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상담자는 일반상담자에 비하여 더 자주 윤리적 갈등에 직면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중 특히 비밀보장의 문제를 가장 많이 경험한다. 주요 내담자가 미성년자인 학교상담에 있어 비밀보장은 내담자의 권리 뿐 아니라 학부모, 담임교사, 학교 관리자 등 내담자와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의 입장과 권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은 학교상담자가 비밀보장 예외 판단을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에서 상담자가 참고할 수 있는 윤리적 지침은 현재 부족한 실정이다. 상담자의 잘못된 윤리적 판단은 내담자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칠 뿐 아니라 상담자의 전문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실제로 학교상담자의 비밀보장 예외 판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비밀보장 갈등 상황에서 윤리적 입장에 따라서 학교상담자의 윤리적 판단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탐색하고 그 차이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설정한 구체적인 연구문제와 가설은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1. 윤리적 입장에 따라 학교상담자의 비밀보장 예외 판단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가설 1-1. 내담자의 입장을 강조할 때 상담자는 비밀을 더 보장하려는 윤리적 판단을 할 것이다.
가설 1-2. 제 3자의 입장을 강조할 때 상담자는 비밀을 더 공개하려는 윤리적 판단을 할 것이다.
연구문제 2. 윤리적 입장에 따라 학교상담자의 비밀 공개 대상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연구대상은 경기 지역의 중?고등학교 및 교육청(Wee Center)에 재직 중인 전문상담교사 137명을 대상으로 자료 수집을 하였다. 연구대상은 입장서술이 다른 세 종류의 질문지를 무선 배분하여 그 중 어느 질문지를 읽고 응답하였느냐에 따라 내담자 입장 집단, 제 3자 입장 집단, 통제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자료의 분석은 SPSS 17.0을 사용하여 일원 변량분석 및 빈도분석, 백분율을 산출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윤리적 입장 강조에 따라서 상담자의 윤리적 판단에 차이가 있었다. 학교폭력과 성문제 상황 모두에서 내담자 입장 집단과 제 3자 입장 집단 간 상담자의 비밀보장 예외 판단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즉 내담자의 입장을 강조할 때 상담자는 좀 더 비밀을 보장하려는 판단을 하며, 제 3자의 입장을 강조할 때 상담자는 좀 더 비밀을 공개하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둘째, 윤리적 입장에 따라서 상담자의 비밀 공개 대상에 차이가 있었다. 먼저 사안에 따라 공개 대상 빈도 및 비율에 차이가 있었는데, 학교폭력의 경우 주로 담임교사에게 공개하겠다는 반응이 많은 반면, 성문제의 경우 담임교사보다는 학부모에게 공개하겠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윤리적 입장에 따라서 공개 대상 빈도수에 차이를 보였는데, 제 3자 입장 집단의 경우 통제 집단 및 내담자 입장 집단보다 모든 공개 대상에서 높은 빈도를 보였다. 반면 내담자 입장 집단의 경우 통제 집단 및 제 3자 집단에 비하여 모든 공개 대상에서 낮은 빈도를 보임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는 비밀보장 갈등상황에서 학교상담자가 어느 입장을 주로 고려하느냐에 따라 비밀보장 예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상담자의 비밀보장 예외 판단이 유동적으로 변화될 수 있음을 경험적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는 향후 학교상담자 윤리 교육에 있어 다양한 입장이 반영된 사례를 활용해야 할 필요성 및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한 현재 학교상담자의 비밀보장 예외 판단에 대한 경향성 및 인식에 대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향후 비밀보장 관련 윤리 규정을 마련하는 데 있어 기초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는 상담자의 윤리적 판단을 학교폭력과 성문제 두 가지 상황에 대한 가상 사례를 제시하여 확인하였으므로 본 연구의 결과가 다른 문제 유형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학교장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유형을 더 제시하여 윤리적 입장에 따른 상담자의 비밀보장 예외 판단에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