 정책효과 등에 대해 조사하였다. 또한 회수된 설문지 136부를 토대로 구조방정식 모형을 구축하여, 사회적 분절의 사회심리적 요인 및 효과, 사회적 분절 관련 정책의 영향관계 등을 규명하였다.
이러한 과정에 따라 진행된 구조방정식 모형의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외국인 밀집지역에서의 사회적 분절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사회심리적 요인은 외국인 이주민들의 사회활동 참여나 내국인과의 교류 등으로 표출되는 ‘행동요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서요소와 인지요소는 사회적 분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으나, 행동요소와 양의 상관관계 가지고 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행동요소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회적 분절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 이주민들과 내국인의 통합적 사회관계는 이주민들이 자신의 삶과 거주지역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내국인과의 사회적 관계가 더 긴밀한 외국인 이주민들이 지역사회의 환경, 내국인과의 관계, 전반적 삶 등에 대해 더욱 만족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결과와 연관시켜보면, 외국인 이주민들의 사회 통합적 행동요소는 통합적 사회관계 형성에 기여하여 결국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외국인 지원 프로그램이나 관련 정책들은 외국인 이주민들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 이주민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정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설문결과의 내용에서 외국인 이주민들이 실질적으로 받은 혜택의 경험이 많지 않음을 감안할 때, 현 외국인 지원 정책과 사회통합정책이 외국인 이주민들에게 큰 영향력이 있음에도 실효성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국내 외국인 이주민과 내국인 사이에 사회통합적인 정책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외국인 이주민들의 사회통합적 행동요소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의 효과가 즉각적이므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을 우선적으로 시행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내국인 중에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노인, 학생, 주부 등이 이주민들과 함께 접촉하고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