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야생동물에 의해 농작물 피해를 받고 있으며, 그 중 멧돼지는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유발한다. 국내에도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가 연간 120억을 초과 하였으며, 그 중 53억의 피해가 멧돼지에 의한 피해이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농경지 주변 멧돼지 생태 및 농작물 피해에 대한 연구가 미미한 실정이다.
본 연구는 2012년 4월부터 12월까지 경남 거창에서 멧돼지의 행동권, 서식지이용, 식이물 등 기초생태를 파악하고, 농작물 피해 분석을 통해 피해 저감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포획틀을 이용하여 총 5개체의 멧돼지를 포획하였으며, 그 중 위치 추적에 성공한 3개체의 행동권을 파악한 결과 가을철 멧돼지의 행동권은 5.56±1.54㎢(MCP100%)로 나타났다. 핵심서식지는 1.48±0.75㎢(MCP50%)와 0.45±0.19㎢(Kernel 50%)로 나타났으며, Jacobs Index를 이용한 서식지 선호도에서 가을철 멧돼지는 밤나무림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철에는 농경지 근처 산림에 주로 서식하면서 인접한 농경지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나타나 ‘은신처 효과’ 가설을 뒷받침 하였다. 피해를 막기 위한 농민의 밀렵은 멧돼지의 생존에 영향을 끼치며, 이는 임연부를 이용하는 다른 야생동물에게도 위험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유해야생동물 포획단에 의해 수집된 총 79개체의 멧돼지 위(stomach)를 분석한 결과 식물성 먹이가 건중량의 93.5%로 나타났다. 멧돼지의 식이물은 계절별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으며(p<0.001), 수확기에는 농작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p<0.001). 무척추동물은 발견 빈도는 높았으나, 건중량은 낮게 나타났다. 무척추동물 중 유충과 딱정벌레목, 땅지네목이 주로 발견 되었으며, 포유류, 조류, 양서파충류의 발견 빈도는 낮았다. 농작물 중 밤, 벼, 사과를 가장 많이 섭식하였으며, 밤은 수확기에만 비율이 높았고, 다른 시기에는 낮았다. 멧돼지의 벼 섭식은 연구 대상지 농작물 경작에 있어 벼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여 먹이가용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과의 섭식은 농작물의 성장기에 가장 많이 섭식하였으며, 다른 농작물의 추수가 끝난 농한기에도 사과를 섭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멧돼지 위내용물 중 지렁이의 강모를 이용한 지렁이 섭식을 파악한 결과 겨울철을 제외하고 연중 내내 발견되어 시기별, 월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며(p=0.1254), 섭식 마리 수는 여름철이 가장 많았다. 지렁이 섭식은 사과와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으며(r=0.6237, p<0.0001), 지렁이가용성을 의미하는 기상요소와는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멧돼지 피해 지역 144곳을 현장조사 한 결과 멧돼지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주로 산림 근처, 지형적으로 폐쇄된 곳에서 발생하였다. 시기별 발생 빈도에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으며(p<0.0001), 8월부터 9월에 발생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피해강도 역시 시기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으며(p=0.0179), 수확기에 피해강도가 증가하였다. 수확기에는 피해지의 고도가 낮아지고(p=0.0033), 주거지와 피해지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며(p<0.0001), 피해지의 개방도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나(p=0.0015), 수확기 멧돼지는 농작물에 대한 요구도가 커짐에 따라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농작물 피해 발생 빈도는 벼가 가장 높았으며, 사과, 고구마 순이었다. 사과는 직접적인 피해보다 멧돼지의 파헤침으로 인한 뿌리의 간접적인 피해가 많아 지렁이 섭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구마는 멧돼지에 가장 취약한 작물로 나타났으나, 재배면적이 적어 경제적 피해는 크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피해지는 방지책이 미설치된 곳이 많았으며, 설치된 방지책도 피해발생 후에는 피해 감소효과가 미미하였다.
본 연구결과를 토대로 정부차원에서 수렵장 개설을 통한 피해보상 및 피해방지시설 지원, 모범엽사의 정부차원 관리, 서식지 관리 및 멧돼지 피해 관리 프로그램 운영과 개인차원에 전기펜스 공동 설치, 개인 농경지 주변 관리, 농작물 경작 유형변화의 농작물 피해 저감 방안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