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조선 시대의 대표적 심학자인 하곡(霞谷) 정제두(鄭齊斗)의 ‘양지(良知)’ 개념에 기반하여 하나의 도덕교육론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곧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마음[心]’과 ‘본성[性]’의 정체를 살펴보고, 그것을 다시 도덕교육에 적용하려는 노력과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의 이면에는 현재 도덕교육에서 양지의 본체이자 명덕으로서의 인간 본성을 포함한 ‘그 마음’을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이 전제되어 있다. 이 문제의식 아래, 본 연구의 목적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정제두의 양지 개념을 규명하고, 사상적 특징을 도출하는 것이다. 둘째는 정제두의 양지에 나타난 도덕적 성격을 ‘도덕적 열정과 의지’ 및 ‘도덕적 직관’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셋째는 이와 같은 도덕적 성격의 정제두 양지에 기반하여 도덕교육론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목적을 좀 더 상세하게 기술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정제두의 양지 개념 규명과 사상적 특징의 도출’ 측면이다. 기존의 정제두에 대한 연구 성과들은 그의 양지를 강조하면서도, 이것이 리학과 심학에서 말하는 양지와 어떠한 상관성 또는 차별성을 지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내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이 부분이 해명되어야 정제두의 양지가 지니는 사상적 특징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다. 왜냐하면 그가 한층 발전시킨 양지 역시 결국은 이 개념에 대한 기존 이해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우선 ‘이정(二程)과 주희(朱熹) 중심의 리학(理學)’ 및 ‘육왕(陸王)과 양명좌파(陽明左派) 중심의 심학(心學)’에서 각각 양지를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검토할 것이다. 그리고 정제두의 사유 내에서 리(理)와 기(氣)의 특징은 무엇이고, 또 그것이 양지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이 첫 번째 목적을 달성할 것이다. 두 번째는 ‘정제두의 양지에 나타난 도덕적 성격의 분석’ 측면이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로, 한 가지는 ‘도덕적 열정과 의지’이며 다른 한 가지는 ‘도덕적 직관’이다. 전자의 도덕적 열정과 의지란 정제두 양지의 자기 성찰적 성격과 관련이 있다. 여기에 대해 본 연구에서는 ‘반성적 성찰[誠意]’로부터 도출되는 ‘도덕적 자기 신뢰[自謙]’와, 이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구현되는 ‘도덕적 열정과 의지[至誠, 至聖]’의 연속 과정을 고찰하고, 그 중심에 정제두의 양지가 있음을 살펴볼 것이다. 이어서 후자의 도덕적 직관이란 정제두 양지의 인식론적 성격과 관련이 있다. 여기에 대해 본 연구에서는 서양 도덕철학의 직관주의에서 제시하는 도덕적 직관의 의미 규정을 통해 그의 양지를 설명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정제두 양지의 직관적 성격이 부각됨과 동시에, 직관주의의 도덕적 직관에 대해 그의 양지가 지니는 시사점도 드러날 것이다. 세 번째는 ‘정제두의 양지에 기반한 도덕교육론의 모색’ 측면이다. 정제두의 양지에 나타난 두 가지 도덕적 성격의 바탕 위에서, 우선 우리 도덕교육론에 ‘인간의 도덕적 가능성에 대한 신념’이 적극 도입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양지에 근거한 ‘도덕적 각성[明覺]’의 인간상을 추출한 뒤, 이것을 도덕교육론의 목표가 되는 도덕적 실천 주체의 확립 문제와 관련시켜 살펴볼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인간상을 양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으로서 ‘마음의 수렴과 발산’을 제시할 것이다. 이상의 목적들을 달성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제 Ⅱ장에서는 양지에 대한 정제두 이전의 이해들을 검토하였다. 양지란 본래 맹자(孟子)로부터 출발한 것이지만, 이것이 심화, 확장되어 인간의 마음을 총체적으로 설명하기에 이르려면 1,5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왕수인(王守仁)의 등장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러므로 이 과정에서 이정과 주희 중심의 리학적 입장에서는 양지를 어떻게 이해하였으며, 또 육왕과 양명좌파 중심의 심학적 입장에서는 그 개념을 어떻게 설명하였는지 포괄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런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는 까닭은, 정제두의 양지가 지니는 사상적 특징이 리학과 심학에서 말하는 양지와의 비교 위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이어지는 제 Ⅲ장에서는 정제두의 양지에 대한 구조적 분석을 시도하고, 사상적 특징을 논의하였다. 즉 왕수인의 양지를 계승하면서도 어떠한 방식으로 이 개념에 관한 정제두 자신만의 특징을 정립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물리(物理)-생리(生理)-진리(眞理)라는 ‘리의 삼중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 정리하자면, 정제두 양지의 사상적 특징은 리의 삼중 구조를 통해 양지의 체계적인 이해를 구축함으로써 도덕적 성격을 한층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이어서 제 Ⅳ장에서는 정제두의 양지에 나타난 도덕적 성격을 ‘도덕적 열정과 의지’ 및 ‘도덕적 직관’으로 해석하였다. 먼저 ‘도덕적 열정과 의지’에 대해 언급하자면, 도덕적 주체의 근본인 양지의 활발한 작용은 격물(格物)과 치지(致知)의 작동 원리를 내포한 성의(誠意)를 통해 ‘반성적 성찰’로 해석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반성적 성찰의 지속화로써 형성된 ‘도덕적 자기 신뢰’로서의 자겸(自謙)은 도덕적 열정과 의지의 원동력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정제두는 <중용(中庸)>의 지성(至誠)과 지성(至聖)이라는 개념을 빌려와 이 ‘도덕적 열정과 의지’로서의 양지가 구현된 구체적이고 역동적인 인간상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다음으로 ‘도덕적 직관’에 대해 언급하자면, 우선 도덕적 직관에 관하여 서양 도덕철학의 직관주의에서 말하는 두 가지 의미 규정을 살펴보고, 정제두의 양지와 그것들의 상관성을 논의하였다. 그 두 가지 의미 규정이란, 첫째로 도덕적 직관은 진리를 즉각적이며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주체의 선천적 능력이라는 것이요, 둘째로 이 능력을 통해 파악되는 도덕적 진리는 자명하고 증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의미 규정의 틀은 다소 고전적인 것이기에, 최근의 쟁점들이 제대로 반영되지는 못하였다. 그러므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로저(S. Roeser)의 ‘정서적 직관주의(affectual intuitionism)’에서 제시하는 도덕적 직관의 세 가지 주요 특징들을 살펴보고, 정제두의 양지와 그것들의 상관성을 논의하였다. 그 세 가지 주요 특징이란, 첫째는 인지주의, 기초주의, 비(非)환원적인 도덕적 실재론으로 압축되는 윤리적 직관주의의 ‘핵심 이론(core theory)’이고, 둘째는 도덕적 감정의 중요성에 대한 인정이며, 셋째는 도덕적 동기화에 대한 강조이다. 물론 직관주의에서 말하는 도덕적 직관의 의미 규정들이 정제두의 양지와 정확하게 합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러 측면에서 높은 상관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때로는 정제두의 양지가 직관주의의 도덕적 직관 개념이 내포하는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결론적으로 그의 양지 개념이 지니는 ‘도덕적 직관’이란 인간에 대한 관심과 믿음을 기초로 하여, 그 위에 도덕적 사고, 감정, 감각, 동기화가 통합된 모습으로 풀이된다. 위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제 Ⅴ장에서는 정제두의 양지에 기반한 하나의 도덕교육론을 모색하였다. 여기에서는 우선 물질적으로는 유사 이래 가장 풍요로움을 누리면서도 정신적으로는 더욱 피폐해진 현대 상황을 부정적으로 진단한 뒤, 하나의 대안으로서 ‘인간의 도덕적 가능성에 대한 신념’이 도입된 도덕교육론의 구성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그 신념이 직접적이면서도 절실하게 반영된 정제두의 인성론에 대하여, 특징들을 중심으로 상세하게 살펴보았다. 또한 이러한 인성론이 교육의 형태로 녹아있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정제두의 교육철학과 교육방법론을 제시하였다. 이와 같은 기초 위에 그의 사유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인간상을 도덕적으로 깨어 있는 상태, 즉 ‘도덕적 각성[明覺]’이라고 규정하고, 나아가 이 도덕적 각성에 기반한 도덕적 실천 주체의 특징들을 고찰하였다. 이것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보편성과 감통(感通), 감응(感應)의 가능성을 신뢰하고, 자기 충족감 및 만족감을 지향하며, 성공이나 실패에 따른 기질적, 결과적 평가에서 자유롭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더해 이 도덕적 실천 주체를 양성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마음의 수렴과 발산’을 살펴보았다. 마음의 수렴은 ‘실덕(實德), 실리(實理)의 함양’을 목적으로 하는 요약함의 공부이고, 마음의 발산은 ‘도덕적 고양감[生意], 사단(四端)의 확충’을 목적으로 하는 발출함의 공부이다. 이것은 ‘명상(瞑想, meditation)’과 같은 적극적 방법 혹은 기법이 도덕교육에 도입될 때 한국윤리적 토대로 작동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교육적 의의를 확보한다. 본 연구를 통해 드러난 것처럼, 정제두가 양지를 논하는 방법에는 일종의 섬세함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학문의 출발점과 귀결점은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였다. 그러나 이 마음은 언제나 사사로운 욕구와 욕망에 가려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물리-생리-진리라는 리의 삼중 구조를 제시하고 그 중 생리와 진리를 양지에 직결시키는 한편, 가치론적으로는 진리를 가장 상위에 위치시킴으로써 양지의 진정한 체는 도덕심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그 양지는 현대적인 용어로 표현하여 ‘도덕적 열정과 의지’, ‘도덕적 직관’ 등의 성격을 지니며, 바로 이로부터 도덕교육론 모색의 가능성이 나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제두와 관련된 연구물들 가운데 그의 교육 사상과 관련된 연구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도덕교육의 근본이어야 할 도덕심과 이것을 지닌 참의미의 도덕적 주체에 대한 고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이 때, 정제두의 사유와 양지는 현대 도덕교육에 여러 의미 있는 내용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Ⅰ. 서 론 11.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 12. 연구의 범위와 방법 9Ⅱ. ‘양지(良知)’에 대한 사상사적 배경 141. 이정(二程)과 주희의 양지 이해 181) 정호의 ‘인(仁)’으로서의 양지 182) 정이와 주희의 ‘인간 선함의 근거’로서의 양지 192. 육왕(陸王)과 양명좌파의 양지 이해 251) 육구연의 ‘본심(本心)’으로서의 양지 252) 왕수인의 ‘영명(靈明)’으로서의 양지 313) 양명좌파의 ‘현성(現成)’으로서의 양지 43Ⅲ. 정제두의 양지에 대한 구조적 분석 531. 리?기에 대한 정제두의 정의 561) 리의 개념 612) 기의 개념 642. 리의 삼중 구조 731) ‘사물의 조리(條理)’로서의 물리(物理) 732) ‘인간 본성’으로서의 생리(生理) 753) ‘진체(眞體)’로서의 진리(眞理) 823. 정제두의 양지 구조와 사상적 특징 851) 양지와 생리의 연결 902) 양지와 진리의 연결 923) 정제두의 양지가 지니는 사상적 특징 96Ⅳ. 정제두의 양지에 나타난 도덕적 성격 1001. ‘도덕적 열정과 의지’로서의 양지 1021) ‘반성적 성찰[誠意]’과 ‘도덕적 자기 신뢰[自謙]’ 1032) 양지 구현의 ‘도덕적 열정과 의지[至誠?至聖]’ 1122. ‘도덕적 직관’으로서의 양지 1181) ‘도덕적 직관의 의미 규정’을 통한 정제두 양지의 분석 1202) ‘정서적 직관주의’를 통한 정제두 양지의 분석 128Ⅴ. 정제두의 양지에 기반한 도덕교육론 1481. 정제두의 인성론과 교육론 1511) ‘인간의 도덕적 가능성에 대한 신념’이 반영된 인성론 1522) 교육철학과 교육방법론 1622. ‘도덕적 각성[明覺]’에 기반한 도덕적 실천 주체의 확립 1691) 도덕적 각성의 의미와 현대 도덕교육에의 적용 가능성 1692) 도덕적 각성에 기반한 도덕적 실천 주체의 특징 1723. ‘마음의 수렴과 발산’에 기반한 방법론 모색 1771) 마음의 수렴을 통한 ‘실덕?실리’의 함양 1782) 마음의 발산을 통한 ‘도덕적 고양감[生意]?사단’의 확충 182Ⅵ. 결론 및 제언 188참고 문헌 195ABSTRACT 203